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서치의 전기수 이야기 -12-
최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언행이 부쩍 늘었다. "한국인은 더 일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자기 나름대로의 경제 이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일고, 나는 그의 이후의 모든 말을 묵살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 책이 말하는 내용을 하나로 압축한다면 이것이다.
"말만 번지르르 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자를 경계하라. 그런 자의 말을 듣지 말라."이다.
그는 과연 전 정권의 과실에서 자유로운가. 마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달게 하고, 대야에 손을 씻으며, "나는 이 피에 책임이 없다"고 말한 빌라도와 다른 점은 무언가.
그와 같은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지위는 누리면서,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한다. 오히려 나의 임기 동안에만 무사해라. 그러면 난 그 안에 이 자리를 때려 치고 영전해서 예우를 받으며 고액 연봉자가 될테니. 한다.
예수의 시대에도 거짓 선지자가 많았듯이, 오늘날도 거짓 선자자들로 넘쳐 난다. 그들은 스탕달의 [적과 흑]처럼 검은 가운과 붉은 색 가운이 주는 상상력으로 무지한 자를 위엄으로 누르고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려는 자다. 이런 자들은 조심하라. 그러면 살 수 있다.
첫째, 간섭주의자들은 자신이 주장하는 행동의 그다음 단계를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이어지는 단계에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답하지 못한다. 심지어 몽골의 농부, 마드리드의 웨이터, 샌프란시스코의 자동차 정비사조차 살아가다 보면 자신의 행동에 따라서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그리고 그 이상의 단계들이 연이어 발생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말이다. 둘째, 간섭주의자 대부분이 문제는 다차원적인데 그에 대한 자신의 해석이 일차원적이라는 점을 알지 못한다. 28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에서는 타인을 미혹시키고 말 그대로 정신 나간소리만 해 대는 식자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자신의 말이나 행동에 책임을 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무조건 옳다고 믿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면서 아무런 내용도 없는 그럴듯한 선동 구호를 곁들인다. 29
책임 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분권화를 추진하고 책임을 분산시키지 않으면 그 사회는 결국 쪼개지고 만다. 행동과 책임이 따로 가는 메커니즘을 가진 사회는 구조적으로 유발되는 불균형으로 큰 파열음을 일으키며 아주 힘든 방식으로 분권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다행히 붕괴에까지 이르지 않는다면 말이다. 33
부적합한 항공기 조종사 중 상당수는 이미 대서양 바닥에 잠들어 있다. 위험을 초래하는 부적합한 운전자 중 상당수는 이미 공원묘지들에 잠들어 있다. 운송 시스템은 사람들의 학습 능력 때문에 점점 더 안전해지는 게 아니라 시스템 학습 덕분에 안전해진다. 시스템 학습은 인간의 학습과는 다르다. 시스템 학습은 부적합한 부분을 소거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지금까지 논한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큰 판돈을 걸고 게임에 임하면 절대로 자만심을 가질 수 없다. 38
우리는 현재 처해 있는 환경에 적합한 행동을 취해야 하며, 지금 상황에 맞는 실질적인 규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게다가 보편적이면서 모호한 행동은 독선적인 사이코패스를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한 간섭주의자 같은 사람들 말이다. 48
대부분의 사람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사회에 누적된 리스크가 파열음을 내면서 폭발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이러한 불균형을 막아 줘야 할 규제 당국은 오히려 리스크의 누적과 은폐를 도와주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50
불균형 문제는 일회성 거래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속적인 거래가 아닌 일회성 거래에서는 거래 당사자 양측의 이익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공급자가 문제를 숨기거나 리스크를 전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51
실제 세상에 대한 경험을 축적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식을 늘려 간다면 합리적 행동을 할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논리적 검증을 통해 합리적이라고 평가받은 행동은 대개 시간과 경험에 따라 축적된 지식에 기초한다. 공부만 많이 한 사람이나 정부 조직의 요직에 있는 치밀한(혹은 고지식한) 사람이 보기에는 비합리적인 행동이 실제 세상에서는 오히려 합리적인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우리 인간의 지성이 실제 세상에서 드러나는 행동을 전부 이해할 정도로 충분히 깊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증거다. 어떤 행동이 합리적인지 미리 정확히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비합리적인 행동이 무엇인지는 미리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다. 우선 집단의 생존을 위협하고, 그 다음으로 개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동은 명백히 비합리적이다. 통계치에 반하는 행동이나 통계를 무시하는 행동 역시 명백히 비합리적이다. 영업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지원을 받아 이뤄지는 많은 연구가 그들의 이익 추구에 일조하고자 잡다한 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통계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실제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온 행동을 비합리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어리석은 방식이라고 평가받던 행동이 계속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온 행동을 비합리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삶에서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55
