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내고 도망친 스물아홉살 공무원

간서치와 전기수의 이야기-14-

by 간서치 N 전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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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었지만, 솔직한 후기를 남긴다. 이 책을 쓴 저자에게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목표를 이룬 후 숨을 돌리는 과정 가운데, 내가 공무원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좌절감은 극에 달했다. '안 돼. 나는 공무원이 성향에 맞는 사람이어야 해. 더 나은 삶 따윈 없어.' 대다수가 말하는 행복의 기준에 부합하는 삶을 살고 있었으나 나라에 도움이 안 되고, 공무원으로서의 일이 내 적성이나 흥미와도 맞지 않아 공장의 기계처럼 매일 꾸역꾸역 힘겹게 몸뚱이를 옮기는 나를 보며, 그제야 내 또래의 청년들이 공무원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가 지독하게도 슬퍼졌다."


"더 이상 그대로의 나를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 이 책은 내가 나로부터 등 돌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 쓰며 저항했던, 퇴사 전과 후 약 오 년간의 기록이다. 퇴사 후 나는 나의 작은 몸짓과 표정, 가느다란 숨소리마저 놓치지 않았다. 늘 바쁜 일상을 보내며 주변이 시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사는 것을 거부하고 잠시 나에게 자유를 허락하기로 했다. '인내심이 없다' '루저다' 혹은 '불효녀다'라고 힐난하는 그 어떤 목소리에도 흔들리지 않고, 내 머리와 마음을 휘젓는 진실과 마주했다. 세상은 내가 망할 거라 말했지만 나는 망하지도 않았고 나름 잘 살아가고 있다. 나는 살아 있다. 온전히 그저 내 모습 그대로, 누구도 침범하지 못할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게, 그리고 이제는 세계 안에 타인들도 초대하고 싶다. 타인의 세계와 만나 더 크고 멋진 세계관을 구축해나가고 싶다."


요즘 같이 '공무원 올인 시대'에 힘들게 들어간 공무원을 임원면직, 즉 공무원을 그만 두었다고 한다면, 듣는 이마다 반응은 엇비슷할 것이다.

"배가 불렀냐, 평생 직장인 공무원을 그만둬? 그렇게 힘들게 들어가서 왜 공무원을 그만 둬? 그냥 눈 딱감고 다녀. 퇴근하고 주말휴일에 네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그냥 다녀."

대개 이런 반응일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공무원을 그만 두겠다는 생각에 보인 주변의 반응도 이와 비슷했다.


나는 공무원을 해본 적이 없지만은 조금은 저자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필자는 공무원으로서의 삶이 행복하지 않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공부에 올인한 덕분에 공무원이 되었다.


의욕을 갖고 시작한 첫 사회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스타트 업 기업이었는데, 잦은 회식에 임금까지 체불당했다. 다행히 나중에 받을 수 있었지만, 이를 계기로 공무원에 도전하게 된다.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공무원 공부에 올인했다.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 다리가 붓도록 공부했다. 그 덕이었을까, 시험에 합격했다. 그런데 왠일일까. 시간이 갈수록 공무원의 삶이 자신과 맞지 않다는 걸 느꼈다. 회의감은 점차 켜져 갔고, 고민 끝에 임원면직을 신청했다. 그 뒤로 필자는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 미국에서의 삶을 꿈꾸며 현지 답사도 다녀오고, 어릴 적 좋아했던 책속에 파묻혀 살면서 자신을 찾는 여정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유명 자기계발 저자를 통해 필사를 하고 고전을 읽으며 더욱 지혜에 침잠하는 삶을 살아갔다.


공무원을 그만 두고 생계를 위해 계약직 공무원으로도 일하기도 하고, 중소기업에 취업해 공무원에 비해 조금 못한 생활을 하지만, 오히려 저자는 행복하고 만족이 커져갔다. 자신에게 영향을 준 자기계발서 저자와 함께 팟캐스트 진행도 맡고, 유투브 방송도 시작했다. 그리고 이처럼 자신의 좌충우돌 했던 과거를 책으로 냈다.


