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나 자신을 넘는 도전의 과정이다

by 강상도

생성형 AI는 몇 초 만에 보고서를 써주고, 과제를 넘어 이제는 글쓰기 영역까지 파고들어 문장을 정리해준다. 번역은 물론 소설, 일반적인 메일과 짧은 메시지까지 상황만 설명하면 문장을 대신 만들어주는 시대다. 이러한 편리함 속에서 마음을 담아 전하던 언어는 점점 기계적으로 바뀌고 있다. 시간을 아끼고 단순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AI에만 의존하게 된다면 쓰기의 가치와 본질이 훼손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생각의 외주화는 결국 사고의 과정과 정신활동을 약화시킬 수 있다. 글쓰기와 문해력이 둔화되는 현상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나에 대한 확신이 흐려지고, 결국 ‘진짜 나’를 잃어버릴 위험도 있다. 그렇기에 글쓰기는 나를 찾아가는 인간 활동에서 중요한 도구임이 분명하다.

인간의 직관, 경험, 감각, 시각, 판단력이 섞인 관점은 AI가 쉽게 흉내 낼 수 없다. 사람의 글에는 공감이 스며 있고, 우리만의 결이 있다. 흐르는 물결처럼 이어지는 문장 속에는 기쁨과 슬픔, 아름다움이 형상화되고, 그 감각은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움직인다. 그 과정 자체가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글쓰기의 힘이다.


매주 오르는 산에서 겨울나무를 바라본다. 외로워 보이는 나무를 끌어안고 짧은 터치와 대화를 나누는 순간, 자연과의 교감이 미세한 마찰처럼 전해진다. 이 감정의 순환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영역이다. 기계와의 마찰에서는 이러한 결을 느끼기 어렵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간 본연의 감성을 지키고 직관을 단련해야 할 책임이 있다. 실패와 두려움, 결핍 속에서 길어 올린 언어는 다시 아름다움으로 승화되고, 그 결과는 영혼이 없는 AI와는 전혀 다른 결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글쓰기는 나 자신을 넘는 도전의 과정이다.



읽고 쓰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지겨워질 때도 있다. 글쓰기는 결국 자기와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넘지 못하면 글은 쉽게 지루해진다.

봄이 온다고 봄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곁의 햇살과 강의 흐름을 함께 느끼는 태도가 글의 밑바탕이 된다. 글은 단순히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마음의 깊은 심연을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사물의 겉모습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곁과 속을 상상하는 힘이 있을 때 독자의 마음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글쓰기는 깊이 파고들수록 황홀함을 느낄 수 있어 생성형 AI보다 감각적 두뇌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임경선의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 중 “글쓰기는 겉으로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실은 그 어떤 일보다 자기 규율이 잡혀 있어야 지속 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자기 규율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자신만의 습관을 길들이는 시간을 통과해야 비로소 글쓰기는 자유로워진다. 어렵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없고, 그렇기에 더 많은 이들이 배우고자 한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넘어서는 사람만이 자신의 글을 완성한다. 쉬운 일이라면 누구나 쓸 수 있을 것이다.


책 읽기와 글쓰기의 공통점은 끊임없는 자기 도전이다. 그것이 몸에 밸수록 글은 점점 나를 닮아가고, 결국 하나의 인생 기록이 된다. 단순한 인생은 없다. 끈질긴 과정을 통해 삶은 완성된다. 먼 미래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 탑처럼, 나만의 인생작이 완성될 것이다. 단단한 삶을 위해, 우리는 우리만의 글쓰기 가치를 지킬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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