거래에 있어 투명성을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가장 효과적인 비즈니스 정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투명성의 범주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판매자의 생각까지 아우른다. 104
언론들이 자신이 투자한 주식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 것을 요구받는 이유는 바로 이를 막기 위함이다. 하지만 나는 시장 조작이나 이해 충돌보다도 나쁜 조언을 방치하는 것이 훨씬 더 부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인들이 특정 종목에 투자할 수 없다면, 이들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언론계에 형성된 일반적인 여론을 따라 기사를 작성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사회는 하나의 시각만 갖게 될 것이고, 사회 전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114
의사들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매우 권위 있어 보이지만, 사실 그들의 처지는 상당히 취약하다. 그리고 의사는 환자 본인도, 그의 가족도 아니기 때문에 환자의 건강 상태가 전반적으로 나빠지더라도 그리 동정심을 느끼지 않는다. 환자를 대할 때에 의사의 주된 목표는 소송의 빌미를 만들지 않는 것, 그리고 자신의 경력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길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다. 116
스타딘을 처방하면서 의사는 그 약이 환자에게 장기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마음 한편에 가질지도 모른다. 제약회사들은 자사가 생산하는 약 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은 심각하지 않다고 계속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약물 부작용에 대해서는 심각한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당장 필요하지 않은 약을 복용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부작용으로 생길 리스크에 비해 훨씬 더 작다. 의사들의 입장에서 볼 때 법률적 리스크는 단기간 내 나타날 수 있지만, 환자에게 발생할 부작용은 한참 뒤에나 나타나는 것이다. 의사들이 보이는 이런 행태는 타인에게 리스크를 전가하거나 리스크를 뒤로 미루면서 보이지 않게 숨기는 밥 루빈 트레이드 방식과 다른다. 117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 소수와 유연하게 사고하면서 양보하는 다수가 부딪히면 전자가 승리하게 마련이다. 양측의 관계가 심각하게 불균형을 이루고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이 같은 비정상적인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125
유전자조작 식품을 생산하는 거대 농업 기업들이 높은 이익을 유지하려면 단순히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97퍼센트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계속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연구인지 선전인지 경계가 모호한 일에 수억 달러의 돈을 쓰면서 스스로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끄는 거대 농업 기업들이 소수에 의한 장악이라는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의문이다. 129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 3퍼센트의 정치 집단만 있으면 소수에 의한 장악을 실현할 수 있다고 했는데, 다만 모든 국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만약 모든 국가가 하나로 통합된다면 소수에 의한 장악이 실현됐을 때, 통합된 모든 국가가 심각한 불균형과 비합리성의 영향을 받게 된다. 내가 미국의 국가 시스템인 연방제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해 왔지만, 미국은 공화국이 아니라 연방국이다. 《안티프래질》에서 언급했듯, 분권화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확대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식이다. 142
일단 어떤 도덕률이 형성되면, 지리적으로 고르게 분산되어 있으면서 절대적으로 양보하지 않는 소수의 존재만으로 그 도덕률을 사회 전체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인류가 보다 더 도덕적이고, 더 선하고, 더 예의 바르고, 더 상냥해질 수 있다고 믿지만 선하지 않은 소수의 사람들이 한 사회의 도덕률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런 믿음이 실현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143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시장 참여자가 아니라 시장 구조다. 시장 구조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런데 정치인들과 고위 관료들은 이 점을 잘 모르는 것 같다. 155
이렇게 회사 인간은 사라졌다. 사람들은 이제 어느 회사에서라도 일할 수 있는 ‘고용될 수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개인으로서는 사황이 더 나빠진 셈이다. 사람들은 전문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산업계의 어느 회사에서라도 일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의 평판뿐만 아니라 업계에서의 평판까지 신경 써야 한다. 167
