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장들] 블라디미르 레닌 1
■혁명가의 태동
1870년, 러시아 제국의 지방 도시 심비르스크에서 태어난 블라디미르 레닌은 비교적 안정된 환경에서 성장했다. 아버지는 교육 행정관이었고, 집안 분위기는 학문과 질서를 중시했다. 어린 레닌은 공부를 잘해서 성적이 좋았다. 반항심도 거의 없어서 정해진 규칙에 순응했다. 어린 시절만 해도 레닌은 체제를 뒤엎을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레닌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사건이 1887년에 발생했다. 그의 형인 알렉산드르 울리야노프가 황제 암살 음모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당시 러시아는 알렉산드르 3세가 철권통치를 하던 시대였다. 반체제 인사에 대한 처벌이 가혹하게 이뤄졌다. 레닌의 형은 사형을 선고받고 처형됐다. 이 사건 이후 레닌은 완전히 달라졌다. 형의 죽음은 단순히 가족의 비극이 아니었다. 국가와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혁명가의 태동'이었다.
레닌은 가만히 있지 않고 행동했다. 대학에 들어간 그는 학생운동에 가담했다. 불행히도 체포돼 학교에서 퇴학당했고 지방으로 추방됐다. 지방에 있을 때, 자신의 사고를 완전히 뒤바꿔놓는 것을 만나게 된다. 바로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혁명 사상이었다.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라는 사상을 접한 레닌은 비로소 혁명가의 면모를 띄기 시작했다. 기존 체제가 개혁으로는 바뀌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며, 조직화된 혁명만이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날이 갈수록 급진적인 혁명가로 변해갔다.
결국 형의 죽음은 혁명가로서의 불씨를 짚혔고, 마르크스의 사상은 그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혁명가 레닌'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한 인간이 겪은 비극, 문제의식, 현실 인식, 사상적 무장, 행동으로 이어진 결과물이다. 그렇게 레닌은 격동의 역사로 거침없이 들어갔다.
■고난의 세월과 학습
레닌은 1895년 혁명 조직 활동으로 또다시 체포됐다. 이번에는 시베리아 3년 유형이라는 혹독한 처벌이 뒤따랐다. 이 시기에 그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지만, 혁명 활동의 기반이 되는 학습의 시간을 충실히 보냈다. 하루의 대부분을 연구와 독서, 집필에 할애했다. 경제학, 철학, 역사 등을 집중적으로 공부했고, 러시아 농촌 구조를 분석했다. 이때 <러시아에 있어서 자본주의의 발전>이라는 첫 주요 저작이 출간되기도 했다. 해당 책에서 레닌은 러시아도 사실상 자본주의로 들어섰으며, 혁명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시베리아 유형이 끝난 후에도 레닌은 러시아에 머무를 수 없었다. 해외 망명 생활을 해야만 했다. 취리히, 제네바, 런던 등을 돌아다니며 유럽 사회주의 운동을 직접 경험했다. 여기서 혁명의 주요 조건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됐다. 바로 엘리트 혁명 조직, '전위당'이었다. 혁명은 저절로 오지 않으며, 조직된 지도 세력이 필요하다는 개념이었다. 이들이 노동자 계급에게 의식을 주입해야 했다.
시베리아 유형과 해외 망명 등 레닌이 겪었던 일련의 '고난의 세월'은 단순한 고난이 아니었다. 오히려 가장 치열한 학습과 준비의 시간이었다. 이 시간을 통해 레닌은 단순한 활동가가 아니라 혁명을 설계하는 이론가로 변모했다. 이제부터는 러시아 혁명의 전반적인 상황과 레닌의 역할을 유기적으로 결부시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