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은 늘 하는 의식이 있다.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는 것, 커피를 마시는 것, 책장에서 그나마 제목에 끌리는 책 중간 페이지를 읽어 보는 것, 다시 컴퓨터를 열어 즐겨찾기에서 오늘 새로운 것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아내 대신 밀린 설거지를 하고 쌀을 씻었다. 간단하게 볶음밥을 먹고 나니 그렇게 오전은 훌쩍 지나간다.
오후는 분리수거를 하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아봤다. 날은 뜨겁다. 주택에 작은 것들이 손짓한다.
길고양이가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숨어 버렸다. 그 녀석도 참...
길가에 그렇게 작은 것들이 눈에 보인다. 사진 한번 찍어주고, 더 깊은 골목으로 들어가 보았다.
잠시 마주친 사람은 딱히 없었다. 저 멀리 보이는 차들은 어디로 향하는지, 오랜 세월 아이들의 발길이 닿은 학교는 늙어 있었다. 의자도, 나무도, 가끔 나에게 향을 주는 모과나무는 그렇게 뜨거운 여름을 지나 가을의 결실을 맺는다는 것이 그 얼마나 달콤할까?
조용한 교정에 잠시 머물러간다는 것에 감사하다. 다시 발길은 동네 도서관으로 향한다.
한 구석에 마련된 쉼터에 길고양이들이 이용자 대신 쉬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그 녀석들은 눈치를 본다.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도 그 녀석 옆에 앉아 멍하니 주위를 살펴보았다.
발열 체크하고 들어간 종합자료실에는 정적이 흐른다. 책들은 고요하고 공간은 정적이다. 자동대출반납기에서 반납하고 신간도서코너에서 책을 고른다. 그곳에 있는 나는 멋있어 보일 때가 있었다. 홀로 책 읽는 감각이 그저 당당한 나를 찾는 시간이 되었으니?
사워를 하고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보며 시원한 맥주를 마신다. 이 맛이다. 철학을 딱히 책에서 찾지 말자
하루가 그렇게 가도 나의 일상이 버거워도 삶이란 늘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것들이 버티게 하는 힘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