물론 말을 거칠게 하는 것은 무식함을 드러내는 증거이거나 낮은 사회계층의 특정일 수도 있다. 그와 동시에 높은 사회적 지위, 권력, 자유, 능력을 등을 드러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무소유의 인간인 디오게네스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자신은 eekfms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으니 제발 앞에 서서 햇빛을 가리지만 말라 달라고 말했다. 이런 태도나 말투는 바로 그의 자유나 능력을 보여 주는 상징이다. “매너를 지키세요.”라는 말은 주로 중간 계층 사람들 사이에서 오간다. 그러한 윤리가 나온 것은 그들을 길들이고, 사회 규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않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176
실제 현실의 삶을 살아 본 적 없는 현 시대의 지식인들은 자신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들은 전혀 똑똑하지 않다. 이들은 과학과 과학주의조차 구분하지 못한다. 더 심각한 것은 과학주의를 과학보다 더 과학적이라고 여긴다는 사실이다. 204
높은 자리에 앉아 높은 소득을 취하면서도 책임지는 일에서는 면제된 사람들은 자신이 이끄는 기업의 경영 성과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 월급쟁이 경영자들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리스크를 뒤로 미루고, 영업 성과를 조작하고, 연봉과 보너스를 챙기고, 은퇴하거나 이직한 후에 뒤로 미룬 리스크가 드러나면서 영업 성과가 나빠지면 자신의 후임자들을 비난한다. 214
사회 하층부에 있는 사람들은 위로 조금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는 동적 평등 상태를 만들어 낼 수 없다. 동적 평등 상태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넓게 만들고 부자 계층이 순환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216
차단 상태의 사회에서는 기득권을 가진 부유층이 지위를 유지하는 것을 국가가 나서서 지원해준다. 대표적인 국가로 프랑스를 들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대기업과 경영자, 주주들을 지원하고 그들의 추락을 막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심지어 프랑스는 기득권층인 부유층이 더 큰 규모의 부를 취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 주기도 한다. 그런데 한 사회에서 부유층의 추락이 없다는 사실은 낮은 계층의 상승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218
사회의 불평등이 심각할수록, 승자 독식 구조가 심화될수록 사회는 통상적인 정규분포에서 조금 벗어난 모양을 나타낸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나타내기 전의 통상적인 정규분포를 가정해서 분석한다. 사실 어느 사회든 부자가 된다는 것은 승자 독식 구조가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구조에 대한 통제는 대개 기득권층을 보호하는 쪽으로 진행된다. 통제를 설정하는 사람들부터가 기득권층인 고위 관료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평등을 완화시키려면 꼬리 부분에 있는 부자들의 기득권을 깨뜨리는 방향으로 통제가 행해져야 한다. 이 같은 유형의 통제를 가장 잘 행하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220-221
크루그먼이나 피케티 같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주장으로 손해 보는 일이 전혀 없다. 사회의 불평등을 지적하면서 이들의 사회적 위상은 더욱 높아진다. 미국의 대학 시스템이나 프랑스 사회가 전복되는 일만 없다면 이들은 계속해서 월급을 받을 것이다. 상황이 나빠졌을 때 책임지는 것은 대다수 평범한 국민이다. 칼로 살아가는 사람은 칼로 죽음에 이르고, 리스크를 남들에게 전가하는 사람은 그 리스크 때문에 실패할 수 있지만, 대학이나 공공기관에서 월급을 받는 경제학자들은 그렇게 될 위험이 전혀 없다. 222
보통 시민들은 부자들에 대해 지식인들이나 고위 관료들만큼 강한 질투를 내보이지는 않는다. 질투는 사회계층을 몇 칸씩 건너 뛰어서까지 만들어지지 않는다. 보통 시민들은 부자들을 질투하기보다는 자신의 생활을 더 낫게 만드는 일에 더 관심이 많다. 부자들을 질투하는 건 부자들 바로 아래 계층 사람들이다. 피케티의 주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이 대학 교수들과 정부 고위 관료들인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대학과 정부 기관에서 평생 동안 일자리와 소득을 보장받는 사람들이 부자들에게 가장 큰 불만을 갖는다. 223
지식인들이 불평등 문제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그들이 세상을 수직적인 구조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 역시 세상을 그렇게 인식할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사회문제에 관한 토론은 거의 다 수직적 사회구조를 다룬다. 그러나 현실 세계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런 일에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는다. 225
피케티가 의욕적으로 쓴 《21세기 자본》을 보면 도표가 잔득 들어 있다. 그런데 데이터가 현실의 모든 것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나는 통계학자이지만 전작인 《블랙 스완》을 쓸 때 도표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아주 명백한 사실을 도식화할 때만 도표를 사용했다. 흔히 사람들은 반론의 여지가 많고 논리적이지도 않은 주장을 할 때 온갖 종류의 데이터와 도표를 끌어다 쓴다. 명백하게 옳은 주장을 할 때에는 많은 데이터를 첨부할 필요가 없다. 한두 개의 데이터만으로도 충분하다. 실제로 나는 ‘검은 백조’가 존재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단 하나의 도표(극도로 큰 편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도표)만을 제시했을 뿐이다. 227
