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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N 전기수 May 26. 2023

꼭 그렇게 의대에 몰빵 해야만 속이 후련했냐.

의대 해바라기들아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있습니다. 아산 병원 노화내과 전문의이신 정희원 교수님이 쓴 [당신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돈을 두 배 네 배 더 벌어서 더 좋은 술을 더 많이 먹고 좋은 차를 여러 대 구입하여 화려한 별장을 여러 채 갖고 거대한 요트와 항공기까지 소유하면서, 매일을 유흥과 향락으로 가득 채워도 행복하지는 않다. 그래서일까. 나중에는 국가를 장악하고 그마저도 더 가지려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상황에서 빠져 있던 전형적인 사례가 아돌프 히틀러다. 술과 암페타민을 비롯한 여러 도파민 자극원에 푹 빠져 살면서 나중에는 전두엽 기능을 완전히 상실해 정상적인 의사 결정이 불가능해졌고, 도파민 결핍증상으로 파킨슨병과 유사한 상태에 빠지기까지 했다. 한 사람의 뇌에서 벌어진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으로 전 세계 시민이 죽음과 극단적 고초를 감당해야 했다는 사실이 얄궂기 그지없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물질적 풍요와 육체적 쾌락이 왜 의미가 없는지를 깨닫게 된다. (중략) 욕심은 두 배 네 배씩 늘지만 그렇게 즐겨 봐야 만족의 크기는 재조정된다. 사람은 누울 수 있는 반평의 공간만 있어도 충분하고 하루에 2,000킬로칼로리를 소비하는 것이 전부인 생물학적 존재인데, 기하급수적 증가의 마법에 걸려버리면 아방궁을 짓고도 만족하지 못한다. 34,36~37쪽


의사가 아니라, 철학자가 쓴 책 같죠.


그 히틀러가 만든 유태인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은 훗날에 로고 세러피를 완성하였습니다. 그는 욕구나 권력이 아닌, 의미를 추구하는 삶을 강조했습니다.





얼마 전 [PD수첩]은 이 시대의 의대 열풍을 조망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사람들은 연초에 사주팔자를 보죠. 사주는 사람이 태어난 생년월일시 네 개의 기둥입니다. 그것 말고도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기둥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4H운동을 들어보셨습니까.  Head, Heart, Health, Hand를 말합니다. 머리와 마음과 건강과 노동이죠.


이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인간이 건강하게 살고, 건강하게 나이 드는 법은 삶을 지탱하는 기둥 어느 하나 치우치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약해지지 않고 균형 있게 관리하는 것이다.




저자는 현대인은 도파민 홍수 속에 젖어 산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자극을 추구합니다. 더 큰 자극을 갈망하죠. SNS, 광고, 넷플릭스, 유튜브, 틱톡 같은 자극적이고 쉽게 주어지는 자극에 길들여진 인간은 빨리 늙고 병들어 갑니다. 그런 자극에 물든 인간은 판단력이 흐려집니다. 우울증이나 불안증 같은 정신 질환을 갖기도 하고요. 더 크고 쉽게 주어지는 자극은 인간을 망가뜨립니다. 펜타닐 같은 약물에 중독돼 거리를 방황하는 좀비 같은 사람들을 영상에서 보셨을 겁니다.


 



제가 왜 이 말을 할까요. 의대 열풍을 다시 생각해 봅시다. 의대를 가려는 학생들, 자녀를 의대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은 자본주의가 내뿜는 자극을 받아들인 겁니다. 의사가 되면 일반 직장인보다 몇 배의 돈을 벌고 평생 직업이 보장받는다는 신호의 도파민을 그들의 뇌가 수용한 겁니다.


스탕달의 [적과 흑]이라는 소설 아시죠. 여기서 적색은 추기경의 의복 색깔이고, 흑색은 법관의 의복 색깔입니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사람들은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의 상상력에 압도당한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이 나는 의사가 될 거야. 내 아이를 의사로 만들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여러분도 의사의 흰색 가운이 주는 상상력에 영향을 받은 겁니다. 그들이 받은 상상력은 무엇일까요. 의사는 돈을 많이 벌어, 기본이 월 천이래. 전문직이고 평생 직업이잖아. 잘릴 위험도 없어. 뭐 이런 상상력일 겁니다. 


저자는 책에서 정보와 자극의 홍수 속에 사는 사람들은 생각할 시간, 다시 말해서 의심할 시간을 갖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생각보다는 상상을 합니다. 그 결과 자신들이 찾고 공부하고 생각하지 않고, 주식 리딩방이 찍어주는 주식에 투자하고, 부동산으로 경제적 자유를 이룬 유튜버의 말을 듣고 투자합니다가 낭패를 봅니다. 


