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돋다
복원한 싸이월드에 이 사진이 있었다.
17년 전 아내와 기독교 모임에서 처음 만났을 때의 사진이다.
내가 삼십 대 중반, 아내가 삼십 대 초반이었다.
우리는 지인의 권유로 싸이월드 내 모 기독교 클럽에 가입했다.
아내는 클럽 게시판에 올린 내 글을 읽고 내게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한 만남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나는 이혼과 자녀라는 허들을 넘지 못해 자주 넘어졌다.
그로 인해 6년 연애 기간 동안 몇 번을 만나고 헤어졌는지 모른다.
헤어지자고 말한 사람도 나였고, 헤어지고 나서 다시 만나자고 한 사람도 나였다.
아내는 내가 청년부 모임에 가는 걸 몹시 싫어했다.
다녀오면 흔들리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항상 남자에게 갑이었던 자신이 처음으로 을이 되었던 시기였다고 아내는 그때를 회상한다.
돌이켜 보면 나야말로 참 못된 남자였다.
이제는 돌아와 내 곁에 선 아내 같은 꽃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