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추천할 책을 고민한다는 것은 한편으로 마음이 무겁지만 또 한편으로 가슴 벅찬 일이기도 하다. 그 가슴 벅찬 것들을 전하고 나면 나와 타인의 연결은 또 다른 삶의 인연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나는 사서이기에 도서관에 존재하는 무수한 책들의 공간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연이 될 낡고 오래된 것들, 손에 닿지 않는, 가슴에 와 닿은 뇌리에 스친 문장과 책들을 불러 모아 누군가에게 의미를 부여하고자 노력 중이다.
위안을 받거나 때론 나를 성장시키고, 가슴 뛰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데 ‘책’은 개인적인 질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 삶 속에 녹아내리기 때문에 그 의미와 영향력은 매우 크다.
나 또한 그 선한 영향력을 어느 봄날 동네책방에 들러 책방지기의 추천으로 그 책은 오롯이 나의 동경의 대상이 되었고 온전히 책 여행을 떠난 곳에의 낯선 글들과 호흡하였다.
나의 책장에서 새벽에 깨어있는 나만의 시간에서 유독 눈에 띄는 김미라의 《책 여행자》는 무력한 시간에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그녀의 발길을 따라 길모퉁이에 있는 유럽 헌책 골목에서 지적 향기가 파고든다.
처음에는 책의 표지에서 두 번째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유럽의 서점과 헌책방, 길거리 서점, 중세 도서관을 탐닉하면서 그곳에 얽힌 역사와 함께 작가가 만난 서점 주인들, 책 수집가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그녀는 찰스 디킨스가 자주 찾았던 선술집에서 차가운 맥주를 마시거나 어느 때는 카프카의 집 앞에 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가 프리드리히 횔덜린이 방 안에 갇혀 창으로 보았을 숲 너머 계곡을 향해 한 참을 서 있었다는 시간의 일부가 나를 과거의 시간으로 되돌려 주었다. 묘한 텍스트를 따라가다 보면 나 또한 작가와 시인들의 세계에 이른 듯 짜릿했다. 여행의 동반자가 된 것처럼 좋은 문장에 밑줄을 긋고 포스트잇에 메모했던, 다시 한번 읽어 보았던 것들의 시간들을 기억한다. 꼭 가봐야 할 유럽 책방들이 하나둘씩 늘 때 행복감에 사로잡혔다.
“책들의 공간 안에서 나를 사로잡았던 감정만큼은 날이 갈수록 선명해진다” p.101
온전히 책과 세상이라는 두 세계를 흥미롭게 떠날 책 여행자가 있다면 책 속의 장면을 향해 최소한의 책을 읽고 내디뎌질 준비가 되어있으면 좋겠다. 이 모든 것들은 나를 사로잡았던 감정이 점점 선명해질 수 있도록 하는 책과 공간, 사람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