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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N 전기수 Jun 28. 2021

아들아, 제대하면 정신의학과 가자

군에 간 아들이 8월 초에 제대한다. 아들이 제대하면 아들과 정신의학과에 가 볼 생각이다. 아들에게 심각한 정신질환이 있어서 정신의학과에 가려는 건 아니다. 생각해 보니 그게 좋을 듯하여 내린 결정이다. 


나와 아내는 정신의학과 진찰받은 경험이 있다. 나는 우울증과 분노조절장애 때문에 받았고, 아내는 신경증 때문에 받았다.


내가 정신의학과에 간 건 몇 년 전이었다. 그때 직장 내에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로 인해 나의 정신은 점점 병들어 갔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이 떨어지니 체중이 줄었고, 성욕도 사라지니 아내는 나의 외도를 의심했었다고 한다. 


심신의 쇠약해지는 나를 보며 정신의학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무턱대고 정신의학과에 찾아갔다. 나는 그때 알았다. 정신의학과는 다른 병원과 달리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 진료도 한 시간 넘게 본다. 여러 검사와 상담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내가 사는 동네의 정신의학과가 생겼고 그곳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곳은 다른 곳과 달리 예약할 필요도 없었고, 검사와 상담이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 상담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정신의학과다 보니 병원에서 직접 조제한 약을 처방해 준다는 게 다를 뿐이다. 



아내가 정신의학과에 가게 된 것은 나 때문이었다. 결혼 초 내가 좋아했던 누나와 연락.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내에게 생긴 의부증. 한 번은 병원에 가는 차 안에서 싸웠고 더는 살 수 없겠다는 생각에 이혼을 결심했다. 밤새 찾아본 끝에 합의이혼이 아닌 조정이혼이 좋다는 것도 알았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조서를 작성해 아내에게 내밀었고 그걸 읽어본 아내와 대화가 시작됐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이혼하지 않는 대신, 아내는 정신의학과 치료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아내도 얼마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아들에게도 정신의학과에 가자고 한 이유가 있다. 아들이 세 살 때 부모가 이혼했다. 부부가 이혼하는 과정에서 지저분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아들이 일곱 살에 나를 만났지만, 아내와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결혼해서 한 동안 아들과 사이는 좋았지만, 사춘기 이후 공부에 흥미가 없는 아들에게 자주 화를 냈었다. 내 말을 듣지 않는 아들을 보고 나는 아들이 나를 아빠라고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아들이 군대에 가는 시점에 나는 마케팅이라는 분야를 알게 되었고, 그것을 공부하며 나는 아들이 굳이 대학에 가지 않아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덕분에 아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달라졌다. 아들의 성정에 맞는 길을 제시하니 아들도 따르기 시작해고, 우리 사이에 통하는 게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아들에게 정신의학과에 가자고 제안한 이유는 바로 아들의 순탄하지만 않았던 성장과정. 그 과정에 나를 포함해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아들이 모르는 아들 안에 울고 있는 자아가 아들의 성장을 막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서다. 



내가 정신의학과 진료를 받아봤기에 정신의학과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현대인들은 건강검진받듯이, 정신의학과에 가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일 년에 한두 번 치과에 가서 스케일링받듯이, 정신의학과에 가서 내 정신 속에 있는 돌을 제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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