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학소년 Oct 05. 2020

저기....미안한데, 보험 하나 가입해주면 안되겠니?

(보험-3) 우리는 보험을 어디까지 들어야 하는가?

지난 22년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문학소년에게 보험가입을 권유한 분들이 5분이 있었다. 아래에서는 이분들의 성함을 편의상 ABCDE라고 하겠다.  


 번째는  20 , 벤처를 창업하고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문학소년 밑에서 일을 하던 A 씨가 갑자기 퇴사를 했다. 썩 일을 잘하시지는 못했지만 인간적인 분이었고 퇴사 후 3개월 정도가 지나서 밥이나 한번 먹자고 전화가 왔다. 벤처 사무실이 있던 역삼동의 한 커피숍에서 A를 만났고 당시 문학소년은 결혼을 2개월 정도 남겨둔 상황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이에요. 퇴사하신 지 3개월 정도 되셨는데 지금 무슨 일 하세요? A 씨는 갑자기 가방에서 두꺼운 서류들을 주섬주섬 꺼내더니 다짜고짜 이야기를 했다.


결혼 축하드려요, 문학소년님, 이제 결혼도 하시는데 종신보험 하나 가입하셔야 하지 않겠어요?


당시 문학소년은 종신보험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설명을 들어보니 보험료는 월 15만 원이고 30년간 납입하면 내가 언제 죽더라도 약 2억이 나오는 종신보험이었다. 당시 2억은 서울 외곽의 웬만한 20평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큰돈이었다.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죽을 뻔한 기억도 있었고, 내가 죽더라도 와이프는 뭔가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자금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잠시 고민 후 가입했다.


그리고 얼마 후 창업했던 벤처는 망했는데, 당시 월 15만 원을 세금같이 꼬박꼬박 납부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 아직까지 납입 중이고 몇 년만 더 불입하면 끝나니 그대로 둘 예정이다. 얼마 후면 납입도 끝나고 지금은 월 15만 원의 부담감이 예전에 느꼈던 15만 원에 비하면 엄청 작아졌다. 그리고 그동안 종신보험금 타 먹을 일 없이 문학소년의 몸이 잘 버텨줬으니 이 종신보험은 제 역할을 다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A는 그 후 한번도 문학소년에게 연락을 준 적이 없었다. 이미 종신보험 팔아먹었으니 더 이상 빼먹을 게 없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 아마 연락을 줬으면 다른 고객들 소개 좀 시켜줬을 텐데.....


두 번째는 약 17년 전 H 사를 다니고 있을 때였다.


대학교 다닐 때 그토록 당당하고 멋있었고 학교에서 데모할 때 정문 앞에서 붉은 깃발을 들고 우리들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던 운동선수와 같은 체격의 선배 B였다. B 선배는 IMF 가 터지기 1년 전 졸업해서 나름 괜찮은 곳에 취업을 했었다.


그렇게 친하지 않았던 B선배가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갑자기 전화가 오더니 다짜고짜 내일 점심에 보자고 하고 전화를 끊었고, 당시 문학소년이 다니던 여의도의 H카드사 정문 앞으로 찾아왔다. 세상에, 나는 B선배가 바로 앞에까지 왔는데 못 알아봤다. 그 좋았던 체격은 거의 해골이 되었고 나와 이야기를 할 때마다 손수건으로 연신 입을 가리면서 콜록콜록 기침을 하셨다.


선배님. 오래간만이에요. 여의도까지 어쩐 일이세요. 그런데 선배님 살이 엄청 빠지신 거 같아요. B 선배는 가방에서 두꺼운 서류들을 주섬주섬 꺼내더니 다짜고짜 이야기를 했다.


문학소년 좋은 회사 다니는구나, 나 그동안 암에 걸려서 투병생활을 좀 했다. 내가 아파보니 보험의 중요성을 알 수 있더라. 그런데 일단 암에 걸리니 들 수 있는 보험이 없어. 너도 나중에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보험 하나 들어놔. B선배는 문학소년에게 변액보험 신청서를 내밀었다.


이미 종신보험이 있다고 이야기를 하니 이번에는 연금보험 신청서를 내밀었다. 그러나 당시 문학소년은 전 재산과 엄청난 융자를 받아서 시작했던 와이프의 학원이 망한지 얼마 안 된 때였다. 매 달 대출금을 값느라 허덕허덕 할 때라서 B선배의 보험을 가입하지 못했고, 문학소년의 당시 상황이 보험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을 파악한 B 선배는 문학소년이 사준 맛있는 점심과 차 한잔을 마시고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B선배는 보험을 안 들어준 후배에게 크게 실망했는지 그 후 한번도 연락을 준 적이 없다. 아마 연락을 줬으면 몇년 후 형편이 핀 문학소년이 다른 보험 가입했을 텐데.....


