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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N 전기수 Dec 03. 2019

클리토리스-음핵

월경이라는 경전-10-

남성과 여성 성기의 상동 기관을 찾을 때, 남성의 음경에 해당되는 것을 찾으라면 단연코 여성의 클리토리스를 꼽을 것이다. 남성의 음경이 평상시에 약 10센티미터, 발기 시에 14센티미터 된다고 한다면, 임신 27째에 태아 내에서 성장이 완료되는 클리토리스는 음경의 자루 부분과 마찬가지로 태아의 생식기 돌기에서 발달한다. 2~3센티미터 정도의 클리토리스는 남성의 음경과 같이 배설이나 사정을 하지 않는 오로지 신경 다발일 뿐이다.

클리토리스는 음순 속에 감춰져 있어 음렬을 열기 전에는 쉽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보이는 부분도 클리토리스의 귀두에 해당할 뿐, 그 나머지 탄성 섬유 조직으로 싸여있는 기둥은 외음부 근육 조직 밑에서 골반 뼈가 만나는 두덩 결합 부위를 향해 위로 뻗어 있다. 여성의 외음부에 자극에 전해져 올 때 살밑에서 미동을 통해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기둥은 두 개의 부리에 붙어 있으며, 뿌리는 피부 밑에서 호를 그리면서 허벅지와 비스듬하게 질을 향해 뻗어 있다. 음핵 다리는 클리토리스를 두덩 결합 부위에 고정시킨다. 

여성의 음순과 마찬가지로 클리토리스도 여성마다 모양이나 크기가 제각각이니 표준은 없다. 특히 클리토리스는 질과 달리 에스트로겐 분비의 영향을 덜 받는다. 약 8,000천 여개의 신경 다발로 묶인 전선 같아서 직접적인 접촉은 고통을 느낄 정도며, 귀두에 비해 신경이 적은 기둥에는 신경 대신 그 만큼의 혈관이 퍼져 있어 흥분했을 때 팽창하고 귀두까지 밀어 올린다. 

28개국 1억 명의 여성들이 생식기 훼손 수술을 받는다. 매년 2백만명의 소녀들이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무허가 시술자에게 받는다. 수술은 대개 음핵의 일부나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이지만, 더 크게는 소음순도 함께 제거하고, 더 나아가서 소변과 생리혈이 지날 수 있는 공간만 남기고 음부를 봉합한다. 

그 과정에서 패혈증이나 파상풍이나 괴사가 일어나 얼마 못가 죽는 일도 있다. 죽지 않는다 해도 수술 중 감염으로 골반 통증에 시달린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2천 명의 아기들이 비정상적으로 튀어나온 클리토리스의 모양을 교정하는 수술을 받는다. 건강상의 이유라기보다는 미용상의 이유에서다. 이처럼 예나 지금이나 남성들은 여성의 성욕을 다스리고 싶어한다. 

여성의 생식기 훼손이 아프리카 적도 이북의 초원 부족에 의해서 저질러진 것만은 아니다. 1850년과 1950년 사이에 의사들은 자위행위가 위험하고, 부도덕하고, 건강에 해롭기 때문에 뿌리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소녀들이 아프리카에서 행해진 것만큼 여러 형태의 끔찍한 클리토리스 절제술을 받았다. 요즘은 포경수술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포경수술이 일반화된 배경에는 엄마가 아들의 음경을 만지면 아들이 치유불능의 자위행위자가 될 거라는 두려움이 깔려 있다.


라나 톰슨, 백영미 역, 『자궁의 역사; The Wondering Womb』, 아침이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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