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한 번 했을 뿐인데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지 않는 나에 대한 반성문

by 강상도

언제부터인가 설거지를 하지 않았다.

약간의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는 가끔 버렸다. 아~ 자랑 한 가지는 있다. 빨래는 내가 했다.

가사노동이 힘든 날, 아내는 아무 말 없이 밥을 하고 반찬을 나에게 날렸다. 나는 그저 맛있게 먹었을 뿐...

이 글을 쓰고 있으니 씁쓸한 기분은 뭘까? 아마 아쉬운 마음이 더 클 것으로 생각되어 뇌리에 스친다.

결혼하고서 17년이 지나도 나는 여전히 삼시 세 끼를 챙겨 먹었다. 그런 아내는 투덜 되지 않았다. 가끔 주말이면 청소를 하고 설거지와 쌀을 씻어 밥을 하곤 했지만 아주 조금 한 배려일 뿐이었다. 그런 아내는 고마워하리라 나의 생각을 주워 담았다.

내 안에 잠재돼 있는 가부장적 사회가 남아 있어서, 아니면 그저 자연스러움이 몸에 베여서 둘 다 맞을 것이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어머니는 새벽에 일어나 반찬을 하고 국을 끓여 아침상을 차린다. 그런 아버지는 늘 아침상이 나올 때까지 텔레비전을 보고 기다린 것은 해가 바뀌어도 똑같았다.

먹은 그릇은 싱크대에 담겨 놓는 것은 요즘 약간의 변화된 모습이었다.

오늘 아침 일어나 부엌에 가보니 설거지가 한가득 있었다. 뭐라고 할까? 참 나도 못 살았구나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내 마음이 아팠다.

설거지를 한 후 그 기분을 글로 써보니 반성된 일기장이 되었다. 아무튼 열심히 아내를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생겨 글로 적었다. 오래 그 기분을 간직하듯이.

부부가 함께 살면 서로의 배려와 예를 지켜야 한다. 아주 오래전에 철이 들어서야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늦은 감이 컸다.

깨끗하게 설거지를 하고 나니 기분이 상쾌해진 느낌이라 할까? 깨끗한 그릇을 보면 그저 좋았다. 반면, 아내에게 미안함이 밀려왔다. 설거지를 끝난 후 좋은 점은 반찬이 달라진다는 것은 진리다.

주말이라도 열심히 도와야겠다는 다짐이 사라지지 않도록 이 글을 쓴다. 서약서라 할까?

설거지를 한 번 했을 뿐인데 하루의 기분이 얼마나 좋은 점들이 많은지 미처 몰랐다.

아무튼, 살아가는 동안 못다 한 일들을 하는 것을 보니 부부가 되어가는 느낌이라 할까? 가사노동을 분담하다 보면 서로의 시간은 더 여유로움을 가득 차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오늘도 그런 마음으로 살겠다.

아파트 창밖에 비친 거리의 풍경이 더 달달하다. 비도 그쳤으니 아내와 함께 공원을 산책하러 가야겠다. 비 갠 아침의 거리가 깨끗하고 맑아 보였다.

생각해 보면 조금 철이 들어가는 과정일까? 잘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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