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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N 전기수 May 20. 2023

 여성의 몸, 그리고  미인

페미인듯 허나 페미 아닌

데즈몬드 모리스의 [털 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라 책의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기억나는 건 여성이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는 행위는 아래 입술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그의 시각으로 보면 여성의 몸에는 세 개의 입술이 있다. 하나의 윗입술, 두 개의 아랫입술.


[털 없는 원숭이] 이후 국내에 국내에 소개된 책 중에 [V Story]도 있다. 책의 표지는 벗은 여자가 다리를 꼰 채로 서 있다. 그 책은 여자의 다리는 음부를 가리키는 화살표라고 말했다. 여성이 다리를 꼬는 행위는 그 의미를 더욱 부각한다고도 했다. 여성의 의미 없는 행동에도 남성은 여러 성적 의미를 부여한다.


위대한 철학자 플라톤도 대화편 [테아이테토스]에서 여성은 자궁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뛰어난 철학자나 보통 사람이나 여성을 보는 눈은 한결같다.


라나 톰슨의 책 [자궁의 역사]는 여성의 자궁과 얽힌 많은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다. 고대 이후 남성들은 여성을 미완의 남성으로 생각했다. 남성은 여성의 자궁을 뒤집히지 못한 음낭으로 생각했다. 해부학적으로 자궁은 주변 장기와 인대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 그래서 자궁적출술은 상당히 어려운 수술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당시 사람들은 자궁이 몸속에서 떠다닌다고 생각했다. 떠다니는 자궁이 몸속 장기와 충돌해 여성에게 히스테리를 일으킨다고 생각했다. 일생에서 여성의 자궁이 가장 안정적일 때는 임신 기간뿐이었다.


이런 생각은 현대 의학에도 남아있다. 만일 출산을 마친 여성이 자궁에 문제가 생겨 병원에 가면 의사는 자궁적출을 권할 것이다. 의사는 기능을 다한 자궁은 쓸모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것은 여자 의사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베들레헴에서는 선한 것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중세에는 마녀 사냥이 행해졌다. 사람들이 마녀 여부를 결정짓는 증거는 마녀의 젖꼭지였다. 마녀의 젖꼭지가 무엇일까. 그들이 마녀의 젖꼭지라 생각했던 것은 여성의 클리토리스였다.


해부학적으로 여성의 공알은 젖꼭지에 비유할 수 없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콩알만 하지만 몸체는 질전정구를 감싸고 있는 커다란 해면체이다.


현대에 행해진 어느 실험에서 여성들에게 자신의 성기를 그리라고 하니 클리토리스를 빼먹고 그린 여성이 상당히 있었다고 하니 역사를 잊지 말아야겠다.


문명국가에서는 여성들이 자신의 클리토리스를 그림에서 빼먹는 정도지만, 중동과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에서는 실제로 여성의 외음부를 제거하는 악습이 행해진다. FGM이라고 하는 생식게 훼손 의식이다. 이처럼 과거부터 지금까지 남성은 여성의 몸을 제단 하고, 성욕까지 지배하려 한다.  



매릴린 옐롬의 [유방의 역사]를 읽고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성의 가슴을 감춰야 할 치부인가.
엄마가 공공장소에서 젖꼭지를 드러내고 아기에게 모유수유를 하는 게 치부인가


여성의 가슴을 치부로 정한 것도 공공장소에서 모성애 깊은 행동도 금기시한 것도 가부장 문화다. 물론 나도 길거리에서 엄마가 가슴을 드러내고 모유 수유를 한다면 이상한 눈으로 볼 것이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게 있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다만 지금 내가 말하는 내용은, 모태 솔로 시절 여성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여성을 알아야겠다는 착각에 여성학을 파고들던 시기에 주워들은풍월들이다.


캐럴 타브리스의 [여성과 남성이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이유]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남녀는 공평해야 한다는 발상이 낳은 현상이 있다. 항상 여자 화장실에는 여성들이 줄지어 서 있다. 변기 숫자도 남녀 공평해야 한다는 생각의 결과다. 여성이 남성보다 화장실 이용시간이 많은 걸 고려하지 않았다. 이를 풍자한 개그우먼 김지선의 연기가 기억난다. 남녀는 공평해야 한다는 생각에 화장실에서 서서 소변을 보다가 옷이 젖었다며 불편한 걸음으로 무대로 나왔었다.


미인의 기준은 시대와 지역마다 달랐다. 비너스 상도 밀로의 비너스 상도 있지만, 묄렌도르프의 비너스 상도 있다. 밀로의 비너스는 34-24-34의 등신상이라면, 묄렌도르프의 비너스는 유방이 많은 다산을 상징하는 등신상이다. 현대 진취적인 여성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과 밀로이 비너스 상을 한 몸에 가지려 한다. 가슴은 크면서도, 배에는 임금 왕자가 새겨진 근육질 몸매를 갖고 있다. 나는 이런 몸을 비비드(Vevid:Venus+David)라고 정의했다.


시대적 상황도 미적 기준에 영향을 줬다. 세계대전 같은 환난의 시기에는 건강한 체형의 여성이 각광을 받았다. 그러다 전쟁이 끝나고 풍요의 시대가 도래하면 메릴린 먼로 같은 굴곡진 여성이 다시 부각되었다. 남자들은 아름다운 여자 중에서도 그런 여성을 좋아할까. 내가 읽은 책에 의하면, 남성들은 그런 여성이 성적 능력이 뛰어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게, 몸은 그렇다 해도 막상 불감증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또 이런 생각이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이번에 즉위하신 찰스 왕세자는 젊고 아름다운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헤어지고 나이 많고 외모는 전처보다 못한 카밀라와 재혼한 사실이 이를 대변한다. 그 내밀한 내용까지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 추측가능한 게 있다.


외모가 뛰어난 여자는 남을 배려하는데 서툴다. 굳이 자신을 내려놓지 않더라도 남자들이 그녀를 좋아하고 그녀의 백치미까지 품어주기 때문이다. 동양의 시각으로 본다면, 고 다이애나비는 미인이고, 카밀라는 가인이라서 그런가. 헤파이스토스와 아프로디테의 성별이 달랐어도 사랑은 이루어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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