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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Dec 15. 2024

♬용감하고 씩씩한 월미도 친구

월미수산 아쿠아리움 엽편소설#14

오전 11시 30분, d래곤은 건어물 가게 구석에 있는 벽걸이 달력에 적힌 일정을 확인하면서 말했다.


'어디 보자.. 오늘은 구운 김 배달 일정이... 오전에 하나가 있으니 여기 먼저 갔다 오고 나서 나도 가게에서 밥을 먹어야겠다.'


d래곤은 방금 막 구운 김을 정리하더니, 한 다발을 만들어 스쿠터 뒤에 싣고 헬멧을 쓰면서 말했다.


'그런데 왜 해달 선생님이 카톡으로 사진을 안 보내주시지? 하기사 시칠리아가 볼 데도 많고 너무 멋있긴 하지. 관광하시고 내가 알려준 맛집 가시느라 사진 보내주실 틈도 없으신가 보네.'


분홍색의 동그란 헬멧을 쓴 d래곤은 연두색의 스쿠터 시동을 걸고는 소월미도 등대로 향했다.



***


도도도도도도도     


"안녕하세요. 주문하신 구운 김 가지고 왔습니다."


잠시 후, d래곤이 소월미도 등대로 올라가서 등대 문을 열면서 말하자 등대 안에 있던 향팀장을 비롯한 향유고래 팀원들이 반갑게 d래곤을 맞이했다.


"어서 와요. 딱 맞게 오셨네. 와.. 구운 김냄새 죽이는데요? 우리 도시락 먹을 건데 같이 먹어요."

"네? 아니에요. 저는 가게에 가서 먹으려고요."


"에이, 우리 고래들 섭섭하게 그러지 말고 같이 먹어요. 도시락 하나 남아요."


향팀장은 d래곤의 어깨를 잡더니 소월미도 등대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 안에서 도시락 앞에 않아 있는 향유고래들이 반갑게 d래곤을 맞이했다. 향유고래들 앞에 놓여 있는 도시락 사이즈를 본 d래곤이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와.. 도시락 통이 점보 사이즈예요."

"우리 향유고래들이 밥을 좀 많이 먹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특별 주문해서 먹는데 오늘 마침 도시락이 하나 남아요. 전소장님 월차 내신 거 깜빡하고 주문했거든요. 자자. 같이 앉아 먹어요. 안 그럼 이 도시락 처치 곤란이에요. 그러니 부담 가지지 마시고."


"네, 그러면 잘 먹겠습니다."


d래곤은 향팀장 옆의 빈 의자에 앉으면서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도시락 반찬 구성은 큼지막한 계란말이와 브로콜리 볶음, 연근조림, 감자채볶음과 된장국이었는데, d래곤은 커다란 계란말이 하나를 집어서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으면서 회의실 안을 두리번거렸다. 그는 향팀장을 향해 말했다.


"저 팀장님, 저기 벽에 있는 현판글씨는 뭐예요?"

"소월미도 등대를 지키는 우리 팀의 좌우명입니다."


"[용감하고 씩씩한 월미도 친구] 너무 좋은데요? 누가 지어주신 거에요?"

"전임 소장님이 은퇴하시면서 용감하고 씩씩하게 월미도를 지키라고 하시면서 만들어 주셨어요."


"그렇구나, 어? 그런데 다 같이 도시락 드시지 않고요? 밖에 저분들은 왜 같이 안 드세요?"

"우리는 절대 모든 팀원이 동시에 밥 안 먹어요."


"왜요?"

"불시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요. 24시간 내내 레이더를 가동해서 우리 월미도를 들어오고 나가는 분들을 모두 파악하는 게 우리 일이니까요."


"그렇구나, 그래서 저 그때 여기 올 때 그렇게 빠르게 대응하신 거구나."

"그렇죠. 그나저나 가지고 오신 구운 김에 흰쌀밥이 최고예요. 어떻게 김을 이렇게 잘 구우시지?"


***


다들 즐겁게 도시락을 먹고 있는 그때, 회의실 밖에 있던 향유고래 팀원이 급하게 일어서더니 회의실 문을 열면서 큰 목소리로 외쳤다.      


"팀장님, 이상합니다."

"응? 뭐가?"


"이곳 월미도로 100 명 이상의 중무장한 서양 드래곤이 빠르게 공중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점점 속도가 빨라집니다. 곧 이곳으로 도착할 것 같습니다."

"뭐? 100명 이상의 서양 드래곤이?"


"그리고 더 이상한 거는 그 무리들 속에 월미건어물의 해달 부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순간 d래곤은 자리에서 뻘떡 일어나면서 말했다.      


"해달 사장님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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