읽으면서 이제 대학 1학년 생활을 마치는 아들이 읽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십 년 앞선 경험이 아들에게 유익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한 가지는 나는 마흔에 결혼한 이후로 여러 시도를 하였다. 되지도 않는 스펙으로 용역 직원으로 지금 다니고 있는 공기업에 도전했다가 서류전형에 떨어졌다. 4년간 투자해 얻은 건 토익 730점과 한국사 능력시험 1급이 고작이었다. 알고 보니, NCS는 내겐 넘지 못할 커다란 벽으로 느껴졌다. 부족함을 알고 물러 났다.


그 후에 군무원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하던 직렬에 도전한 첫 시험에서는 필기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마음을 추스르고 재도전 한 다음 번 시험에서는 필기에서는 합격했으나, 면접에서 탈락하였다. 그 와중에 지방직 기술직 시험에도 도전했으나, 몇 점 차이로 떨어졌다. 국어, 영어는 합격선이었으나, 항상 한국사와 전공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합격해도 잘 적응할지, 나은 삶을 줄 지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행히 지금 다니고 있는 공기업에서 신분이 용역 직원에서 자회사 직원으로 바뀌었다. 급여도 나아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더욱 공무원, 군무원에 대한 열의가 사라져 간다.


이 책에도 나와 있지만, 의외로 힘들게 공무원에 들어가서 만족하며 지내는 사람도 많지만, 저자처럼 오히려 공무원에 회의를 느끼고 임원면직을 하는 사람도 많다. 심지어는 이 책에도 나오지만, 자살을 하는 공무원도 있다. 공무원을 힘들게 하는 건 여러 가지다. 민원인들을 대하는 고충과, 잦은 회식과 공무원 세계만의 직장 문화 등이다. 그래도 이 모든 것을 견디게 만든 연금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호봉과 철밥통이라고 굳어진 공무원의 안정성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 오려고 한다. 미래는 보장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삼십 대 전에 자동차 금형 회사에서 일하면서 늘 아홉시 퇴근이 일상이었다. 기숙사에 돌아오면 씻고 자는 게 고작이었다. 내 생활이 없으니, 삶은 점점 피폐해져 갔다. 설계직은 거기에 스트레스를 가중시켰다. 결국 위벽이 터져 병원에 입원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의 다운 사이징을 시도했다. 조금 덜 벌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삶을 살자. 그래서 지금 다니는 직장에 들어와 매년 100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


그러다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면서 생계의 부담을 느꼈다. 그래서 보다 나은 삶을 살고자 공기업 입사와 공무원, 군무원 시험에 도전했었다. 그런 와중에 내가 좋아하는 책읽기와 글쓰는 시간이 줄었기에, 그런 삶을 사는 저자가 부럽기도 하지만, 오십 대까지만 이런 삶을 살자고 스스로 자위했다. 그 이후에는 나도 독서와 필사, 글쓰기에 몰두해야지 생각했다.


세상에는 꼰대가 많다. 타인을 자신의 잣대로 판가름 한다. 그리스 신화 속 프로쿠르테스의 침대 이야기처럼 상대를 내 침대에 맞춰 늘이고 자르는 무례를 스스럼 없이 범한다. 그러나 기억하자. 상대는 그 사람만이 어울리는 삶이 있다는 걸. 오늘도 공무원이 되기 위해 도서관에서 책속에 머리를 파묻고 수험서와 씨름하는 사람에게는 배부른 탄식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저자도 하는 말이지만, 비록 가다가 그만 두었더라도, 걸어간 만큼은 의미가 있다.


나도 공기업과 공무원, 군무원에 도전만 해봤지, 목적은 이루지 못했다. 억지로 의미를 두는 것인지는 몰라도 나는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하려는 도전과 그 속에서 공부하는 방법과 습관을 얻었다. 지금은 다시 공인 중개사 공부를 시작했다. 조금 해보니, 개업 공인중개사가 되지 못하더라도 공부해 두면 여러 모로 유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과 밀접한 공부요, 나중에 써 먹을 수 있는 공부이기 떄문이다. GSEEK에서 무료 강의도 있다. 이것이 끝나면 전기기사에 도전할까 생각 중이다. 이렇게 오십까지만 이 공부를 해야지.


저자의 도전과 삶이 부럽기도 하지만, 나도 나름은 철밥통인데, 그만 둘 생각은 없다. 적어도 지금은. 다만 오십 이후에는 뒤늦게라도 저자가 가고 있는 길을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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