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에 목표를 두는 것이 과연 좋은가

by 강상도


“선생님은 책을 목표로 두고 읽으시나요, 아니면 목표 없이 한 권 한 권 가볍게 읽으시나요.”


이 질문은 독서를 바라보는 태도를 묻는 말처럼 들린다. 나는 때로 목표를 세우고 달려가듯 읽고, 때로는 손에 잡히는 책을 아무 생각 없이 펼친다. 어떤 날은 즐거움으로, 어떤 날은 의무로 책을 읽는다. 그렇다면 독서에 정답이 있을까.


언제부터인가 책 읽기에 목표를 세우면 묘한 부담감이 밀려온다. 심리적 압박은 집중을 흐트러뜨리고, 조급함은 마음을 잠식한다. 그래서 나는 속도를 재며 읽기보다, 느리더라도 이 책 한 권만은 끝까지 읽어내겠다는 다짐을 품고 싶어졌다. 한 권을 마칠 때마다 그 수고는 다음 책을 향한 잔잔한 기대가 된다. 읽는 과정을 ‘실행 계획’처럼 관리하려 들수록 오히려 부담이 커질 수 있기에, 나는 다양한 독서 방식을 스스로 실험하며 나에게 맞는 습관을 길러가고자 한다.

그중에서도 나에게 맞는 독서법이 몸에 밸 때까지 반복하고 익히는 과정은 중요하다. 완벽한 독서법이란 존재하지 않겠지만, 몸이 기억하고 생각이 자라나는 방향은 분명히 있다. 그렇게 쌓인 경험은 독서에 대한 효능감을 지탱해 준다.


목표를 완전히 버리자는 뜻은 아니다. 다만 목표는 나를 옥죄는 장치가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는 기준이면 충분하다. 소설은 이야기의 흐름과 흥미를 따라 비교적 가볍게 읽어도 좋다. 하루 분량을 억지로 정하기보다 나의 속도에 맞춰 자연스럽게 읽어 나갈 때 오히려 몰입이 깊어진다. 에세이는 일상의 결을 따라 스며들 듯 읽히고, 인문·사회·역사 분야의 책은 문장을 곱씹으며 천천히 사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처럼 책마다 읽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으니, 일정한 속도를 강요하기보다 스스로의 호흡을 찾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 과정이야말로 독서의 결핍을 이겨내는 힘이 된다.



결국, 목표를 세우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읽기를 꾸준히 이어가는 태도일지 모른다. 읽기는 삶을 확장하는 과정이다. 책을 통해 길어 올린 낯선 생각과 감정은 또 다른 삶의 가능성을 준비하게 한다. 물결이 번지듯 독서는 일상에 스며들어 사유의 결을 빛나게 한다. 충실한 독서는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는 힘이 되고, 나를 능동적인 존재로 세운다.

마지막으로, 독서는 질문을 낳아야 한다. 궁금함과 의문이 많아질수록 읽기는 깊어진다. 책 읽기는 결국 ‘나’만을 위한 생각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더 넓고 깊게 이해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시대를 읽는 힘을 기르고, 새로운 도전 앞에서도 망설이지 않고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축적된 사유는 나의 세계관을 조금씩 확장시키며, 새로움으로 움트게 한다.


어쩌면 독서는 무엇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나 자신을 조금씩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조급히 끝을 향해 달려가기보다 한 문장을 오래 붙들고, 한 장면을 마음에 담아두는 일이 결국 나를 넓히는 일일 것이다. 읽는 동안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 읽고 나면 이전과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읽은 책의 높이만큼 성장한다.”라는 속뜻은 책은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보다, 나를 변화시켰다는 잔잔한 울림으로 오래 남는다의 의미다.


이상한나라의헌책방 윤성근 대표의 말처럼 “느긋하게 읽고, 진지하게 사유하는 사람이 잘 읽고 잘 사는 사람이다.” 결국, 잘 읽는다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이며, 잘 산다는 것은 성취가 아니라 사유의 깊이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독서가 삶의 한가운데 조용히 자리할 때, 우리는 목표를 이루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성장시키는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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