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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필사, 마음의 근육 단련해 보세요

by 강상도

우연히 한 지인의 소개로 동네 도서관 프로그램 ‘삶을 채우는 글쓰기, 필사’에 참여했다. 따분했던 일상에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출근하기 전에 필사(筆寫)하고 잠깐의 휴식 시간에도 문장을 정성스럽게 베꼈다(사진). 퇴근 후, 새벽에 일어날 때 명상하듯 글씨의 속도를 늦추어 가며 한 자씩 음미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 한 문장, 한 문장이 필사될 때 고요한 떨림의 힘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올 때도 있었다.


필사하고 나서 요즘 일상의 마음이 차분해진다. 왜냐하면, 필사에서 전해오는 짜릿한 손 맛과 감미로운 글 맛을 더해 곱씹는 시간이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매일 좋은 문장을 읽고 필사하는 과정이 끝나면 색다른 값어치를 느낄 수 있었다. 한 문장씩 천천히 필사하며 다시 내 생각을 들여다보는 일은 필사의 매력이다. 그때만큼 나만의 시간으로 현재의 문장에 오롯이 스며드니 이 얼마나 고도의 작업인가. 이 좋은 것을 학교에 근무하는 교직원들과 함께 그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필사는 장점이 많아 함께 격려해 주거나 토닥여주는 마음들이 모인다. 이 과정의 시간 속에 습관의 자세가 기려지고 보는 관점을 달리하는 순간이 온다.


나만의 문장이 오롯이 스며들다.JPG


필사하면서 느꼈던 문장은 내 생각의 언어로 넣을 수 있었다. 문장의 의미를 더한 기분이 들었다. 나를 정리하는 시간은 명상처럼 고요한 문장으로 또렷하게 담긴다. 하루를 정직하게 마무리 짓고자 한다면 필사는 그 어떤 의미보다 단단한 시간을 만들어 줄 것이다.


“좋은 문장을 옮길 때 잠시 나와 그 글을 쓴 이의 삶을 나란히 놓을 수 있습니다. 펜을 들어 베끼는 동안 그 삶으로 들어가 그의 이름으로 사는 것이지요.” 조경국의 ‘필사의 기초’ 중에 나오는 글이다.


도둑 맞은 것처럼 주의력이 산만해지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필사의 몰입 경험을 통해 마음의 근육을 단련해보면 어떨까. 오직 펜과 노트만 있으면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온전히 손끝에서 전해오는 글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다. 하루 10분씩 투자하여 필사의 매력에 빠져보자.




* 이글은 국제신문 6월 2일자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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