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변화와 불안과 경쟁이라는 것들이 삶을 결코 녹록지 않게 만들고 있다. 이런 원인은 사회적 여러 현상에서도 예견되고 있다. 한 예로 독서다. 도서관이나 책방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의 수나 분위기에서도 우리 삶의 불안과 여유를 감지하기에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
독서는 엄연히 말하면 개인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경제적 현상과 맞물려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나라 성인의 평균 독서량은 10권 수준의 책을 읽은 것으로 조사됐다. 독서량 변화와 관련하여 과거보다 책을 적게 읽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원인은 시간 부족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지금이라도 그 원인들을 잘 분석하고 잘 살펴보아야 할 때이다.
겨울쯤인가? 고향집의 어머니는 보일러보다 부뚜막 아궁이에 불을 때어 숯불을 만들고 고등어를 굽고 사골국을 끓였다. 추운 아침에 군불을 쬐어보면 온몸의 전율이 느껴지듯 긴장감이 풀렸다.
어머니는 군불에 몸을 녹이면 병이 없어진다 말씀했다. 어릴 적 그냥 스쳐 지나가던 것이 어느 순간 그 말이 생생하게 채워졌다. 군불은 행복이요, 그리움이다. 여전히 삶의 소소함이 담아낸 보물 같은 것들이 담겨있다.
어릴 적 온기 있는 구들방에서 군고구마와 묵은 김치는 더없는 간식거리다. 여기에 책 속 주인공을 만나고 얼핏 철학자의 삶을 들여다보았고 사로잡힌 문장은 전율을 느꼈고 어느덧 내 안에 숨어있는 문학적 감수성으로 긴 겨울을 보내었다.
역사드라마 태조 왕건을 보면서 그 시대의 책들을 섭렵했다. 꿈은 없지만 좋아하는 것들이 책으로 연결됐다. 성장하고 오롯이 걸어가는 길들이 잠시나마 책에서 배웠고 직 간접적 여행을 떠나고 만나는 것들은 또 하나의 경험이 됐다.
무수한 이야기들이 소리 없이 밤하늘을 밝히고 어느덧 친구처럼 다가올 때가 좋았다. 환경이 변화했지만 독서는 일상의 영역을 훨씬 다양하게 키워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유를 던지며 무수한 가능성을 연결해 주었다.
옛 고전은 살아가는 참 교훈을 심어주었고 인문학적 이야기는 나를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를 듯 독서는 일상의 변화를 바꾸어 놓기에 충분한 습성을 심게 했고 사고를 달리 바라보게 했다.
프랑스인들은 코로나 19로 봉쇄 전날 슈퍼와 약국으로 갔지만 특히 동네서점에 길게 줄을 서며 책을 구입했다고, 그 이야기에 가장 뇌리에 스친 것은 문화란 힘을 느끼게 충분했었다. 오랜 세월 그들의 문화는 그렇게 쌓여있기에 지금의 풍경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프랑스의 대표 동네서점인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 서점에 최근 세계 각국의 고객들로부터 온라인 책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고, 코로나 19로 폐점 위기에도 그 공간이 가진, 오래되고 삶으로 이어져 온 책의 전통과 끌림의 향기가 늘 그 자리에서 독자를 기다리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책이 안내해 주는 넓고 깊은 사유의 세계"는 불행으로부터의 삶을 위로하고 위안을 주는 우리가 알 수 없는 힘이 있기에 더욱 매력적이고 한 나라의 문화를 아울러 융성하게 만들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세월이 변화도 독서하기 좋은 날은 ‘겨울, 밤, 음우(陰雨)’는 변하지 않는다. 음우(陰雨)는 오랫동안 계속해 내리는 음산한 비를 말한다. 요즘, 겨울밤이 길다. 읽고, 읽어 미국의 작가 애너 퀸들런이 말한 책을 통해 세상을 배회했고 책을 통해 삶이 바꿨다는 그의 진정성을 담아볼 때다.
윌리엄 서머싯 몸의 “독서습관은 닥쳐올 인생의 여러 가지 불행으로부터 당신의 몸을 보호하는 하나의 피난처가 된다.”라고 말했다. 책이 안내해 주는 넓고 깊은 불행으로부터의 준비를 이제 시작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