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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도 Oct 23. 2023

영남알프스 도전기

가지산, 신불산 완등

매주 동네산인 금병산, 봉화산을 올랐다. 작은 산은 250m 정도로 편안한 길이 있다. 정자와 마을의 풍경을 내주었다. 가끔 높은 산을 오르고자 이 작은 산이 주는 기운을 받는 것이다. 영남알프스를 알게 된 것은 한 지인을 통해서이다. 8봉의 인증이 멋져 보였을까? 무조건 도전해야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생겼다.


울산 울주군에 따르면 2019년부터  해발 1000m가 넘는 영남알프스 8봉을 모두 완등한 산꾼들에게 인증서와 기념 메달을 주고 있다. 영남알프스 8봉은 가지산, 신불산, 간월산, 영축산, 천황산, 재약산, 고헌산, 운문산이다. 울산과 양산·청도·밀양 등 경남·북에 걸쳐 있다고 한다.


 산은 감히 정상을 내어주지 않는다. 충분한 다리근육과 체력, 오르고 자하는 마음가짐, 산의 정보도 중요했다. 들머리와 정상, 원점회귀 등 자세한 정보를 알아보았고 장비를 챙겼다. 장비는 스틱과 가방, 수건과 머리띠, 간단하게 먹을 음식은 기본이다. 물은 1~2병 정도가 적당하다. 매년마다 작지만 굵은 산들을 올라 필요한 것들을 익혔다. 


산은 준비한 자만이 내어준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카메라는 작고 가벼워야 한다. 가방의 무게도 10kg 이하가 적당하다. 산을 오를 때의 시간도 중요하다. 아침 7~8시쯤이 적당하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산의 들머리까지 가기 위해 운전해야 한다. 들머리에서 안내 표지판을 보고 익힌 다음 산에 올라야 중간중간 재밌는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너무 서둘러 가다 보면 풍경은 보지 못하고 오르는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중간 휴식도 취하고 야생풀과 나무 주변의 다양한 식물을 관찰하는 것도 좋다. 바위와 나무의 생김새도 자세히 보면 신기한 것들도 많다. 산이 주는 겸손함과 우직함도 배울 수 있다는 것에 묘한 매력에 끌릴 수밖에 없다.


10.2(월) 가지산을 오르면


여름과 가을의 경계에서 가지산을 오른다. 가지산은 해발 1241m로 영남알프스의 9봉 가운데 최고봉이다.

아직 물들지 않았지만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기운은 그 어느 때보다 시원하다. 산에서 만나는 인연은 각자의 사연을 안고 산을 오르고 있다. 12살 된  '충만'이라는 강아지는 금정산을 수십 번 올랐다고 하고, 가지산을 수만 번 오른 동네 어르신의 말에도 힘이 느껴졌다. 우리는 그렇게 산을 오르고 올라 품는다. 

10.18(수) 신불산에 올라


낙엽의 색이 서서히 형형색색으로 변하고 있는 신불산(1,159m)에 올랐다. 낮은 곳에 핀 자줏빛의 용담과 흰 구절초의 단아함이 고왔다. 신불재는 은빛 물결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심히 허락하지 않는 정상의 기온도 바람도 찼다. 확 트인 뷰를 보면 잘 왔다는 생각.  신불산은 10월 말쯤 단풍이 곱디곱게 물들겠다.


아직 남은 산이 있지만 목표가 확실해졌다. 오르면 오를수록 가슴이 뛰었다. 산을 오른 사람들은 겸손함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부지런함과 근성, 느긋한 마음이 모여 산은 우리에게 진실됨을 가르쳐준다.

여기에 글을 쓰는 오랜 근육의 힘이 생겼고 자신감이 더해졌다. 산이 좋아서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산이 거기에 있기에 궁금했고 끝까지 올라한다는 끈기가 지금까지 정상에 닿았다.

정상에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오르지 못하면 볼 수 없는 것들이 가슴을 뛰게 하고 품게 했다. 정상의 뷰에서 느끼는 생각 그 자체가 깊게 담았다. 커피의 맛과 향이 깊게 드러나듯이.


만난 산의 색깔이 다르듯이 보는 관점 또한 다르게 보인다. 얼마나 많은 등산객들이 찾아왔던가? 산이 주는 것들이 남과 다르지만 우리는 오르고 올라 자기만의 빛을 만날 것이다. 나는 나의 빛을 만들고자 찾고 있는지 모른다. 

산을 내려올 때도 집중해야 한다.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가지산은 무난한 코스였지만 신불산은 돌들이 많아 천천히 살펴가며 내려와야 한다. 줄을 잡거나 스틱을 이용하여 몸을 지탱해야 무릎의 통증이 덜하다. 올라오면서 보이지 않는 산의 색들이 내려오면서 여유를 찾아 주기도 한다. 


나에게 산은 무엇일까? 산이 준 선물을 살아가면서 어려울 때 생각하는 기회가 될 것 같았다. 기댈 수 있는 산이 있어 다행이다. 주말이 기다려진다. 가을산은 더 그렇다. 온통 붉게 물든 산을 오르는 자체만이라도 행복하다. 나는 산을 사랑한다. 사랑하면 할수록 깊게 베여 빠진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10.24일자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s://omn.kr/264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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