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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Oct 09. 2020

하마터면 운전을 멈추고 상사의 멱살을 잡을 뻔했다.

(자동차와 재테크-2) 비슷하게 보이지만 분명히 다른 자동차 리스와 할부

약 16년 전, 여의도의 H 카드를 다니다가, 같은 건물 H 캐피탈로 발령받은 대리 문학소년은 양재동의 H 자동차 본사를 자주 방문했다. 그게 우리 팀의 업무였다. 팀 이름이 'OOO 협력팀'이었으니까.


당시 문학소년의 상관이었던 K 과장과 C 차장님은 각각 명문대를 졸업한 후, H 자동차로 입사했다가 H캐피탈 설립 시 자동차 회사의 재무팀 등에서 차출되어 오신 분들이었다, 우리 팀의 헤드였던 팀장님과 상무님 역시 H 자동차와 K자동차 출신이셨다.


그래서 그런지 양재동 본사에는 이분들의 친구들과 아는 분들이 꽤 많았다. 오로지 문학소년만 아는 사람 1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미팅 상대는 하늘과 같은 H 자동차 영업 부장님들이었다. 우리 팀의 주요 업무는 영업 부장님들을 무조건!! 지원하는 업무였다. 팀 이름이 'OOO 협력팀'이었으니까.


어느 미팅 날이었다. K 과장과 C 차장님이랑 같이 양재동 본사로 가서 회의를 하는데, 한 영업 부장님이 문학소년을 보면서 이야기했다.


자네 글 좀 쓰나?

네? 글이요? 이때 C 차장님이 한마디를 하셨다.

문학소년 진짜 작가예요. 야, 너 이태까지 책 4권 냈냐? C 차장님은 나를 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아.. 네.. 5권 정도 썼습니다.


아~ 그래?  잘됐네, 그러면 우리 자동차 영업사원들을 위한 작은 인터넷 잡지 하나 만들어 봐!

인터넷 잡지요? 혹시 어떤 글을 써야 할까요?

그건 자네가 알아서 해야지. 영업 부장님은 C 차장을 스윽 쳐다봤다.


아우, 그럼요, 어떤 인터넷 잡지를 만들지 다음 회의 때 목차랑 같이 PT 드리겠습니다. C 차장은 마치 자기가 일을 할 것처럼 당당하게 이야기를 했다. 회의가 끝나고 회사차를 타고 오는 길에, C 차장은 운전을 하던 문학소년을 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문학소년이 이런 거 전문이니 PT 자료랑 잡지 목차 하나 만들어 봐, 아유, 난 모르겠다. 하마터면 운전을 멈추고 C 차장의 멱살을 잡을 뻔했다.


당시는 H사와 K사가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70% 를 넘기는 상황이었고, 수입차 시장의 문이 활짝 열리기 직전이었다. 이제 막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타던 국산차에서 눈을 수입차로 돌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수입차 딜러들은 고객들에게 리스를 마구 권유하던 시절이었고 많은 분들이 딜러의 권유대로 재테크 성공에 반하는 리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문학소년이 만든 인터넷 잡지 1호의 Main 기사는 "할부와 리스 상품에 대한 이해"라는 글이었다. 오늘은 자동차와 재테크 세 번째 글로, 리스와 할부의 차이점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지극히 평범한 샐러리맨인 우리들이 만약 자동차 딜러를 만나서 할부로 차를 살 계획이라고 한다면 이와 같이 말하는 딜러들이 있을 것이다. 고객님, 차라리 리스로 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리스와 할부는 거의 동일하고 비용을 조금만 더 부담하시면 리스 기간 내내 자동차가 고장이 나거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모든 것을 알아서 다 처리해주기 때문에 편리합니다.


이때 만약 여러분이 ‘리스와 할부는 동일한 건가요?’라고 딜러에게 말한다면 여러분은 딜러의 마법에 덜커덕 걸려든 것이다. 왜냐하면 리스와 할부는 엄연히 다른! 상품이기 때문이다.


일단 리스는 자동차의 소유권과 명의가 리스회사에게 있다. 리스로 계약한 자동차는 내 차가 아니라 법적으로 리스회사의 차라는 이야기다. 이는 제주도에 놀러 가서 자동차를 렌트해서 다니는 것과 유사하다. 제주도 여행이 끝난 후에는 당연히 렌트회사에 반납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간에 차가 고장이 나면 렌트회사에서 새 차로 교환을 해 주고, 사고가 나도 무상으로 고쳐주면서 안전한 여행이 될 수 있게 지원해 준다. 이렇게 좋은 서비스를 해주고 매월 내야 하는 렌트비용과 월 할부 비용이 비슷하다고 딜러들이 여러분을 유혹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우선, 리스는 만기 시 소유권 이전이나 염가구매 선택권, 리스 기간과 내용연수, 자산가치와 리스료의 현재가치 등을 기준으로 금융리스와 운용리스로 분류될 수 있다. 금융리스는 리스 기간이 종료하거나 그 이전에 리스 자산의 소유권을 무상 또는 일정한 가액으로 이용자에게 이전하기로 약정하고 리스자산의 염가구매 선택권이 이용자에게 주어지는 리스다.


