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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N 전기수 Nov 11. 2021

지천명을 앞두고 보청기를 착용하게 생겼다

내 귓속에 라디오가 들어있다

Photo by Mark Paton on Unsplash

오랜만에 이비인후과에 다녀왔다.

지난달 중순에 받은 직장 건강검진에서 청력검사에서 청력이 더 떨어진 것으로 나와 검사차 간 것이었다.

메니에르와 동거한지는 몇 해가 되어 간다. 365일을 이명과 함께 살고 있고, 가끔 사람들의 말소리가 잘 안 들릴 때가 있다. 오른쪽 귀를 막으면 사람의 말을 거의 분간하지 못한다. 좋은 점은 누가 옆에서 코를 골면 오른쪽 귀를 베개로 막고 자면 거의 들리지 않다는다는 것이다. 다만 일상생활에서 소리는 어느 정도 들리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를 못할 때가 있다. 나를 검사한 청능사는 고음역과 저음역대를 듣는 능력이 떨어져 자음과 모음을 분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오른쪽 귀의 상태가 좋은 것은 아니다. 오른쪽 귀의 청력도 정상 범위 밑에 있다. 


나를 검진한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청능사는 시기를 놓치면 더 안 되니 더 늦기 전에 왼쪽 귀에 보청기를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지금도 겪는 일이지만, 청력이 떨어지면 사회생활을 하는데에 지장이 많다. 집에서는 텔레비전 볼륨을 높여 들어야 하고, 집이나 밖에서 대화할 때도 동문서답을 할 때가 있다. 그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청력 저하로 인한 이명과 난청이 치매를 불러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보청기를 착용하라고 의사는 내게 권했다.


어디에도 혹하지 않는다는 불혹을 지나 하늘의 명을 깨닫는 지천명을 앞두고 보청기를 해야 한다. 이명이 하늘의 명은 아닐텐데 한편으로는 지천명을 넘어가는 관문 같은 느낌을 받는다. 


시력이 나빠지면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하기도 하고, 라식이나 라섹 같은 수술도 받는 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청력이 떨어져 보청기를 착용해야 한다는 사실은 왠지 노화가 빨리 온 듯하여 기분이 좋지 않을까. 내 건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 같아 아내와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 이것도 내게 주시는 육체의 가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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