세 번째는 약 15년 전, 현재의 은행으로 막 이직한 직후였다.


학교 다닐 당시 친하게 지냈던 삼수를 해서 대학을 들어온 동기 누나가 갑자기 전화를 했다. 동기 누나는 88학번 선배와 결혼을 했고, 그 88학번 선배도 문학소년과 일면식이 있는 분이었다.


누나는 남편이 얼마 전 생명보험 회사로 이직을 했다고 하면서 보험은 가입하지 않아도 되니, 한번 상담을 받아보라고 부탁을 했다. 보험회사 영업사원이 상담만 해 줄리가 없지만 당시 문학소년은 절세 목적으로 연금보험을 하나 들 생각이 있었다. 88학번 선배 C는 문학소년이 일하는 은행으로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결혼식 때 뵙고 처음 뵙겠습니다. 누나에게 이야기 들었습니다. C 선배는 다짜고짜 유니버설 보험을 하나 들으라고 이야기했다.


선배님, 저는 유니버설 말고, 연금보험 하나 가입할 생각이 있습니다.

야야, 연금보험 들지 말고 이거 유니버설 보험이 최고야. 이걸로 들어

저 이미 종신보험 있어요, 연금보험 하나만 더 가입하려고 합니다.

어허, 선배가 이야기하는데, 유니버설 보험이 지금 핫하다니까.


결국 C 선배는 끝까지 유니버설 보험을 권유했고, 문학소년은 끝까지 유니버설 보험을 들지 않았다. 88학번 선배는 툴툴 거리면서 돌아갔다.


C선배가 가고 나서 문학소년은 은행의 1층 영업실로 가서 10년간 월 25만 원을 납입해야 하는 개인연금보험을 가입했다. 10년 간 절세 효과를 톡톡히 봤고, 5년 전 납입을 모두 완료해서 55세 연금 개시일이 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 때 받을 연금이 얼마나 큰 돈이겠느냐만, 그래도 그 돈으로 와이프랑 한 달에 한번 부담없이 맛있는 거 먹을 수 있겠지..


얼마 후 C 선배는 보험회사를 그만두고 개인사업을  하다가 결국 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영업을 계속 그런 식으로 하셨다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과였을 텐데.....


네 번째는, 약 10년 전이었다.


광화문역에 본사가 있는 보험사 본사에서 일하던 대학 동기 D가 갑자기 연락이 왔다. 학교 다닐 적에 그렇게 친하지 않았던 동기였다. 밥도 같이 먹은 적이 거의 없으니까.


문학소년, 오래간만이야. 아직 은행 본사에 잘 다니고 있구나. 나 본사 인사팀에서 영업팀으로 옮겼다. D는 자신의 설명을 한 번만 들어달라고 한 뒤 1시간 정도 보험이란 무엇이고 왜 보험을 가입해야 하는가를 문학소년 앞에서 강의를 했다. 그리고는 변액 유니버설 보험 신청서를 들이밀었다.


미안한데, 나 보험 가입할 형편이 안되, 미안해.


야야, 문학소년, 그동안 책도 10권 넘게 쓰고 인세도 많이 받았을 거고, 지금 은행 다니면서 월급도 많이 받을 텐데 너무한 거 아니냐?'


맞아, 나 그동안 책 써서 인세도 많이 받았고, 지금 은행에서 연봉 적지 않게 받고 있어,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보험을 파는 건 아니지, 내가 보기에 너의 영업방식에 문제가 좀 있다.


얼마 후 D 는 영업에서 본사 교육팀으로 다시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영업하는 걸 신입 영업사원들에게 교육했다가는 큰일 날 텐데.....




오늘은 보험의 마지막 날로, 금융기관에서 우리들에게 팔고자 하는 보험의 종류인 변액 유니버설 보험을 자세하게 살펴본 후, 우리가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보험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


이 후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밀리의 서재에서"적금밖에 모르는 문과생의 돈공부"를 검색해 주세요. 강성범(문학소년) 저-2022년 1월 출간   https://millie.page.link/GCLV2




브런치 독자분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자네는 딱 노력하는 만큼 받을 팔자야] 브런치 북이, 2022년 브런치북 프로젝트 특별상을 받아서, 글라이더 출판사에서 책으로 출간이 되었습니다.  구석구석 발품 팔아 누볐던 서울 아파트 상세정보와, 부동산 재테크와 관련한 핵심 정보들을 추가하였습니다.  