치명적인 함정은 바로 리스 기간 종료 후다. 리스 기간이 종료되면 그 리스차량에 대해서 구매/반납/재리스가 가능하다, 반면 할부는 할부기간이 종료되면 차량은 무조건 여러분 것이 된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리스와 할부가 같다고 생각되거나 리스를 선택한다면 당신은 아래 중 하나다. 정말로 돈이 많아서 리스 기간 종료 후에 자동차를 리스회사가 가져가도 상관이 없는 부자이거나, 짧은 기간에 자동차를 여러 번 바꾸는 게 취미이거나, 사업자 등록증이 있어서 리스비용을 법인세 비용처리를 할 수 있어서 법인세 절약 효과를 누릴 수 있거나! 아니면 피치 못 할 사정이 있거나!  그러나, 당신이 평범한 월급쟁이라면 자동차 리스는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 행복한 가정을 유지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우리가 자주 방문하는 은행을 살펴보자. 은행원도 회사원인 이상, 상사로부터 평가를 받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들 은행원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를 받는 것일까?


언뜻 생각해 보면 통장을 많이 만들고 그 통장에 고객의 돈을 많이 유치하는 은행원이 은행으로부터 평가를 잘 받고 승진을 잘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점에서 근무하는 대부분의 은행원은 은행에 가장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상품을 많이 팔아야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장에 예치를 많이 하는 은행원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아니냐고? 물론, 고객의 예치금액이 수십~수백억 원에 달하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이렇게 수십 억의 금액을 통장에 예치할 수 있는 고객들은 우리가 가서 상담하는 일반적인 창구 직원들을 만나지 않는다. 이들은 창구 뒤 룸에서 PB들과 업무를 하기 때문이다. 아래의 일반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고객과 상담하여 정기예금 천만 원과 월 10만 원을 납입하는 1년 만기 정기적금, 입출금 통장의 세 가지 상품을 개설한 A은행원과 은행에서 파는 보험인 방카슈랑스 월 50만 원짜리 보험상품을 판매한 B은행원이 있다. 어느 은행원이 더 평가를 높게 받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만 원을 예치하고 적금과 통장을 개설한 A은행원이 B은행원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A은행원이 개설한 상품으로 은행은 얼마나 돈을 버는 것일까? 먼저 은행의 적금상품은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서는 은행에 있어서 마이너스 상품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아무리 정기적금을 많이 가입해도 은행 입장에서는 돈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천만 원 예치금액은 어떨까? 여러분이 천만 원을 은행에 예치를 해도 은행은 연간 0.5%도 남지 않는다. 천만 원의 0.5%면 5만 원이다. 그리고 고객이 이 돈을 얼마나 오래 예치할지도 미지수다. 입출금통장 역시 마찬가지다. 은행의 단기 수익성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 은행에서 파는 보험인 방카슈랑스는 이보다 더 큰 수익을 은행에 안겨준다. 이렇게 보험을 열심히 판 B 은행원은 향후 큰 보너스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리스는 자동차 영업사원들에게 있어서 은행의 방카슈랑스와 같은 상품이다. 그만큼 파이낸스 회사에 이익을 많이 가져다주는 상품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5천만 원짜리 차를 현금을 내고 구매한다면 앞으로 고객에게서 자동차 회사가 뽑아낼 수 있는 건 무상수리가 끝난 후 유상 수리로 인한 부품비용에 불과하다. 그러나 고객이 리스로 차를 구입한 순간, 파이낸스 회사는 리스 기간 동안 엄청난 리스료를 받게 되는데, 이렇게 돈을 많이 벌어다 주는 리스상품을 팔아주는 자동차 영업사원에게 파이낸스 회사에서 많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리스가 자동차 파이낸스 회사에 돈을 많이 벌어다 주는 상품이라는 건, 바꿔 말하면 평범한 월급쟁이 고객의 입장에서는 손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사업자라서 리스로 인한 법인세 절감 효과 등을 받을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기타 피치 못할 사유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이 만약 평범한 흙수저 월급쟁이라서 내야 하는 세금이 근로소득세뿐이고, 충분히 할부로 살 수 있는데 자동차를 리스로 이용한다는 건, 자동차 파이낸스 회사의 호주머니에 여러분의 월급 일부분을 헌납하는 행위다. 정말로 리스가 필요한 것인지, 꼭 리스로 차를 사야 하는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결정하도록 하자.




일주일 후, 우리는 다시 H 자동차를 찾았고 그동안 문학소년이 머리를 쥐어 싸매고 만든 인터넷 웹진과 관련한 PT를 영업부장님들 앞에서 진행했다.  


오, 아주 좋아, 이대로 만들면 되겠는데? 아, 하나만 더 추가해 봐, 우리 영업본부별로 월 1회 우수 영업사원을 선정하는데, 이분들과 정기 인터뷰를 하고 인터뷰 기사를 올려주는 거 어떨까?


네? 인터뷰요? 누가 인터뷰를 나가야.... 이때 C 차장님이 끼어들었다.


아주 탁월한 아이디어입니다. 저희가 인터뷰해서 기사 올리겠습니다. 문학소년은 C 차장님을 쳐다봤다. 회의가 끝나고 회사차를 타고 오는 길에, C 차장은 운전을 하던 문학소년을 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문학소년, 잘할 수 있지? 아유, 난 모르겠다. 네 전공이잖아? 하마터면 또 운전을 멈추고 C 차장의 멱살을 잡을 뻔했다.


그로부터 1주일 뒤, 문학소년은 카메라 하나를 들고 월 1회 H 자동차에서 지정해 준 이 달의 영업왕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때는 바야흐로 지금의 은행으로 이직하기 1년 전이었다.


당시 문학소년은 H 자동차가 지시하는 모든 일을 해야만 했다. 팀 이름이 'OOO 협력팀'이었으니까.


카메라를 들고 인터뷰를 시작한 지 수개월이 흘렀고, 대리 문학소년은 H카드에서 같이 일하다가 퇴사한 상사였던 W 과장의 전화를 받았다.


https://brunch.co.kr/@ksbue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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