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여행자를 읽고 나서
긴 연휴에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고자 책을 펼쳤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그녀의 발길을 따라 과거 속의 책 여행지로 향했다.
히말리아에서 본 도서관을 시작으로 그녀의 책들은 가볍지 않게 어디론가의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책들의 이야기는 독자들로 하여금 긴 역사의 흐름을 깨어나게 했다.
“꿈결 같은 문장들의 포근함은 따뜻한 난로처럼 집이나 고향 같은 단어를 떠올리게도 했다”라는 말에 어떤 곳인지 그 빛나는 길에 책 속의 여행자가 된 나의 긴 속살을 깨뜨린 기분이다.
그녀의 여행지는 책의 기억과 감각을 깨우는 이야기부터 헌책방의 풍경, 신비한 고서점들을 깊숙이 파고드는 맛이 오래 남을 정도로 그 맛을 잊을 수 없을 묵직함이 있다.
과거를 되짚어 보더라도 자연히 사라져 간 책보다도 사람들의 손에 파괴된 책이 더 많다는 통계는 꼭 충격적이지만은 않다는 그녀의 견해에 동감하는 편이다.
같은 책을 두고 히틀러는 민족주의 사상을 키웠고, 셰익스피어는 예술의 원천으로 삼았다고 한다. 책은 독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비추는 그 어떤 것보다도 정확한 거울이라 말한 것에 와 닿았다.
우리는 갈망이 던져버린 간절함이 인간은 책을 남겼고 책은 우리에게 희망을 남겼다고 했다.
책을 통해 냄새를 맡고, 입맛을 다시고 노래를 부르고 먼 곳을 향해 나가야 한다. 책 읽기는 온몸에 부딪쳐가야 한다는 그녀의 말에는 촘촘히 쌓아 올린 내공이 얼마나 단단하게 뿌리내렸는지 알 수가 있었다.
그녀의 정갈하고 깔끔한 문장은 어느 한 모퉁이의 헌책 골목에서 우연히 부딪힐 것만 같은 지적 향이 묻어난다. 어쩌면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더 앞서 있을지도 모른다.
“책들의 공간 안에서 나를 사로잡았던 감정만큼은 날이 갈수록 선명해진다”라는 문장이 더욱 익숙해질 때 나도 책방 모퉁이에 기대어 이따금 고전 속으로 빠질듯한 기분이 들었다.
헌책방의 책들은 과거에 어떤 주인을 만났고 또 어떤 시간들을 거쳐 왔을까, 책에 적힌 백 년 전의 날짜와 밑줄과 귀퉁이에 적어 놓은 메모들은 누군가와의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일 것이다. 책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그들의 수놓은 수많은 생각들이 삶을 변화시켜고 희망을 불태웠고 지금도 그렇게 우리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이성적 판단을 한다.
그녀는 유럽 서점에서 보내는 시간은 쇼핑이 아니라 전자파로 촘촘한 세상으로부터의 일탈이 되기도 한다고 표현했다. 고급 취향을 가진 아지트, 추억의 장소로 생각할 수 있지만 과거에 현재, 미래에도 있어야 할 책들과 서점은 정신적이고 문화적인 긴 연결고리에 담고 있는 축적되고 응축된 우리의 지혜 숲이다.
이 책은 독특한 개성을 지닌 유럽의 서점과 헌책방, 길거리 서점, 중세 도서관을 탐닉하면서 그곳에 얽힌 역사와 함께 그녀가 만난 서점 주인들, 책 수집가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낯선 곳에서의 질문들은 그녀에게 새로운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또 다른 여행지를 향하는 나침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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