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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N 전기수 Apr 05. 2020

의학

월경이라는  경전 -44-

다른 한편, 히포크라테스의 고대 의학은 개별 인체의 복잡한 미시 현상을 다루면서도 철학이나 천문학 같은 보편과학들과의 유대 속에서 상위 과학의 학문적 방법과 원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의학은 본디 개별자를 다룬다. 의학은 “인간”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간 소크라테스”를 다룬다. 따라서 의학은 신체의 변화에 대한 관찰과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런 경험들을 수집하고 비교하는 가운데 비교적 신뢰할 만한 의학의 체계를 수립한다. 그렇다고 의학에서의 경험주의가 경험된 자료들에 대한 모든 합리적 통제를 거부하는 소박한 경험주의는 아니다. 히포크라테스도 고대 과학의 전통에서 태어난, 고대 과학과 철학의 자손이다. 그는 개별과학으로 의학의 특수성을 유지하며 충실한 경험주의자로 탐구했지만, 거기서 머물지 않고 자신의 경험들을 과학적 지식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이론적 ‧ 방법적 합리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자연스럽게 진단과 치료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과학들의 계통을 승인하고 상위 과학의 성과에 주목할 수 있었다. 근대의 의사에게 히포크라테스의 접근은 관찰 이전에 주어진 사변과 편견에 의존한 채 과학자의 자기의식을 결여한 소박한 “옛날”의사로 보이겠지만, 고대의 과학적 전통에서 보면 히포크라테스는 의학의 과학적 엄밀성을 위해 의사로서 해야 할 모든 과제를 가장 포괄적으로 정립하고 가장 열정적으로 추구한 진정한 의사의 표상이었다.


지금은 이 조차도 많이 사라졌는데, 간호대학을 졸업하면 나이팅게일 선서를, 의과대학을 졸업하면 히포크라테스 선서-지금 의대 졸업생들이 하는 선서는 원문의 축약판이다-를 한다.

혹 히포크라테스가 현대 의사를 보면 “난 너희 같은 제자를 둔 적 없어!”라고 외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은 그는 의학자이기 전에 철학자였다. 그는 의사가 할 일은 환자의 자연치유력을 도와 병을 이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뉴스메이커 2007년 10월 23일자 「정동 초대석」이라는 란에 부산지법 황종국 부장판사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그는 과거에 기존 의료 체계에서도 못 고치는 축농증과 비염을 대체 요법으로 고침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1992년 무면허 침구사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청구하면서 그는 “병을 잘 고치는 사람이 진정한 의사”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고 한다. 1962년 제정된 의료법으로 명맥을 이어온 민중의술이 고사 상태에 이르렀다고 본 그는 1994년에는 직접 이 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헌법 재판소에 제청했다가 거절당한 경험이 있었다. 결국 2005년 민중의술을 살리기 위한 시민 단체 창립에 참여했다.


2008년 4월 7일자 중앙일보에 나가타대학 아보도오루 교수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그의 저서가 국내에서도 12권이 출간된 바 있는데, 『면역혁명』, 『약을 끊어야 병이 낳는다』, 『의료가 병을 만든다』, 『암은 스스로 고칠 수 있다』등의 의료계로서는 심기가 불편할 책을 많이 쓴 사람이다.


그는 그 인터뷰에서 현대의학이 질병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고민없이 대증요법에만 매달리는 것을 지적한다고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현대 암치료의 3대 요법인 수술 ․ 항암제 ․ 방사선 요법으로는 암을 치유할 수 없다. 이들 치료는 암세포의 크기를 줄일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동시에 우리 몸의 면역 활동을 억제해 림프구를 격감시킨다. 암과 싸울 능력이 없어지니 암이 재발하면 전보다 더 빠르게 진행돼 손쓸 방법을 찾지 못한다.  


현대 의학은 그 자체로 매우 신비롭고 두려운 존재가 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들은 의사의 지시와 처방, 그리고 심지어는 수술까지도 의심하거나 질문하지 않고 받아들인다고 한다. 남성들보다 병원에 갈 일이 7배나 많은 여성들은 너무나도 위험하고 불필요한 의학적 ‧ 외과적 처치의 희생자들이다. 이런 부당 행위는 질병을 찾고 치료하는 것을 배울 뿐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돕는 방법은 배우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한다. 현대의학이 가볍게 여기는 전통적인 자연 치료법은 오늘날에도 신빙성 있으며, 실제로 많은 처방들이 효과가 있다.

건강 유지는 환자와 의사가 공동으로 하는 것이며, 최후 결정권은 환자에게 있음을 처음부터 주치의에게 명확하게 해두어야 한다. 환자 스스로가 자신을 지켜야 한다. 의사에게 설명을 요구하고, 그가 내리는 진단과 처방하는 약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하자. 의사를 경외의 대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여러분이 그와 동등한 존재라는 사실을 의사가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의사가 여러분의 존경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면 여러분도 그와 똑같이 존경받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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