공직에 들어서는 부자들은 무언가 능력이 있다는 점을 이미 검증받은 상태에서 공직에 들어서는 셈이다. 물론 부자가 되는 길은 매우 다양하고 운도 많이 작용하지만, 적어도 현실 세계에 직접 부딪히면서 무언가를 이루어 냈다는 점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두 가지 경우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생명이나 재산 등 자신의 중요한 것을 걸고 현실에 참여해 보고 실패도 해 보고 그 재산의 일부를 잃고 그에 동반되는 고통도 느껴 본 사람들이 공직에 들어서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229
<뉴욕타임스>의 서평을 기준으로 요즘 유행하는 책들을 골라서 읽는 독자들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현실에 참여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시간의 흐름에만 관심을 갖는다. 누가 누구를 속이고 있는지, 누가 진짜 전문가인지는 결국 시간이 밝혀 준다. 238
지금 대학교 사이에서 행해지는 사회과학 분야의 여러 연구들은 무의미한 외형 경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게다가 연구를 진행하는 학자들은 자신들에게 급여와 연구비를 대주는 사회나 학생들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학자 자신의 이익을 위한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마피아들의 방식처럼 집단을 이뤄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집단은 폐쇄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집단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외부인들로서는 알기 어렵다. 241
학자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엉터리 연구만 계속하는 행태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연구에 대한 외부 지원을 전부 중단해서 학자들이 다른 직업에 종사해서 소득을 올리게 한 후 학자 개인의 돈과 시간을 희생해서 연구를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학문적 연구에 대해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라고 반박하겠지만, 역사적인 발견이나 통찰은 상당 부분 직업 연구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이루어졌다. 실제로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해서는 실제 직업에 최소한 10년간은 종사해야 한다. 243
아주 오래전에 출판된 책 중에 지금도 읽히는 것들이 있는데, 이런 책들만 린디 효과를 거치며 생존한 것이 아니라 이런 책을 읽는 사람들의 생존율 역시 높다. 247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해당 직업군에서 전문가처럼 보이지 않는 외모의 사람이 성공한 위치에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실력이 정말로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해 온 것이 분명하다. 일의 성과는 그 사람의 외모를 보지 않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나 고객들만이 그의 외모를 보고 선입관을 갖는다. 256
내가 《안티프래질》에서 소개한 ‘그린 럼버 팰러시’ green lumber fallacy라는 이야기가 있다. 여기서 ‘그린 럼버’는 베어 낸 지 얼마 되지 않은 목재를 뜻한다. 어떤 사업가가 목재 판매업으로 많은 돈을 벌었는데, 그는 평생 동안 ‘그린 럼버’가 베어 낸 지 얼마 되지 않은 목재가 아니라 초록색으로 색칠한 목재라고 일고 사업을 해 왔다. 반면 ‘그린 럼버’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자신이 판매하는 다른 목재들에 대해서도 아주 자세하게 알고 있던 다른 목재 사업가는 파산에 이르렀다. 이 이야기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실제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성인의 소양이 아니라 성공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물론 지성인의 소양이나 사업에 관한 꼼꼼한 지식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바보 지식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떤 분야에서 성공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259
아무런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 사회 최상층부 관료들과 사제들이 자신들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사용한 방식은 어느 사회를 보더라도 똑같다. 극도로 복잡하고 정교한 의식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그 의식을 따를 것을 요구하고, 화려한 겉치장을 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우월성을 사람들에게 확인시켰다. 263
자신이 감당해야 할 합당한 위험이나 책임을 회피하려는 사람들은 항상 복잡하고 중앙화된 해법을 추구한다. 반면에 자신이 직접 위험을 감수하고 책임을 지는 사람들은 단순한 해법을 추구한다. 267
부자가 됐는데 전보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줄어들었다면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하라. 부는 우리에게 더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280
도덕은 장식품이 될 수 없다. 거래나 장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도덕을 행하려면 자신이 직접 책임과 리스크를 지고 현실에 뛰어들어야 한다. 특히 도덕적인 행위를 통해 자신의 평판을 높이고 싶다면 더욱 그래야 한다. 310
인간은 서로 협력하려는 본성을 지니고 있지만 외부 세력이 어설프게 개입하면 협력하는 일이 오히려 어려워진다. 미국 국무부에서 일하는 다른 나라들을 돕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안식년과 같은 유급 휴가를 준다면, 그래서 세계 각 지역의 분쟁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취미 생활에 몰두하도록 만든다.면, 세계 각 지역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