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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N 전기수 May 10. 2023

어버이날 아들이 꽃바구니와 함께 보낸 카드

아들과 공명을 이루다

어버이날에 퇴근한 아내가 카톡으로 사진을 보냈다. 사진에는 아들이 선물한 꽃다발과 카드가 있었다. 카드에는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고맙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나중에는 창대해지겠다"라고 적혀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아들은 백수다. 두 번의 인턴 생활을 마치고 집에서 공부하며 뭔가를 하고 있다. 정확히 뭘 하는지는 모르다. 대외비라서. 나중에 얼추 골격을 갖추면 공개하겠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시로 아들을 불러 앉혀놓고 훈수를 했지만, 카드를 본 뒤로는 일절 훈계를 하지 않기로 했다. 아들의 뜻을 알았으니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마음 한 켠에서는 든든함과 뿌듯함이 피어났다. 보람이랄까? 


학창 시절에는 참 공부 안 했었다. 아내가 시험 기간에 붙잡아 놓고 해야 그나마 하는 시늉이라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을 나도 아니다. 불러 놓고 여러 번 타일렀다. 냉각기도 여러 번 있었다. 달라지는 건 없었다. 


터닝 포인트는 아들이 군대 가고, 내가 마케팅을 공부하고 나서부터였다. 21세기에는 20세기의 제도인 대학 교육이 존속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공 거 캠퍼스 일어일문과 1년만 마치고 자퇴를 했다. 학원을 다니며 디자인을 공부했고, 두 군데 회사에 인턴으로 일했었다. 


요즘 들어 아들이 변했음을 느낀다. 서서히 변화한 게 최근에야 나타나나 보다. 아들이 남긴 카드를 읽고 확실히 느꼈다. 이제야 아들과 같은 주파수로 공명을 이뤘다. 


기다릴게 잘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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