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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May 17. 2020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받아서 돈 빌려달라던 선배님!

내 신용 등급은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내가 처음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건 1998년도로 기억한다.


당시 길거리에서는 무차별적인 신용카드 영업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대학생들도 별다른 직장이나 소득증빙 없이도 카드를 발급해 주던 시기였다. 처음으로 신용카드를  발급받고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이 작은 플라스틱 한 장으로 돈을 쓸 수 있다니, 당시 사장 포함 직원 3명의 작은 개인회사를 다니고 있었던 내 월급은 100만 원도 채 안 되던 때였고, 이마저도 당장 내일 문을 닫아도 이상할 거 없는 회사였다.


대체 나를 뭘 믿고 신용카드를 발급해 준 거지?




신용이라는 말은 ‘당신이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등급화 한  것이다.


신용카드회사와 은행을 포함한 많은 금융 기관들은 우리의 신용 등급에 따라 대출 이자율과 카드 한도 / 대출금액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신용등급 1등급 고객이 은행으로부터 마이너스 대출을 2%에 받을 수 있다면, 6등급 고객은 8%의 금리를, 그 이하 고객에게는 아예 대출을 해주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신용 등급은 개별 은행이나 금융 기관에서 직접 만들기보다는 외부의 전문기관에서 평가한 등급을 이용하고 있는데 현재 대표 신용평가 기관인 두 회사에서 전 국민의 신용 등급을 산정하고 금융 기관에 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 : www.koreacb.com)

한국신용정보(NICE : www.nice.co.kr)


이와는 달리, 비영리 기관인 전국 은행연합회(www.kfb.or.kr)는 1995년 시행된 ‘신용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설립된 ‘종합 신용정보 집중 기관’으로 국내 모든 금융 기관의 신용 정보를 집중 관리하고 있다. 전국 은행연합회에서는 금융 기관에서 발생하는 각종 신용 정보 및 공공 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공공 기록 정보를 집중하여 신용 정보 제공·이용 기관은 물론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 감독원 등의 공공 기관 및 신용 정보업자 등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연합회는 앞의 신용정보회사들과는 달리 법률에 의해 등록된 공적 집중 기관으로, 금융 기관으로부터 금융 거래 등 상거래와 관련된 신용 정보를 집중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신용정보회사는 전국 은행연합회로부터 신용 정보를 제공받는 이외에 통신 사업자, 유통업자, 중소기업 등으로부터도 이동 통신 요금 체납 정보, 백화점 카드 대금 연체 정보, 상거래 채권 연체 정보 등의 신용 정보를 자체적으로 수집하여 보다 더 세부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개인의 신용등급을 산정한 후, 그 정보를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 기관들은 기관별로 개인의 부채 상환 능력을 수치화해서 1~10등급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보통 7~10등급은 저신용자로 분류되어 은행권에서 대출을 잘해주지 않는다. 이러한 신용 등급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서 변동이 되는데 중요한 건 신용 등급 조회를 하면 할수록 등급이 하락한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부채나 보증이 많고 연체가 많거나, 최근 조회 기록이 잦을수록 신용 등급은 하락한다.




은행에서 신용 등급을 조회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예금이나 펀드에 가입할 때 신용 등급을 조회하지 않는다. 대출이나 카드를 신청할 때 금융 기관에서는 신용 등급 조회를 하게 된다. 은행 시스템에 고객의 주민번호를 조회하면 바로 온라인으로 신용 등급 조회 결과를 알려주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대출 및 카드 발급 여부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때 당신이 A 은행, B 은행, C 캐피털, D 저축 은행 모두에서 대출 신청을 하거나 카드 발급을 많이 할수록 신용 조회 횟수가 올라가지 않겠는가?


똑같은 1천만 원의 은행 대출이 있는 두 명의 고객인데, A 고객은 금융 기관의 신용 등급 조회 횟수가 한 번인 반면, B 고객은 열 번이라고 가정해 보자. 은행 입장에서 봤을 때 고객 B는 대출을 더 받기 위해서 금융 기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각 금융 기관마다 자기에게 대출을 얼마나 더 해줄 수 있을지, 금리는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알아본 것이라고 해석하고 돈이 급하게 필요한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돈이 급하게 필요하여 절절매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돈을 빌려줬을 때 누가 잘 갚을 수 있을까? 돈이 급하게 필요해서 절절매던 사람에게 대출을 해줬을 때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신용 등급 조회 횟수가 높은 사람의 신용 등급은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카드 및 휴대전화 요금의 이체가 늦어져서 신용 등급이 하락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데, 많아 봤자 10만 원이 안 되는 핸드폰 요금이 연체되었다고 해서 신용 등급을 하락시키는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10만 원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사람이 큰돈은 잘 값을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아쉬운 우리 스스로 신용등급이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나의 신용 정보를 조회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보장받은 권리다. 아래의 두 사이트에서는 신용등급 조회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나이스 지킴이

https://www.credit.co.kr 접속→ '체험하기' 클릭→ '전국민 신용조회 신청' 클릭→ '전국민 무료 신용조회 신청' 클릭→ 신용등급 확인


