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의 겨울밤은 길다. 홀가분히 털어버리는 일상의 업무를 뒤로하고 밀양 내이동의 해천상상루로 향했다. 12월 8일 금요일 7시 30분 해천상상루 1층 여행자서재에서 <사랑과 혁명>을 집필한 김탁환 작가의 북토크가 열린 날이기 때문이다. 밀양시민 30명이 참석한 가운데 청학서점 이미라 대표의 진행으로 잔잔한 호수처럼 작가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귀 기울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전남 곡성에서 횡으로 순천역에서 밀양역까지 4시간 만에 밀양에 도착했다는 작가의 첫 말은 2001년 작 소설 『독도평전』을 펴낸 이야기가 현재 다큐멘터리 '독도평전 2부작’으로 만들어져 “프레젠터로 참여하여 22년 만에 나를 찾아온 느낌”이라면 새로운 감회를 밝혔다.
“멀리 떨어져 있고 하잖게 느껴지는 독도는 ‘사랑과 혁명’과 닮은 점이 많다고.”
두번 째는 작가의 작품에 밀양이 등장하는 소설 ‘목격자들’, ‘이토록 고고한 연예’를 자세하게 소개했다. ‘목격자들’에서는 2014년 가을, 겨울에 밀양의 후조창을 답사했고, 2017년도 가을 ‘이토록 고고한 연예’에 등장하는 밀양 기생 ‘운심’의 대해 자료를 조사했다면 소회를 밝혔다.
2021년 전남 곡성에서 도시소설가와 이동현 농부과학자를 만나 특별한 교감기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를 썼다. 이 책은 밀양 청학서점과 농협이 후원한 자리에서도 깊이 공감해 주어 2014년부터 밀양을 답사하면서 이 지역에 인연이 깊어 짝사랑해 왔음을 이야기를 담아냈다.
세 번째는 작가가 도시에서 벗어나 전남 곡성에 간 이유와 ‘사랑과 혁명’을 집필한 배경에 대해 말했다.
작가는 곡성에서 살아야 할 이유로 인구 2만 6500여 명에 불과한 인구소멸 지역이지만 생물다양성이 풍부하여 생태적 삶을 꿈꿀 수 있고, 강과 골짜기마다 숨겨져 있는 소재의 글들이 20년 정도 산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독도의 섬처럼 수심 100m 들어간 책이라면 4년 정도 걸린 이 이야기에는 나름의 부피가 있는 장편소설이에요.”
1827년 천주교 '정해박해' 다룬 3권짜리 대하소설 ‘사랑과 혁명’의 숨 가쁜 이야기의 집필과정은 역사적 사실에 자료조사와 치밀한 고증에 문학적 상상력을 더해 26년 간 곡성의 천주교인으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생생히 되살려냈다고 했다.
“교인들이 갇혀 고문받던 감옥 자리에 곡성 성당이 세워졌는데, 지금 저의 집이 그 성당 바로 옆. 새벽에 일어나 감옥에 있는 교인들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몰입감이 상당했죠.” 그 운명이 지금의 책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을까요? 읽지 않았지만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소작농의 한 개인이 어떻게 변했고 마을을 어떻게 변화시켰고 교인으로 팽팽한 탄압과 고립에서 살아왔는지 궁금해진다.
마지막으로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왜 소설가가 되었는지? (양귀자 소설가가 소설을 쓰면 좋겠다고 조언) 왜 ‘마을’에 그토록 관심의 대상이 되었는지? 작품에서 천민들은 어떻게 성경책을 읽을 수 있었는지? 작품에서 특별하게 애정이 많았든 3명의 친구에 대한 것들을 디테일하게 풀어냈다.
곡성에서 '들녘의 마음' 책방을 운영하는 작가는 작품에서 등장하는 ‘들녘’의 농부처럼 꿋꿋하게 살아가는 마음을 닮아가고 있었다. 겨울밤에 작가를 만나는 것은 이토록 가슴이 뜨거워지는 일인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