넷플릭스나 틱톡이 주는 찰나의 자극에 익숙한 현대인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누군가 답을 주기를 갈망하죠. 하지만, 그 결과 주어지는 결과는 오롯이 본인의 책임입니다. 아무도 당신의 결정을 책임져 주지 않습니다.




[PD 수첩]을 보니, 초등학생이 고교 수학을 공부합니다. 선행 학습이죠. 선행학습을 시키는 학부모는 인간의 뇌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요.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자극은 인간의 뇌를 망가뜨립니다. 초등학생에게 고등 정석 수학은 펜타닐의 효과를 줄 겁니다.


의대에 자녀를 보내려는 학부모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혹시 자녀를 의대에 보내겠다는 레밍 효과 때문에 정작 중요한 걸 잊고 있지는 않습니까. 


당신 자녀를 위한 선택이 꼭 의대에 보내는 것이어야 했냐 이겁니다. 물론, 자녀가 원하고 소질이 있다면 문제가 안 되죠. 그러나 그게 오롯이 당신의 생각과 선택이라면 한 번 생각해 보자는 말입니다. 


당신이 자녀를 의대에 보내려는 선행 학습보다 더 중요한 선행 학습이 있습니다. 그건 당신과 당신 자녀의 삶의 기둥을 건강하게 하는 학습이죠.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  보도 섀퍼가 [멘털의 연금술]에서 하는 말을 들어보죠.


그렇다 아직 가난하고 평범한 사람들은 돈만 있으면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있는 문제들을 고민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인생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돈을 얻게 되면,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다시 우리를 기다린다. 부자는 돈만 많은 사람이 아니다. 경제적 자유와 함께 해박한 지식, 풍부한 경험, 연륜과 통찰을 두루 갖춰야 진정한 부자가 될 수 있다.


학부모 여러분, 그리고 학생 여러분. 이 한 가지는 분명히 알고 갑시다. 인생에는 치트키나 마스터키 같은 건 없습니다. 인생은 문제의 연속이고, 문제를 풀어가는 게 인생인 것입니다. 


고로 당신과 당신의 자녀가 관문을 뚫고 의사가 되어도 더 크고 또 다른 문제가 당신과 당신 자녀를 기다릴 겁니다. 한편 당신과 당신의 자녀는 어릴 적 고통스러운 선행 학습을 견딘 만큼 의사가 된 후, 보상 심리에 더 큰 자극과 쾌락을 추구할지도 모릅니다. 


돈이 많아지고, 지위가 높아지면 그가 겪는 문제는 한 단계 더 어려워집니다. 그건 의대 입시와는 전혀 다른 경험일 겁니다. 다양한 경험과 통찰 없이 당신과 당신의 자녀가 잘 헤쳐갈 수 있을까요. 왜 나는 이걸 몰랐을까. 왜 우리 부모님은 이런 걸 알려주지 않았을까. 자학하거나 원망하지는 않을까요.


자녀를 의대에 보내기 위해 일찍부터 입시반에 보내지 마시고, 자녀의 삶의 기둥이 건강하고 균형 있게 자라도록 돕는 게 더 현명한 부모입니다. 자녀가 나중에 부딪칠 어떤 유혹과 시험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게 의대를 보내는 것보다 중요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전국의 날고 기는 애들이 의대에 모였어요. 수재 중의 수재들이 의대에 모였단 말입니다. 당신과 당신의 자녀는 그들과 밥그릇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손주은 대표님의 말대로, 내 집안이 의사 집안이 아니고, 부자가 아니면 공평한 경쟁은 힘들 겁니다. 그러니 좀 더 현실을 냉혹하게 판단하고 결정합시다.


십 년 뒤에는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여러분이 의대에 가려고 하는 거, 자녀를 의대에 보내려 하는 거는 또 다른 모습의 각주구검일 수 있습니다. 세이노 님의 말을 한 번 들어보시죠.


요즘은 공대가 인기가 없다. 하지만 나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지금이 공대에 갈 절호의 기회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우수한 학생들이 모두 고시 공부에 매달리거나 의사가 되려고 하니 공대 쪽은 내부 경쟁이 그만큼 약할 수밖에 없고 10년 후에는 적어도 밥 먹고 사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사람에 따라서는 대박을 터뜨리는 것도 보장된다. 반면에 지금 의대나 법대에 가는 학생들은 10년 후에 어떻게 될까? 지금 그쪽 세게의 실상을 그 학생들이나 그 부모들이 잘 몰라서 그러는 것 같은데 10년 후에는 아마도 과반수는,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수가 후회할 것이다.

https://youtu.be/lzDqdxn2e7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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