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공명을 이루다
어버이날에 퇴근한 아내가 카톡으로 사진을 보냈다. 사진에는 아들이 선물한 꽃다발과 카드가 있었다. 카드에는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고맙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나중에는 창대해지겠다"라고 적혀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아들은 백수다. 두 번의 인턴 생활을 마치고 집에서 공부하며 뭔가를 하고 있다. 정확히 뭘 하는지는 모르다. 대외비라서. 나중에 얼추 골격을 갖추면 공개하겠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시로 아들을 불러 앉혀놓고 훈수를 했지만, 카드를 본 뒤로는 일절 훈계를 하지 않기로 했다. 아들의 뜻을 알았으니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마음 한 켠에서는 든든함과 뿌듯함이 피어났다. 보람이랄까?
학창 시절에는 참 공부 안 했었다. 아내가 시험 기간에 붙잡아 놓고 해야 그나마 하는 시늉이라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을 나도 아니다. 불러 놓고 여러 번 타일렀다. 냉각기도 여러 번 있었다. 달라지는 건 없었다.
터닝 포인트는 아들이 군대 가고, 내가 마케팅을 공부하고 나서부터였다. 21세기에는 20세기의 제도인 대학 교육이 존속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공 거 캠퍼스 일어일문과 1년만 마치고 자퇴를 했다. 학원을 다니며 디자인을 공부했고, 두 군데 회사에 인턴으로 일했었다.
요즘 들어 아들이 변했음을 느낀다. 서서히 변화한 게 최근에야 나타나나 보다. 아들이 남긴 카드를 읽고 확실히 느꼈다. 이제야 아들과 같은 주파수로 공명을 이뤘다.
기다릴게 잘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