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간서치 N 전기수 Dec 03. 2019

버자이너-질

월경이라는 경전-8-

질은 열린 구멍, 형태의 부재, 활기 없는 그릇이다.

김춘수의 ‘꽃’은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저 꽃에 지나지 않았지만, 여성의 질은 예나 지금이나 하나의 파이프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은 어쩌면 그 어두침침한 길에 대한 두려움에 비롯한 것일지도 모른다. 프레이저의 『불의 기원에 관한 신화』에는 고대 전설이나 신화 속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질 안에 불을 감추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남자들이 곁에 없을 때 꺼내어 썼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질은 음순에서부터 도넛 모양의 자궁 경부까지 45도의 각도로 뻗어 있는 길이 10~13센티미터의 피부와 근육과 섬유 조직으로 이루어진 터널이다. 평상시에는 탐폰 삽입도 힘든 질인데 출산 시 산모의 질은 10센티미터 이상의 태아의 어깨 너비만큼 벌어진다. 

대부분의 여성들의 질에서는 투명하거나 하얀 빛깔의 분비물이 나오는데, 그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보통 질과 질 입구 부분을 물로 씻는 것으로 충분하나, 질 세정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 나는 강한 약품을 사서 쓰기보다 깨끗한 물에 식초를 약간 타서 사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질 속에 손가락을 넣었다가 냄새를 맡아 보든가 맛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기의 건강 상태를 살필 수 있다.

건강한 질은 pH가 3.8~4인 신성을 띠고 있다. 그 안에는 유산균이 조직에서 분비되는 수분과 단백질과 당을 먹고 산다. 정상적인 질의 분비물은 물과 알부민, 백혈구, 뮤신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뮤신은 자궁 경부를 매끄럽고 윤이 나게 하는 기름 성분이다. 평상시의 질은 질 세정이 필요 없을 만큼 깨끗하다. 그러나 잦은 질 세정, 질염 무분별한 성관계로 인해 질 내부의 균형이 깨어지면 유산균들은 침몰하는 대신에 산소 없는 곳에서 번성하는 혐기성 세균들이 늘어난다. 이 세균들은 ‘트리메틸아민’, ‘푸트레신’, ‘카다베린’ 등의 부산물을 발생해 악취를 일으킨다. 

성관계 시 사정 한 번이면 질의 생태계는 교란된다. 설령 콘돔을 사용한다고 해도 겉에 묻은 살정제가 남성의 몸에 좋지 않다면 여성의 몸에도 좋지 않다. 이렇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성관계는 한 상대하고만 갖는 성관계이다. 한 가지 정자에 익숙해지면 회복이 빠르기 때문이다. 

여러 상대와 갖는 잦은 성관계는 질은 알카리성 질이 되어 성병 매개체를 포함한 병원체를 방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세균성 질염을 가진 여성들은 임질, 매독, AIDS에 더 쉽게 걸린다. 또 많은 남성과 잠자리를 같이 하면, 당신은 그런 성병을 일으킬 미생물들에 더 많이 쉽게 노출될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섹스는 질에게 위험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생명에 위험하다.

칸디다는 소장과 대장 속에서 자연적으로 성장하고 균형이 유지되는 한 아무런 해도 없지만 칸디다가 좋아하는 식품인 가공 설탕과 밀가루를 꾸준히 섭취할 경우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해서 질과 위장의 칸디다증을 초래한다. 평생 많은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면 이런 문제가 생길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여성들 대부분은 질 칸디다 감염이 몹시 불쾌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칸디다증은 식품 알레르기를 유발하기 쉬우며, 우울증과 심한 월경 전 증후군, 급격한 기분 변화, 체액 정체, 불규칙한 월경, 불임, 자궁 내막증 역시 이런 상태의 불균형과 관련된 것이다. 칸디다증의 최선의 치료법은 방어이다. 


가스통 바슐라르, 김병욱 역, 『불의 정신분석La psychanalyse du feu』, 이학사, 2007,

『여자, 그 내밀한 지리학; Woman, an Intimate Geography』p94

베티 도슨, 곽라분이 역, 『네 방에 아마존을 키워라』, 현실문화연구, 2002,

여성도 몰랐던 여성의 몸 이야기, p263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