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에 없는 한 가지
10월 24일 <중앙일보> 기사에는 카카오의 3 무가 발목을 잡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3 무'는 견제, 헌신, 기술입니다. 김범수 창업자가 후배 기업가들에게 과감하게 권한을 준 동시에 견제, 감시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는데, 이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저는 그 기사에 동의하면서도, 한 가지 중요한 게 빠지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그건 바로 기업의 가치관입니다. 테슬라, 자포스, 나이키, 구글, 애플...... 지금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기업들을 생각해 보면, 하나 같이 그 기업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추구해 온 가치관이 있습니다. 기업과 구성원은 그 가치관을 중심으로 그들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 성장합니다. 따라서 기업에 가치관이 없다는 건 기업 구성원이 공유할 비전과 방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달음질하기를 향방 없는 것 같이 아니하고
싸우기를 허공을 치는 것 같이 아니하며
- 고린도전서 9장 26절 -
가치관이 없는 개인이나 기업은 우왕좌왕합니다. 각자가 제 갈길로 갑니다. 분열하기 시작합니다. 시너지가 떨어집니다. 카카오가 지금까지 일으킨 크고 작은 사건-데이터 센터 화재 사건, 최고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법인카드 과다 사용, 주가 조작-이 그 사실을 증명합니다.
특히 카카오가 네이버와 구별되는 특징 중 하나는 사업의 이익 구조가 해외보다는 국내 중심이라는 점입니다. 카카오의 계열사가 140개가 넘는다는 사실도 그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관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게다가 계열사 대부분의 수익 구조가 골목 상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욕을 먹습니다. 거기에 더해 기업성장의 이윤을 주주에게 돌리지 않고 물적 분할로 기업과 소유주에게 돌려 비난을 받습니다.
반면에 네이버의 경우는 다릅니다. 라인은 일본의 메신저 시장을 접수하였고, 낮은 수수료와 데이터를 통하여 백만 소상공인을 양성했습니다. 현재 카카오의 주가는 4만 원대 미만인데 반해, 네이버의 주가는 카카오의 4배입니다. 네이버는 'Cue'라는 생성 AI 기술 공개를 앞둔데 비해, 카카오의 초거대 언어 모델 'Ko-GPT'는 소식이 없다고 합니다.
작가 남경태 님은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철학]에서 철학의 세 가지 단계-세계론, 인간론, 인식론-를 말합니다.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은 주로 우주의 근원을 연구했습니다. 우주의 근원을 철학자마다 물, 불, 원자, 4 원소로 정의하였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등장과 함께 철학의 대상은 자연에서 인간으로 바뀝니다. 그러다 철학의 대상은 인식으로 바뀝니다. 그때부터 철학은 인식할 수 있는 것만 이야기하자고 해서 형이상학은 제외시켜 버립니다.
세계관은 바로 그 세계론, 인간론, 인식론의 세 가지의 판으로 이뤄집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기업이 속한 세상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업의 고객인 인간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 두 가지의 이해로 얻은 인식은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규정하고 미래로 나아갈 바른 혜안을 제공합니다.
예수께서 열두 제자에게 이르시되 너희도 가려느냐
시몬 베드로가 대답하되 주여 영생의 말씀이 주께 있사오니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오리이까
- 요한복음 6장 67절부터 68절 -
기업의 가치관은 기업 구성원을 하나로 뭉치는 아교풀과도 같습니다. 임직원에게 아무리 많은 스톡옵션을 주어도 누군가는 떠납니다. 사람은 빵 없이 살 수 없지만 또 빵만으로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직원이 기업에 머물러 있게 하는 힘도 인간 이해에서 나옵니다.
때로 기업의 가치관은 마켓컬리 같이 사업 구조에 특별한 해자가 없어도, 그 기업 제품의 열성 구매자를 이끄는 힘이 있습니다. 기업의 가치관이 구성원을 넘어 고객에게까지 미치는 경우입니다. 가치관이 있으면 기업도 사상가 함익병 님이 말한 그런 친구 같은 직원과 고객을 가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