자네는 딱 노력한 만큼 받을 팔자야 | 문학소년 - 교보문고 (kyobobook.co.kr)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8494351


▞ 책 속으로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20대와 막 결혼한 30대 신혼부부가 부동산 재테크를 시작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정이 있는 무주택자라면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집 하나 가지고 있지만 남들 오를 때 같이 오르지 않아서 속상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똘똘한 1주택으로 갈아타고, 성공적인 부동산 재테크를 할 수 있을까? 지금은 지방에 살지만 언젠가는 서울 핵심 아파트를 장만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 6쪽     


강남은 지하철과 버스노선이 구석구석 거미줄처럼 연결된 차 없이 다니기 좋은 교통의 요지다. 강남구 임장을 할 때는 강남의 주요 동 들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자녀 교육 때문에 강남을 선택한 학부모들에게 아이가 안전하고 빠르게 대치동 학원가를 걸어서 혹은 학원버스를 이용해서 갈 수 있는지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아래쪽에 위치한 개포동을 기준으로 위로는 도곡동과 대치동이, 그 위로 역삼동과 삼성동, 그 위로 논현동과 신사동,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강에 맞닿아 있는 압구정동과 청담동이 있다. 촘촘한 지하철과 왼쪽 경부고속도로, 오른쪽에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개발 예정인 영동대로 라인까지 사방팔방 빈틈없이 교통망과 개발 호재로 채워져 있는 곳, 이곳이 바로 강남이다.

- 12쪽     


점쟁이의 말에 와이프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침착하게 다시 물어봤다.

“아까 하나가 부족하다 하셨는데 그게 뭔가요?”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 도와줄 팔자야.”

“그런데 누구나 다 노력해야 잘 사는 거 아닌가요?”

“부모 복이 없다고. 심지어 형제자매 복도 없어. 부모가 날개를 달아줬으면 날아올랐는데 날개를 안 달아줬어. 그리고 자네도 마찬가지야.”

“저도요?”

“어. 자네도 아무도 안 도와줘.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해.” 

와이프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럼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래도 노력하면 돼. 남편은 딱 노력하는 것만큼 받을 팔자야.”

“무슨 팔자가 이런가요? 딱 노력하는 것만큼만 받을 수 있다니요.” 와이프는 한숨을 쉬었다. 

“무슨 팔자가 이러냐니! 세상에 노력을 죽도록 해도 뜻대로 안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 33쪽     


(기초 2) 재테크와 부동산 공부는 돈을 모은 후에 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주춤한 지금, 우리는 더 우울해졌다. 지금 살고 있는 집 가격은 떨어졌고, 가고 싶은 아파트는 천정부지로 올라버렸고, 심지어 아직 전세나 월세로 사시는 분들도 부지기수다. 보유 중인 자산으로는 ‘영끌’을 해도 강남은 커녕 서울 주요 신축 아파트는 꿈도 못 꾸는데 시간 내서 공부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이는 ‘지금 돈이 없는데 재테크 공부를 당장 할 필요가 없지 않나요?’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 지금 돈이 없다고 공부를 하지 않고, 돈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재테크 공부를 시작하는 게 맞을까? 

재테크 공부는 돈을 모으기 위해서 하는 공부지 돈을 모은 후에 하는 공부가 아니다.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다. 부동산 공부는 좋은 부동산을 사기 위해서 하는 공부다. 좋지 않은 부동산을 어쩌다 매입 후 그때서야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는 건 쓸모없는 짓이다.

- 256쪽     


(1)2023년 하반기 청약 트렌드와 전망

왜 규제를 다시 풀어주는 걸까? 정부는 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미분양 주택의 증가로 인한 건설회사의 줄도산도 원하지 않는다. 말로는 시장원리에 따른다고 하지만, 정작 대형 건설사가 미분양으로 인해서 도산의 위기에 처한다면 정부는 그 건설사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미분양 주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주택자가 아닌, 유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이 지갑을 열어서 미분양 아파트를 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전에 재미를 봤던 유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은 미분양 아파트도 잘만 고르면 시간이 흘러 알짜배기가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는 무주택자뿐이다.

- 264~265쪽



작가의 이전글 20년 차 작가가 브런치를 시작하고 6개월이 되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