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을 오롯이 즐길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감상 교육 프로젝트인 2023년 밀양문화관광재단 ‘예감 프로젝트’가 그 첫 번째 시작을 ‘별책부록 : 독립서점의 특별한 북큐레이션’이라는 주제로 지난 4월 27일 오후 7시 밀양아리랑아트센터 소공연장에서 열렸다.
국내에서 가장 핫한 책방지기 네 명이 풀어가는 리얼토크 책방의 이야기는 특별하면서도 작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책방을 운영하며 겪은 여러 에피소드와 치열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한 삶의 이야기와 단상들을 입담으로 풀어냈다.
매거진 PAPER 정유희 편집장의 진행으로 책방무사 ‘요조’, 리루서점 ‘김미경’, 너의 작업실 ‘김태영’, 청학서점 ‘이미라’ 등 네 명의 책방지기가 풀어놓은 책방을 연 사연, 특별한 프로그램과 콘텐츠, 개성적인 북큐레이션, 어려움의 시간들로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진심 어린 조언과 책방을 운영하면서 책과 사람의 이야기가 엮어 놓은 것들이 동네책방이라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삶의 풍경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어쩌다 책방을 열었을까?’
책방무사 ‘요조’ 책방지기는 동네책방을 자주 가다 보니 책방을 운영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자리 잡았다. 책방주인장에게 고민을 틀어 놓았고 바로 실천해 보라는 조언에 2015년에 서울에서 시작해 현재 제주로 오면서 8년 차 책방주인장이 됐다. 군산의 리루서점 김미경 책방지기는 “저는 책만 보는 아이였죠.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도서관이나 책방을 탐방하는 것이 좋았어요. 저에게는 책 읽는 공간이 좋았고 어느 날 문득 임대한 건물을 계약하고 2022년 9월 덜컥 책방주인장이 돼버렸죠”라고 전했다.
김태영 책방지기가 운영하는 ‘너의 작업실’은 2020년 문을 연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에 위치한 동네 책방이다. 강원도 카지노 행정실에서 16년을 근무했다. 파주로 이사 오면서 동네책방의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여 책방이라는 꿈을 꾸었고 실천했다.
‘각각의 독특한 프로그램과 콘텐츠는 무엇일까?’
청학서점은 1961년에 문을 열어 62년 동안 밀양의 터줏대감 격의 문화사랑방 공간이다. ‘불특정다수’ 외 맬로디, 북센스, 막독, 고독 등 독서모임과 책과 음악, 미술이 어우러지는 공연을 꾸준히 열어가고 있다.
너의 작업실에서는 전시회, 북클럽, 글쓰기 모임 외에도 매월 한 두 번씩 열리는 북토크와 지역예술가들의 전시도 매달 진행된다. 특히 동네사람들이 직접 책방을 지키고 운영하며 문을 잠그는 꿈지기가 있다. 누구든지 원하면 책방지기와 모임 운영자가 될 수 있다는 이 책방만의 차별화 전략이다. 특히 ‘손길구독’이라는 정기구독 서비스를 통해 책방과 떨어져 살고 계신 분들과도 책으로 소통해 가고 있다.
무사히 망하지 말라고 붙인 ‘책방무사’는 단골손님의 멤버십 회원이 많다. 책방에서 농부의 농작물을 판매하거나 뒷 공간에서 음악회를 여는 행사를 진행한다. 책방손님이 읽고 싶은 책이 있거나 고민이나 번아웃 등의 난해한 요구를 비밀리에 배송하는 서비스는 이 책방만의 특별함의 비밀영업이다.
‘리루서점’은 돈을 받고 하루 4시간 일일 서점지기를 운영하는 독특한 경영을 운영한다. 밤술 책모임과 초등학생 고객에게 즉흥적으로 백일장을 열거나 그림책 읽어주는 책모임을 진행했다. 차별화된 감성과 군산 지역에 밀착한 프로그램으로 지역 문화의 다양성을 일궈가는 문화 사랑방으로서의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다.
‘개성적인 북큐레이션은?’
청학서점은 서점지기의 취향이 아닌 밀양시민이 원하는 책을 주문해 주는 것. “굴삭기 면허증 책, 간호조무사 시험책,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책까지 이웃들의 필요에 먼저 귀 기울여요.”
‘너의 작업실’은 시각적으로 보여 줄 수 있도록 예술가와 협업한다. “저에게는 비밀노트가 있는데 책방이 불이 난다면 가장 먼저 비밀노트를 챙겨갈 것입니다. 이 노트에는 책의 기록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책방을 운영하고 싶다면 비밀노트에 기록하여 가상의 책장을 만들어 보는 연습을 해 보세요”
책방무사에는 “세상에 이런 책도 있어”라고 느낄만한 특별한 다양하고 특별한 책이 많은 것이 장점이다. 리루서점은 채식과 육식, 남자와 여자, 흑과 백 등과 같이 상반된 소재들을 바탕으로 양쪽 생각의 여지를 두고자 북큐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책방주인의 특권으로 명예의 전당 책도 운영한다. 가장 힘들 때는 난방과 월세 등의 경제적인 1차적 고민부터 책 읽을 시간이 없을 때, 단순한 소매상이라는 인식에 사로잡힐 때의 심리적 면까지 어느 하나 쉬운 날이 없었다.
어떤 날에는 친구가 됐고 또 어떤 날에는 고달픈 삶의 위로가 되어 주었다. 어르신들의 공간이 되어 주는 책방은 우리 이웃의 사람들이 맞닿아 있는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가장 빛나는 삶은 책방에 들러 책을 사고 풍경을 그려 넣는 우리들의 평범한 이웃의 일상이 모여있는 삶의 결이란 것임을.
*이 글은 경남일보 5.24일자로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