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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도 Dec 06. 2022

그림책 작가의 독립 책방, 통영 '고양이회관'

어릴 적 시골에는 제법 길고양이가 많았다. 고양이는 은근슬쩍 헛간에 자리를 잡았고 알 수 없는 동거는 이사 가기 전까지 이어졌다. 어느 때는 햇살 좋은 마당에서 뒹굴고 어느 때는 방에 들어와 애교를 부렸다. 그 와중에 묘한 감정이 생겼고 한 식구라는 의미를 그때 알았다.
고양이의 연을 '묘연'이라 하는데 '묘연'이 된다는 것은 기다리며 관계의 속도를 늦추거나 맞춰주는 것. 행동 하나 말 하나 눈빛 하나도 깊이 들여다보고 익숙하고도 낯선 세계에 함께 내딛는 것임을 알았다. 사람의 관계보다 어렵다는 사실에 현재는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만 한다.



고양이 회관이라는 책방 공간도 사실 호기심 반, 설렘 반으로 길을 나선 곳이다. 귀엽고 앙증맞은 고양이와 거리를 유지하데 알아간다는 것의 사실 자체만이라도 기대에 차 있었다.



잔잔하게 흐르는 한적한 바닷가가 아름다움을 품은 통영의 용남면 대안마을에 독립 책방이 들어섰다. 통영에서 나고 자란 김미진 대표(작가)는 고양이를 좋아하여 책을 읽고 그림을 그렸고, 그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오래된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하여 고양이 회관을 열었다.



마을 표지석을 지나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멋스럽다. 작은 정자는 마을 어르신의 만남과 사랑방 같은 공간이다. 아담한 마을은 입구부터 따사롭다. 은행잎이 떨어지는 날 책방은 오후의 햇살만큼 향기로웠다. 이 마을의 터줏대감 고양이인 '회관이'는 이방인을 반겼고 나머지 길고양이 친구들은 마실을 갔다. '회관이'는 동네에서 인기가 많은 친구다. '모리'는 오후의 한때를 어떻게 보낼까?


            



고양이 회관의 빨간 벽돌과 노란 문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동네 고양이 집도 한편에 마련됐다. 마을회관이 어떻게 책방으로 꾸며졌는지가 궁금했다. 1층은 책방, 2층은 미진씨의 작업실 공간이다. 책방은 따뜻했다. 창가에 비친 햇살과 조명이 주는 아늑함이 편안함을 주었다. 책방 공간은 미진씨가 직접 만들거나 수집한 고양이 소재로 한 아기 자기한 굿즈와 고양이 관련 책들로 가득 채웠다. 특히 친환경 생분해 화분에 키워보는 바질씨앗도 있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모였다. 디자인과 굿즈와 함께 원데이 클래스를 활동하며 고양이 그림책을 집필하고 있다. 미진씨의 책방은 좋아하는 '고양이' 매개로 책과 이웃, 동물과 자연, 삶이 이어주는 책방은 그저 자연스러움이 만남이 되고 삶의 이야기가 되었다.



김미진 대표는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했던 아이였다. 학교도서관이 주는 편안함에 매일 찾아 책을 읽었다. 사서 선생님과는 친할 정도로 추천도서도 독후감을 챙겨 주셨다. 시험을 끝나면 늘 도서관에 들러 소소한 일탈을 즐겼다. 조용한 나만의 시간을 독점하듯이 서가를 서성이며 우연히 보물 같은 책을 찾았을 때 그 행복감을 오래동안 잊지 못했다고 한다.



직장을 다닌 후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았다. 고양이들이 찍어놓은 발자국은 친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늘 궁금했다. 그림을 친구나 지인들이 칭찬해 주면 너무 행복했었다. 고양이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면서 전국의 책방을 찾았다.

서울 성북동 ‘보냥’ 남해 ‘아마도 책방,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책방 ‘밤수지맨드라미’ 진주의 ‘소소책방’ 등 우연히 발견한 것부터 책방의 진정한 조언을 듣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만나는 책방지기마다 한결같이 "책방만으로 버틸 수 없다. 카페와 기념품, 자기만이 잘할 수 있는 특색을 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책방은 미진씨가 태어나고 자란 통영으로 결정했다. 청년이 떠난 고향을 살리고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은,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직접 설계와 타일, 전기업체를 선정하고 공사를 진행하여 예산을 줄였다. 10월 4일 세계 동물의 날을 맞아 동물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의미와 가치를 더하고자 이날에 책방을 오픈했다. 그녀의 열정으로 만든 책방 공간은 다양한 삶의 공간을 그렸고 녹았다.




 "고양이들은 안락함을 알아보는 빼어난 감식가들이다." (제임스 헤리엇) 앞으로는 편지지나 엽서를 제작해 '참새 우체국'라는 공간에서 책방 손님에게 느린 편지를 쓰는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도록 담고 싶다고 했다. 또 하나 '책 굽는 고양이'라는 1인 출판사를 운영하여 사진책을 만드는 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추천 책으로는 기쿠치 치키가 쓰고 그린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 그림책이 있다. 타인으로부터 따뜻한 말 한마디의 위로가 때론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그림책이라 오늘날 각박한 세상에 꼭 필요하다면 누구나 쉽고 감명 있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라고 했다.


미진씨는 책방 손님들이 고양이에게 힐링되고 위로받으며 조금이나마 일상을 일탈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고양이 발자국이 남긴 메시지를 따라 책방지기의 또 다른 하루가 궁금하다. 고양이 매력에 빠진 날 그날 하루는 포근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85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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