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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도 Jan 20. 2023

서울시, 작은 도서관 “사업 종료” 기사를 접하면서

우리에게 작은 도서관은 무엇입니까? 

역세권보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기분 좋은 도세권이다. 5분 내에 있는 가장 가까이에서 만남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거리낌 없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독서문화의 뿌리가 담긴 곳이기 때문이다. 일론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 위대한 인물들은 마을도서관이나 작은 도서관에서 꿈을 키웠고 정보를 습득했었다. 그만큼 거리감이 없는 도서관에서 위대한 인물이 나온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공간임을 보여주고 있다. 작다고 모든 것이 작은 것만이 아니다. 장서와 프로그램, 공간, 예산이 작지만 그 안에 들여다보면 공간의 다양성에 주목해야 한다. 가장 가까이에서 책을 매개로 주민과 접근하고 소통을 하면 민주주의를 실현한다. 마을의 아이를 키우는 돌봄과 성장을 돕는 훌륭한 역할을 국가가 하지 못한 것들을 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9일 SNS에서 서울시, 작은 도서관 정책 전면 폐기…“사업 종료”라는 기사가 이슈가 되면서 많은 분들이 서로 공유하고 알렸다.      

“서울시가 관내 공립·사립 작은 도서관을 지원해 오던 예산을 전액 삭감하며 지난 10년 가까이 펼쳐온 작은 도서관 지원 사업을 전면 폐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부터 350~380개씩의 작은 도서관을 대상으로 한해 7억~8억 원대씩 지원해 왔다. 전체 지원액은 크지 않지만, 1곳당 평균 150만~200만 원 안팎으로 지원받는 작은 도서관 경우 장서 구입과 운영비 보조(전기세 등)에 주로 사용되며 긴요한 밑천이 되어왔다.”     

어린이와 작은 도서관협회 이은주 상임이사는 “잘 운영되는 도서관도 많은데 구분 없이 일괄 중단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결국 책 읽고 사고하는 시민들을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의식의 퇴행으로 빚어진 잘못되고 부당한 처사다. 공공의 영역에서 다 하지 못하는 독서문화 증진이나 돌봄, 눈에 보이지 않게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다. 마을의 책 사랑방이며 주민의 소통의 환대 공간이다. 이 어마어마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관심의 부재이자, 상식 밖의 문제로 예산지원은 당연한 것임을 왜 모른다 말인가. 도서관이 소멸 위기를 맞은 지방 경제를 되살리고 인구 감소를 늦추는 수단이 되는 일본의 도서관 사례가 있듯이 도서관은 사회적 문화 가치 투자로서 지극히 삶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다. 작은 씨앗에 큰 열매가 맺는 이치다. 정치적 해석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살아내는 가치적 복지의 개념이다.     

작은 도서관에서는 우리의 삶의 이야기가 있다. 평범하고도 아름다운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가 모여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든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처럼 이 작은 공간에도 새로운 것들이 꿈틀대고 있다는 것이다.      

<도서관의 삶, 책들의 운명〉을 쓴 수전 올리언은 “우리 영혼에는 각자의 경험이 새겨진 책들이 들어있다. 개인의 의식은 한 사람이 살아낸 삶의 도서관”이라 했다. 작은 도서관이야 말로 강물이 흘러 바다로 가듯이 우리 삶에 없으면 안 될 존재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려울수록 아주 작은 것들이 때론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현재의 작은 도서관 예산 투자가 지극히 평범한 미래로 가는 힘찬 발걸음이 될 것이다.    




* 이 기사는 1.20.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s://omn.kr/22fp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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