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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도 Aug 22. 2023

특별한 이야기를 가진 함양의 ‘오후공책’

귀촌 3~10년 차 5인방 뭉쳐 만든 문화 갈증 풀어주는 동네책방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종이책이 전하는 위로는 느리지만 부드럽고 삶의 힘은 깊다. 요즘 더위에 지친 심신을 힐링해 주는 진정한 여름을 즐기는 방법은 이색적인 북캉스을 즐길 수 있는 동네책방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그 공간이 주는 우리들의 평범한 이야기 속에 때론 비범함이 숨겨져 있음을 달래 줄 테니.

동네책방은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책모임 뿐만 아니라 지구를 살리는 지속 가능성의 환경 지킴이, 동물 지킴이 역할부터 동네사람들을 불러모아 마을의 문화, 역사, 생태 등의 공동체 문화를 싹트게 한다. 동네책방의 책방지기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진정한 독립투사다.



책방지기의 지극히 개성적인 취향을 담은 책부터 차별화된 매력이 눈길을 사로잡고 있기에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함양의 ‘오후공책’에서 그 공간이 지닌 특별한 이야기를 들여다봤다. 사람도 문화도 소외된 시골에 책방을 연 까닭이 궁금했다.

함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인당교를 지나면 동네책방 오후공책(함양읍 한들로 67)이 있다. 함양으로 귀촌한 3~10년차인 다섯 명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 오늘에서 지난 4월 19일 문을 열었다. 기후위기 공부모임에서 만난 이들은 책을 만났고 친구를 만나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과 공간을 꿈꿨고 책방을 꿈꿨다. 다섯이 의기투합해 읍내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은 외곽지역을 선택했고 30년된 슈퍼 건물에 책방을 지었다.



공간의 비품은 재활용으로 꾸몄고 친환경적인 업사이클링화해 가치를 더했다. 입구에는 ‘에밀리는 여름이 끝날 무렵에 새들에게 훔친 씨앗을 조그만 주머니에 넣어 소중히 보관했다. 주머니는 곧 정원이 될 것이다’ 종이로 만든 마을, 도미니크 포르티의 글이 써있다. 15평의 책방 공간에는 그림책, 청소년 어린이책, 소설, 수필, 환경책 등 책방지기가 알차게 고른 300여 권의 책과 공유서가, 모임공간인 파피루스, 필사코너, 그날의 추천책, 오후렌즈 추천도서, 지역작가 코너, 북keeping 등 빈틈없이 다채롭게 북큐레이션 공간을 엮었다. 책방지기가 책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책 꼬리표는 손글씨로 정성이 스며들어 책을 찾는 이의 마음이 담겼다.



특히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고 자원 재활용을 위해 모아진 병뚜껑과 팩은 자원순환을 위한 로우웨이스트 ‘팩컬렉션’, 세제리필 판매, 친환경 실천 행동 등 지구를 위한 작은 변화를 위한 환경캠페인을 진행했고 모임도 운영하고 있다. 굿즈 90% 이상은 재생종이로 제작하고 콩기름으로 인쇄하는 아트 오브젝트다.

‘오후공책’란 다섯 명이 꿈을 실현하는 공간과 책을 매개로 사람과 이야기를 잇는 따뜻함이 담겨있다. 다섯 명이 하루 5시간 씩 책방지기 역할로 나눠 운영한다. 후라보노, 후레이크, 후코선장, 후레쉬맨, 후라이펜 등의 독특한 책방지기 이름으로 불렀다.



문을 연지 3개월 밖의 책방이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주제로 펼쳐지는 책모임과 북토크, 공연과 영화제, 책방견학, 기후위기 홍보 등의 프리마켓, 청소년들이 모여서 함께 취미를 나누고 있었다. 수작업 프로젝트인 ‘모시 빗자루 만들기’, ‘소창 손수건 만들기’도 진행했다.

책방지기 후라보노는 “시골의 책방은 개인영역인 동시에 자연스럽게 공공의 영역입니다. 책과 커피만 파는 게 아니라 책모임과 공연, 환경 프로그램 등 다양하고도 지역민이 필요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수행하지요.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것은 중요하고도 고귀한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방문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책모임은 현재 희곡낭독모임, 씨앗독서모임, 어린이인문학, 관계의 책 읽기, 어린이독서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전승일 감독의 ‘오월상생’, ‘운동화 비행기’ 등 5.18 기억과 상처의 성찰을 다룬 애니메이션 상영회를 가졌고 이한나, 장슬기 작가의 북토크도 진행했다. 책방 견학을 탐방하는 사례도 많았다. 함양초등학교 학생, 도시청년회, 간디중학교 학생이 방문해 책도 구입했다.

정은경(후라보노) 책방지기는 책 한권을 추천했는데 이상엽이 엮은 ‘사람을 잇다 사람이 있다 삼달다방’이다.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등의 차별 철폐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쉬어가는 게스트하우스인 ‘삼달다방’은 ‘활동가 쉼터’로 불리는 곳이다. 삼달다방에서 투쟁할 힘을 얻은 활동가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으로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공간인 삼달다방에서 서로 연결되고 마음을 나눴던 경험을 풀어냈다.



“얼마 전, 제주에 다녀온 친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평소의 그답지 않게 잔뜩 흥분해서는 설레임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두 분의 이야기를 들려주더군요. 그리고 몇일 후 건네받은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가슴 따뜻해지는 뭉클함을 선물 받았습니다. 무엇이 그들을 꿈꾸게 하고 상상하게 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했을까요? 제주에 가게 되면 꼭 들러보고 싶은 곳이 한 곳 더 생겨서 기쁩니다”



오후공책은 궁금한 것들을 끊임없이 실험하는 꿈의 아지트로 지역민과 함께 책, 먹거리, 예술, 놀이 등의 다양한 활동을 도구삼아 환경, 교육, 성찰, 치유의 바다를 항해할 것이다.

‘책방’ 그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많은 영향을 주는지, 우아하지만 쓸쓸한 이면에 우리는 다시 되돌아 봐야할 이유가 있다. 책방이 가진 그 모든 것들의 우주를.






*이 글은 경남일보 8.22일자로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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