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기의 줄이 끊어졌다.
인지부조화라는 단어를 알게 된 건 과거 개구리 소년을 소재로 한 영화 덕분이었습니다.
2011년 상영한 영화 아이들은 1990년대에 일어난 다섯 명의 초등학생 실종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이 영화 속 황우혁 교수(류승룡 분)는 자신의 의견대로 범인을 주장하고, 드러나는 진실에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죠. 그런 그의 심리 상태를 인지부조화(Cognitive Disonance)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인지부조화는 사람들이 서로 모순되는 신념, 태도, 행동을 가질 때 느끼는 불편함이나 스트레스를 말합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신념을 바꾸거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계엄령 전후 대통령의 담화에서 느껴지는 건 바로 이와 같은 인지부조화입니다. 그것이 낳은 모순은 자신의 당선조차 부인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수천 년 전, 어거스틴과 데카르트는 인지부조화에 빠지지 않는 길을 알려주었습니다 바로 의심하는 것입니다. 영화 속 황우혁 교수도 현실의 대통령도 자신의 앎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인지부조화 속에 스스로를 투석기에 자신을 앉히고, 탄핵이라는 도끼로 하여금 줄을 끊어 버렸습니다.
전설 속의 용의 비늘은 한 방향으로만 향한다고 합니다. 그 비늘 중 유독 하나의 비늘이 반대 방향으로 향해 있는데, 그 비늘을 건드리면 순한 용도 돌변하여 화를 낸다고 합니다. 그 반대 방향의 비늘을 역린이라고 하죠.
대통령의 인지부조화는 자신의 운명뿐만 아니라, 국민의 역린도 건드렸습니다. 그 결과 좀처럼 꿈쩍 않던 던대구 경북까지 국민의힘 해산과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시위에 동참했습니다.
인지부조화는 지금도 윤석열을 옭아매고 있습니다. 내란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인지부조화가 여전히 그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권력이 있는 자의 인지부조화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적어도 다음 대통령은 인식의 지평이 넓은 사람이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