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 책도 훼손·파손 많아 어릴 때부터 올바른 이용 교육을
책은 우리 곁에 늘 존재해 왔다. 책은 우리에게 많은 사유와 정보, 지식, 때론 감동을 곁들여 현실 혹은 이상적인 부족함을 채워주기도 한다. 도서관에 가면 엄청난 양의 책이 서가에 청구기호 또는 수입 순으로 가지런히 나열되어 있다. 압도하는 그 분위기에 매료된다.
제목만 보아도 끌리는 책은 눈이 저절로 향하고 손에 잡힌다. 그 책을 읽다 보니 누군가 밑줄을 긋거나 찢어진 흔적들을 발견한다.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페이지는 안타깝게 아쉬움이 밀려오곤 한다.
엄연히 생각하면 이러한 행동에 대해 제재를 가해야 하겠지만 뚜렷한 도서관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은 현실이다. 훼손 또는 파손이 심할 경우 폐기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다면 인식 변화가 자리 잡는 게 중요할 것이다. 그것이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가는 지름길이겠다.
학교 도서관 책들은 더 심하다. 학교 도서관 도서 중 특히 인기 있는 책들은 낙서 또는 흠집이 있거나 찢어진 경우가 많다.
소설책은 특히 다음 페이지 내용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 그런데 그 페이지가 찢어져 있다면, 책 읽은 사람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 도서관 관계자들이 최대한 보수하지만 당연히 원상태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학교 도서관 사서는 이러한 책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세계 책의 날' 행사 때 훼손되거나 파손된 도서를 선별하여 전시하고 있다. 느낀 점을 쓰거나 아이들에게 책을 소중히 다루는 법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한정적 전달일 수밖에 없다. 결국엔 개개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기도 한다. 도서관 활용 수업에서 책 구조와 명칭을 설명하고, 직접 책을 만드는 과정의 동영상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책을 소중히 다루는 다양한 방법과 사례들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이세 히데코의 그림책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를 읽어주어 책의 소중함을 느끼도록 했다. 책이 생명을 얻어 다시 태어난다는 것을 느끼도록 말이다.
'를리외르'. 프랑스 제본 장인을 뜻하는 말이다. 그들의 세계는 지금도 예술 한 분야로 인정받고 있다. 한때 400~500명이 활동했으나 지금은 세월의 변화에 그 명맥이 끊어져 가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뒷골목 한 모퉁이에서 작업하는 를리외르를 만나 보고 싶다. 사서와 를리외르는 책의 매개로 서로 통하는 관계다.
그들의 책을 대하는 겸손함과 소중히 다루는 장인정신을 우리는 눈여겨보아야 한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책을 너무 소홀히 다루고, 그 변화에 둔해져 있다.
책은 누군가에게 구매돼 읽히고 서가에 꽂혀 있다가, 헌책방으로 가거나 파쇄공장으로 간다. 이러한 헌책은 누군가의 과거이며 미래이기도 하다.
깨끗하게 읽힌 한 권의 책은 또 다른 누군가로 향하게 된다. 그 책은 다시 빛바랜 기억의 순간들이 축약되면서 또 다른 누군가의 귀중한 자산이 된다.
우리는 누군가의 책들을 기억하며 한 장 한 장 넘겨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책을 함부로 대하고 있고, 이러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아이들에게도 책 이용·체험 교육이 필요하다. 책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중히 책을 대하는 겸손한 마음을 둘 수 있도록 말이다.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19619&fbclid=IwAR1CWWwDmDr1wVZFJZW6ZFhJ9UIG0-o8-9lVtvNvoyFPhypXsP6IwY_91Jo 경남도민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