올크레딧

http://www.allcredit.co.kr 접속 → ‘전국민 무료신용조회’ 클릭 → ‘열람하기’ 클릭 → 신용등급 확인




특히 주의해야 하는 사항은 바로 신용카드사의 현금 서비스와 카드론인데, 그 사용 금액과 사용 횟수에 따라 신용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의 경우 신용 등급별로 큰 차이가 나서 신용 등급이 좋은 사람의 경우에는 은행의 신용대출 이자와 신용카드사의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의 이자율이 거의 비슷하게 나온다.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한 우리의 입장에서는 은행 가서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보다 가까운 ATM에서 현금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전화 한 통으로 손쉽게 수천만 원의 카드론을 받는 것이 더 편하겠지만, 이 두 서비스는 달콤한 악마의 유혹 그 자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현금 서비스와 카드론을 받는 순간 스스로 ‘저는 급전이 자주 필요한 사람입니다. 저에게는 대출 이자율을 조금 더 높게 받으셔도 됩니다.’라고 온 금융 기관에 소문을 내면서 돌아다니는 것과 같다. 현금 서비스와 카드론을 받는 순간, 모든 금융기관에서는 그 사실을 알고 당신의 신용등급을 낮추는 한편  대출금리를 올리고 한도를 왕창 낮출 것이다.


신용 등급을 나쁘게 만드는 것은 무척이나 쉽다. 무이자를 외치는 대부 업체나 제도권 금융을 표방하는 저축 은행에 잠깐 방문하여 대출 조회를 하거나,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카드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을 몇 번 받으면 된다.


반면 신용 등급을 올리기 위해서는 기나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마치 백만 원을 하루에 쓰기는 쉬워도 모으기는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인 셈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한 개의 주거래 은행과 거래하면서 신용을 쌓는 것이 가장 좋다. 은행은 급여 및 기타 자동이체 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어 한 은행에서 통합 관리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신용 카드 역시 여러 개를 동시에 사용하기보다는 주거래 은행의 신용 카드를 한 장만 사용하되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의 한도를 미리 0으로 요청을 해서 사용하는 것이 나의 신용 등급을 올리고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신용 등급이 하락하면 은행은 바로 금리를 올리지만 반대로 신용 등급 상향은 은행이 따로 통보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스스로 챙겨야만 이자를 아낄 수 있다. 금융기관은 우리의 친절한 이웃이 아니라 VIP 고객의 충실한 하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용카드를 발급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학교 선배가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2백만원이었던가? 당연히 나는 빌려줄 돈이 없었다. 월급 150 정도의  회사를 다닌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돈이 있을 턱이 없었다.  


'너, 신용카드 있잖아? 현금서비스받아서 빌려줘'


아,, 당시 금융문맹이었던 나는 바로 ATM기로 가서 현금을 뽑아서 선배에게 이체를 해 주었다. 그리고 그 돈을 돌려받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것도 쪼개서 받았으니 처음 사회생활 시작 후 소위 말해서 된통 당한 것이다. 그 후, 나는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때마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의 한도는 무조건 0으로 바꾼다. 약간의 트라우마랄까?


그 사건 이후 선배와는 어떻게 되었냐고?


음, 나는 그 후 몇 년이 흘러서 카드회사의 RISK 분석팀에서 일하게 되었고, 당시 나의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돈을 빌려간 그 선배는 빅데이터 분석 회사를 창업해서 지금은 어엿한 CEO가 되었다.


'선배, 그때 내가 금융문맹이어서 빌려줬지, 지금 같아서는 어림도 없어요.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술이나 진하게 사슈'


Ps > 이 글이 나가자마자 위 대표님께서 화들짝 놀라면서 전화가 왔다. 내가 돈을 빌렸었니? 그걸 넌 현금서비스받아서 날 빌려주고? 내가 돈을 다 갚긴했지? 이상하게 난 기억이 없네, 그랬다면 미안 ~ 나중에 시간 되면 사무실로 와.


역시 돈은 빌려준 사람만 기억하고 빌려간 사람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리는 것인가. 그때 이자도 제대로  받았는데 다음  정도에 선배 회사에 놀러 가서 비싼 술이랑 안주 잔뜩 얻어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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