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해 글로벗도서관 김영숙 사서의 끊임없는 도전
우리는 우연히 사람과 책을 만나 삶이 바뀌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김영숙 사서도 사람을 통해 삶이 바뀌었고, 그 삶을 키워낸 사람이다.
12년 차 김영숙 사서의 생애와 작은도서관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지난 6일 오후 5시에 만났다. 결혼하면서 독박육아로 무료했던 삶의 의욕을 불러일으켜 세운 것은 공부였다. 막내가 5살이 되면서 시작한 공부는 매일 아침 도서관으로 향하게 했다고. 방학이면 아이들과 매일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 나들이를 즐겼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학교도서관에서 도서 도우미 봉사를 시작하였고 졸업할 때까지 활동을 했다. 학교도서관에서 봉사하는 모든 일이 신기하고 재미 있었다. 이런 경험이 사서의 길을 걷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책등에 붙여있는 청구기호가 너무 신기했어요. 사서 선생님이 설명을 해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사서가 되어 학교에서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늦은 나이에 문헌정보학과에 입학하여 배움을 실천했다. 졸업하고 팔판작은도서관과 인연이 되었고 집, 일, 도서관 생각만으로 걸어왔다. 현재 글로벗도서관에서 행복한 이용자를 만나고 있다.
책보다 사람을 좋아한다고 소개한 그녀는 사서가 되고부터는 그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을 보면 내면을 읽을 수 있고 관심사가 무엇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인생책'으로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저의 인생책은 살면서 의문이 들 때마다 갈증을 해결해 준 것이 책인데요. 나를 책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 존 스타인백 <분노의 포도>와 삶을 재정비하게 해 준 지광스님 <정진>,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답을 준 사이토 다카시 <내가 공부하는 이유>에요.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인생책은 더 늘어나겠죠."
작은도서관은 이웃과 가장 가까이에서 일대일로 책상담 및 처방을 위한 봉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책과 관련된 재미난 에피소드가 많았다.
"어느 이른 아침에 도서관을 방문한 이용자께서 어제 아이가 읽은 책을 빌리고 싶은데 책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이용자와 스무고개를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림책 코너에 있었고 빨간색이며 표지에 뼈그림이 그려져 있었어요. 책의 크기가 좀 컸던 것으로 기억돼요(웃음)."
그 책은 장뤼크 프로망탈의 <뼈를 도둑맞았어요!>. 책을 찾아주자 이용자의 칭찬에 기분이 좋았다. 20여 전 사서 선생님께 했던 말을 현재 사서가 되어 자주 듣는 말이 되었다. 그녀는 이용자와의 스무고개는 행복한 도서관 일상 중에 하나였다.
처음 도서관 사서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초등 4학년 아이가 "선생님, 이 책 읽어보셨나요? 엄청 재밌어요"라고 추천을 해 준 호아킴 데 포사다의 <바보 빅터>다.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인생을 살고 있으며 우리에게는 날개가 있다는" 감동적이고 희망찬 메시지로 전달되어 누구나 좋아하는 대표책으로 도서관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그녀는 9.11 테러 이후 뉴욕시립도서관의 역할을 엿볼 수 있는 스가야 아키코 <미래를 만드는 도서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도서관이 본연의 역할에 한정 짓지 말고 자리를 잡은 환경과 변화하는 이용자의 환경에 맞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해시의 모든 작은도서관이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할 필요가 없다. 그 예로 미술특화도서관이 탄생했고 다양한 모습으로 자기만의 환경에 맞게 특화된 작은도서관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작은도서관은 큰 도서관에서 할 수 없는 다양한 시도를 주민과 함께 고민하여 실현할 수 있는 이점이 좋다. 아주 가까이에서 이웃 이용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작은도서관의 매력이다.
"작은도서관에서 고민하고 성장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는 자원봉사자, 운영위원, 이용자를 보는 것만이라도 행복해요."
"독서 지도의 종착역은 자아실현이라고 생각해요. 도서관에서 책문화를 함께 나누고 소통하는 과정이 자아실현을 위한 발전하는 삶이죠. 그 삶을 지켜보는 것이 작은도서관 사서의 역할이 아닐지요."
앞으로의 계획은 "2009년 김해 글로벗도서관이 개관하여 십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다문화 특수도서관을 모르는 시민이 많아요. 올해는 특히 다문화 특수도서관을 알리고자 전념을 다할 생각입니다"라고 밝혔다.
작은도서관의 관심부재 및 역할의 정체성, 1인 사서에서 오는 근무여건과 운영의 어려움이 많았다. 작은도서관의 지원 조례 개정 등 현실적인 행정, 재정의 뒷받침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랐다.
김영숙 사서는 책보다 사람을 좋아한다. 사람을 통해 뜻밖의 책을 만나고, 새로운 삶으로 이어진다는 말에서 도서관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녀의 끊임없는 도서관 사랑에 박수를 보낸다. 도서관 이용자에게 따뜻한 가슴에 온기를 불어넣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고 멋진 일이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2.13일자로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