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동네책방이 폐업했다는, 한 번쯤 가보았던 곳이라 마음이 아려왔다. 도시보다는 지방의 책방은 더욱 심각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동네책방이 죽으면 그 지역의 문화도 함께 쇠퇴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그 골목의 책방 안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전하는 작고 여리지만 문화가 흐르는 선순환의 현상이 지속되는 곳이 동네책방이다. 사람이 책이고 그런 경험을 듣고 그 안의 콘텐츠를 담는다는 것이 문화의 경쟁력이다. 우리 삶의 문화를 살찌우게 하는 비결이겠다.
책방이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팔고 있다는 것을 오늘날 우리는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 닿게 경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도외시되는 것은 무엇일까?
문화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결과적으로 편협한 의식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방지기가 소개한 책들을 경험하게 하고 함께 나누는 일상의 변화가 곧 문화가 되었고, 그런 공간에서 사람들이 모여 책문화를 이루었고 작은 것들의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가 원하는 책방의 모습이고 나아가 지역문화를 살리는 힘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책’은 매력적인 문화 아이콘이다. 다양한 커뮤니티의 문화공간으로써 ‘책’에서 다양한 것들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 질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 삶 속에 녹아내리게 때문에 그 의미와 방향성이 매우 크다. 동네책방은 그런 경험의 장소다.
올든 버그의 책 《아주 멋진 장소》에서 “제1의 공간은 집, 제2의 공간은 생산적인 일을 하는 업무공간을 가리키며, 제3의 공간은 집과 업무공간을 넘어선 커뮤니티와 커뮤니티가 모여 행위를 하는 포괄적인 사회적 공간이다”라고 하였다.
대표적인 제3의 공간, 책방은 새로운 문화가 발산되고 다양한 세대들이 모여 공감하고 소통하는 인위적인 행위가 아니라 자연적으로 흘러나오는 책문화다. 동네의 문화를 이야기하고 작가를 만나거나 영화를 보는 것도 일상의 흐름이다.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책 속의 진실들을 파헤친다. 때론 지역작가를 만나고 지역의 소리를 높이는 곳이 책방이기에 우리는 그곳으로 가야 할 이유요, 바로 서야 할 이유기도 하다. 동네의 작은 공간이 가진 존재란 어마어마한 일들이 벌어지는 있기 때문이다.
신영복의 《담론》에서 “변화와 창조는 중심부가 아닌 변방에서 이루어진다. 중심부는 기존의 가치를 지키는 보루일 뿐 창조 공간이 못된다. 인류 문명의 중심은 항상 변방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변방이 창조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전제가 있다. 중심부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변방에서 즐기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모이고 모여 우리는 동네책방에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한다.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에서 벗어나 한 사람, 아닌 누군가의 생애를 담아내는 곳이다.
일론 머스크, 래리 페이지, 마크 저커버그, 스티브 잡스 등의 영향을 미친 곳이 동네책방, 도서관이다. 그들은 구석진 곳에서 책만 읽은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 삶도 흡수했다. 그 안의 사람을 생각하고 이해하는 힘은 다분히 책이 아니라 작은 공간이 가진 보이지 않는 문화가 그들을 지금의 인문과 과학을 융합하는 힘을 키웠다.
한 아이의 문화적 가치를 키운 것은 동네의 작은 변방인 책방이다. 그저 자연스럽게, 우연히 책을 읽고 함께 나눈 것들의 물리적 행위가 아니라 정서적 공간이 단순해 보여도 그 안의 공기와 향기는 다르다.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대형서점과의 차별성 때문에 매력이 있다.
책은 단순한 물건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 책의 스토리가 있는 책방은 책에서 찾은 것들을 새롭게 재창조하는 문화적 다양성을 누릴 수 있기에 그 의미와 가치는 크다.
책방의 존재가치를 높여주는 것은 동네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삶으로 스며드는 것이다. 설렁설렁 봄바람 부는 날 동네책방에서 책을 구입하고 문화를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소소한 발견이 나를 이끌어주기 충분하다. 멋진 일이다.
* 이 글은 출판저널 522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