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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도 Jul 25. 2023

지방 소도시에서 피어나는 ‘책 문화’

함안에서 즐기는 소소한 책 여행

지방 소도시인 함안군에는 아이들이 책을 즐길 수 있는 문화시설이 그리 많지 않다. 칠원도서관과 함안도서관 2곳, 작은 도서관은 10곳 내외다. 책방은 3~4곳 밖에 없다. 책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곳이 많을수록 그 지역민의 삶과 문화, 인구 유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조금씩 변해가는 함안의 책 여행을 통해 공간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33년 만에 재개관한 ‘함안도서관’과 칠원의 청년창업가 1호점 ‘그림책공원’을 다녀왔다.


함안군 칠원읍은 인근 창원과 마산으로 이어지는 읍단위의 작은 시골로 PC방, 노래방, 카페는 많으나 읍내 아이들이 문화적으로 놀만한 곳은 없었다. 그나마 작년 7월에 ‘그림책공원’이 문을 열어 인근 초·중학생, 청소년들이 그림책으로 소통하고 있었다. 그림책공원을 운영하는 황세정 대표는 “인근 중학생들이 가끔 들러 소소한 학교생활, 집안일, 친구와 이성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함께 그림책을 읽고 소개하면서 소통하다 보면 청소년 문제에 대해 조금씩 다가가는 마음도 생겨 보람 있어요”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그림책으로 아이를 키웠고 그림책으로 함께 읽고 나누는 다양하게 체험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했다. 함안군의 청년 창업가 지원으로 용산 2길 39번지 2층 건물에 직접 페인트도 칠하고 인테리어를 했다. 최대한 비용을 절감해 공간을 꾸몄다. 그림책공원은 ‘그림책으로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고 내 손으로 직접 식물, 원예를 키워 환경을 생각하고 함께 편안하게 공원처럼 놀다가는 힐링하는 장소’라는 의미에서 지었다.


주로 그림책이 주제별로 놓여 있었고 주인공의 선택을 받은 시집, 에세이, 소설, 고전, 인문학 책들도 있다. 요즘 핫한 동화책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환경 관련 북큐레이션이 시선을 끌었다. 그 외 굿즈와 잡화도 전시돼 있었다.

1년 동안 열린 다양한 프로그램과 모임으로 이 공간의 역할과 배움터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이어졌는지 알 수가 있었다. 지역 어르신들의 그림책과 공예 힐링 프로그램, 초·중등 그림책과 공예 프로그램 배움터는 늘 인기가 많았다. 초보자도 키우기 쉬운 식물 ‘홈가드닝 원데이클래스’, 학생중심 동아리 ‘3D펜 공작소’도 운영했다. 작년 10월 25일에는 함안청년 작가 1호 ‘나는 번아웃이었다’의 송슬기 작가와 함께하는 북토크를 열었다. 11월에는 환경을 다시 생각해 보자는 취지로 ‘소소마켓’을 환경발자국과 함께 열어 의미를 더했다.



요즘 초등학생 11명, 지역주민 12명이 모여 ‘달력으로 배우는 지구환경 수업’의 주제로 환경 관련 그림책과 기사를 읽고 직접 재활용품으로 만들거나 환경 관련 그림책을 직접 제작하는 활동도 겸하고 있어 지구를 살리고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냈다. 칠원읍의 한 어르신은 “우리 읍내에도 책방이 생겨 문화누리카드를 쓸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 손자 손녀에게 그림책도 선물하고 나에게 맞는 시집도 구입했어요”라고 했다.

한라경의 ‘오늘상회’ 그림책의 한 문장에서 마음으로 되새겨 본다. “오늘은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가지만 소중하게 보내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져 버린답니다.”


칠원읍에서 30분 거리에 지난 2월에 신축 이전한 함안도서관이 있다. 입구에는 연중무휴 24시간 사용 가능한 ‘무인 대출 반납시스템’으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료의 대출 반납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도서관 정보화 서비스의 일환인 스마트도서관이 1층은 아라누리(어린이자료실), 무진(공방), 홍련(라운지), 2층은 가야누리(종합자료실), 말이(라운지), 디지털존, 공존(ECO존), 코믹스, 함초롬(동아리방), 3층은 샛별(자유학습실), 함주홀(시청각실), 통함방(강의실), 다함방(강의실) 등으로 구성돼 변화된 삶의 방식에 맞게 기존 도서관 기능에 문화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형태로 갖췄다.


김준영 작가 1인 그림책 공연부터 힐링 인문학, 수박 부채 만들기, 책이랑 퀴즈랑 등 7월의 독서행사도 풍성하다. 주부대상 ‘들꽃’, 초등 5, 6학년 ‘마음의 열매’, 중등 1~3학년 ‘봄볕’ 등의 책모임을 진행한다. 함안의 역사와 인물, 문화를 주제로 한 북큐레이션을 볼 수 있다. 지역의 도서관은 지역민과 함께 독서문화 의식을 가장 잘 성숙시킬 수 있는 힘이다. 켜켜이 쌓아 올린 책들의 고향, 도서관은 이 지역 함안의 책문화를 이곳으로 모을 것이다.



그 외에도 여항면 여항산 아래 문진혁 청년사진작가가 운영하는 빈티지한 북 카페 ‘북카페 사진’이 있다. 조용하게 책을 읽거나 스토리가 있는 가족사진도 담아볼 수 있어 오래 머물고 싶어 지는 곳이다. 올 8월에 개관할 예정인 전국 유일의 문학과 한자가 어우러진 한자테마문화센터인 ‘함안복합문학관’은 기대가 크다.


* 이 글은 경남일보 7월 25일자로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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