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서관의 공간이 담긴 의미
봄이 가고 뜨겁고 후덥지근한 여름이 지나간 자리에 곱디고운 가을이 왔다. 학교의 아이들은 늘 똑같은 말과 행동을 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다르다는 것을 알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학교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을 유심히 봐 왔지만 누구 할 것 없이 개성이 뚜렷했다. 나쁜 행동을 할 때도, 욕을 할 때도, 장난을 칠 때도 그 아이에게 신경 써 왔지만 그 아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사서가 먼저였음을 좋겠다는 생각. 책으로 달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정서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책으로 연결되는 상담은 나쁜 행동을 한 친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좋은 특효약이다. 특효약인 책은 마음의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다.
학교도서관에서 수상하고 재밌는 일들이 많아질수록 책과 친해지는 질 가능성이 높다. 책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인간본능의 다양한 모습과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으로 정신과 사상적 이론을 반듯하게 담는 그릇이다. 책을 잘 활용하고 읽는다면 삶의 단순함보다 다채로운 이성의 눈을 가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아이들의 책 읽는 것을 단순히 '읽는다'라는 동사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 속에 무수한 자기만의 상상이 만들어낸 엄청한 사고의 입자가 쌓일 가능성이 높다. 그 수상하고도 재밌는 곳이 책이 가득한 학교도서관일 것이다. 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숨길 수 있는 공간과 편안한 소파, 햇살이 비치는 서가의 구석진 공간을 아이들은 좋아한다.
이를테면, 아이들은 구석지고 어두운 동굴 같은 것을 좋아했다. "사서선생님, 풀장 같은 곳이 있으면 좋겠어요" 한 아이의 질문에 좋은 생각이라 했다. 학교도서관도 변화의 시기가 왔다. 재미난 일들을 만들고 경험해 주는 것들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생각된다.
학년별로 좋아하는 주제어가 있다. 1학년은 '엉덩이' 2학년은 '동물' 3학년은 '스포츠' 4학년은 'MBTI' 5학년은 '또래' 6학년은 '사랑'이다. 주제어가 가진 이야기를 다양하게 풀어보기도 한다.
어떤 날은 새로운 유행어가 등장하고 또 어떤 날은 새로운 단어가 등장하는 요즘 초등학생의 학교생활은 연신 뻥튀기처럼 이상한 일들이 가득하다. 좋아하는 책으로 연결하는 것은 그 아이의 성향도 파악할 수 있고 이야기의 빈도를 높일 수 있는 친밀도가 쌓여갔다.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방법은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다. 나는 그 속에서 시간이 흐르면 드러나게 되는 진정한 본질적인 것들, 즉 한 아이와의 관계가 맺은 학교도서관에서의 인연은 책에 없던 소중한 만남도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보통 학생들과 이야기할 때 책과 이야기하는 것도 많았지만 먼저 친밀도를 과시하는 친구도 있었다. 서먹한 친구도 있었고, 책만 대출한 친구도, 장난만 하는 친구도 또 어느 때는 고민을 이야기하는 친구도 있다.
그 모든 친구들이 징거울 때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쉬움이 밀려올 때도 있다. 잘해 줄 거... 라면
이름을 불러주고 책을 추천해 주고 시도 때도 없이 관심을 불러일으키면 친구들은 학교도서관을 빛내는 별이 되어준다는 것에 놀랐다. 꼬마 사서가 되어 주었고 고학년이 되면서 책모임에도 등록했고 그림책 읽어주는 활동도 부지런히 참여했다.
책 안 읽는 사회, 독서 후진국, 책맹시대라 불리는 작금의 현실에서 학교도서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에 왔다. 학교도서관에서 경험하고 체험할 것들이 책으로 연결되고 삶으로 연결되는 시간이 중요해졌다. 우리는 지금 어느 때보다 학교도서관이라는 공간이 필요하다. 책을 빌리기도 하지만 최소한의 책과의 매개,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두의 공간에서 마법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어린이가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양한 시선으로 마음을 열어간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지 못한 세상의 이야기가 신나고 멋진 일로 가득해진다. 학교도서관도 그런 공간이 되면 아이들의 책 읽는 것도, 노는 것도, 책과 나눈 이야기도 모든 독서경험으로 채워진다. 아이들은 학교도서관을 늘 습관처럼 찾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