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 삶이 머문 공간>의 에필로그
첫 번째 이야기, 그저 동네책방과 도서관이 좋아서 훌쩍 떠났다.
만추(晩秋)가 깊어지니 생각이 많아진다. 늘 이맘때면 신년에 계획했던 일들을 정리하곤 했었다. 도서관 창밖에 흘러가는 가을의 향기로움이 잠시 스쳐갈 때 씁쓸한 것들을 뒤돌아 본다.
올해 가장 잘한 일이라면 첫 책을 내었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출간했지만 기쁘고 가슴이 벅찼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하지만 어려웠던 과정들이 더 오래 남았다.
그저 동네책방, 작은도서관을 좋아했던 그 순수함으로 길을 떠났고 그곳에서 따뜻함을 만났고 행복한 삶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소한 행복감이 언제나 넘쳤다.
도서관 덕후는 아니지만 책과 관련 이야기나 공간, 행사가 있으면 챙겨볼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책을 접하는 시간이 많아 그 시간들을 깊이 파고드는 것들이 생겼고 나를 볼 수 있는 장점들이 보였다.
첫 책을 출간하고자 마음은 늘 자리에 잡고 있었다. 그 시작점은 알 수 없지만 사서를 하면서 틈틈이 하루의 반성에 대해 쓰고 기록했던 것들이 차곡차곡 노트에 넣었고 끄집어냈다.
대학, 공공, 학교도서관 사서를 거치면서 매너리즘에 빠지고 나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 적이 많아졌다. 고민들을 하나하나 풀어가기 시작했던 계기가 2014년 11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진행했던 <도서관을 바꾸는 15분>에 도전했고 많은 도서관인들에게 발표하면서부터 자신감이 생겼고 나의 도서관 이야기를 글로 쓰겠다는 다짐을 그때부터 했었다.
때론 사소한 뒤틀림, 균열, 흔들리거나 서툴고 낯선 것들의 불안감이 순간으로 포착된 것도 포함돼 있다. 반성을 하거나 가끔 떠난 여행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것들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도전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전국의 책방보다 흔하지 않는 경남의 동네책방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거나 책자를 알아보고 찾아갔다. 가는 길은 어려웠다. 특히 남해의 작은책방은 농촌마을의 언덕을 지나 어느 골목길에 맞닿았다. 그 책방이 아직도 아련 거린다.
김해부터 창원, 진주, 통영, 양산, 밀양, 남해 등 경남 구석구석 누렸다.
부부, 오누이, 친구, 직장동료, 가족 등이 함께 꾸려가는 책방에서 독립출판물을 팔거나 술, 책과 커피를 곁들어 그 공간을 담아내고 있었다. 한옥의 아름다운 멋, 아이를 위한 그림책, 헌책만를 고집하거나 게스트하우스를 위한 책방 등은 저마다 매력이 넘쳤다. 동네 도서관도 그 얼마나 좋은 향기가 나는지 아직도 따뜻함이 책 속 가득 퍼졌다.
카메라와 메모할 수첩을 들고 주말마다 찾아간 책방은 어느새 4년이 훌쩍 지나갔다. 계절의 변화를 동네책방의 공간에서 느끼곤 했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떠난 여행은 늘 설레며 행복했었다.
좋은 것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인터뷰를 꺼리거나 냉랭하게 대하는 경우도 많았고 개인적 삶을 방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늘 불안했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좋은 것만 글로 담아 그 안의 진정한 이야기를 다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도 남았다. 최근 몇몇 책방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팠다.
사서를 하면서 느꼈던 이야기들과 동네책방과 도서관이 가진 소소한 삶과 공간을 담아내어 지금의 책으로 녹아있다. 지금도 주말마다 찾아간 책방과 도서관이 가끔은 그립다.
각기 다른 색깔로 빚어낸 개성이 뚜렷한 어조의 속삭임, 희망을 품고 사는 책방지기가 만들어가는 그 안의 책, 삶, 사람들이 이야기들이 또 어떤 생체기의 아픔을 거쳐 가슴 진한 속살을 벗겨낼지 궁금해온다.
책방과 도서관이 지금 놓인 것과 앞으로 나아갈 걸음에 대해 언제나 고민하고 가슴에 품고 한 걸음 한 걸음 살아가는 모습들이 늘 생생하게 들려온다.
“장소는 우리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이다” 김현경의 <사람, 장소, 환대> 중에서
반바지에 티셔츠만 입고 동네책방에 자연스럽게 들러 책을 사는 동네사람들을 봤다. 동네책방은 이런 곳이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 공간이 주는 매력은 끌림이다. 그 끌림에 이끌어 책문화가 흐르고 사람, 장소, 환대적 의미를 가치롭게 변한다.
아름다움이 축적된 시간이 머물려 있는 동네책방에서 향기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요즘 EBS 프로그램인 <발견의 기쁨, 동네책방>을 1~8회 꾸준히 챙겨 보는 것을 보니 책방을 좋아하고 있음을 느낀다. 다시 한번 그 이야기를 이어보고 싶은 간절함이 남아있다.
두 번째 이야기, 출간하기까지의 과정들을 담다.
4년의 과정을 통해 책쓰기를 끝냈다. 뿌듯하고 가슴이 뛰었다.
책방과 도서관을 여행하면서 그 결과물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과정들이 힘들었지만 40대에 꼭 한 번 하고 싶은 목표가 첫 책을 내는 것이다. 생각만 했지 실행에 옮겨보니 그 의미가 남달랐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첫 책을 어떻게 출판사에 알릴 것인지 “책쓰기, 출판”에 관한 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려 꼼꼼히 살펴보았다.
출판사로부터 어떻게 나의 글을 알릴 것인지?, 기획할 것인지?, 나를 알리는 좋은 방법은?, 장점들, 독자층 등 이 모든 것들이 처음이라 고민되고 힘겨웠던 시간이었다. 책을 출간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글을 잘 쓰는 글쟁이도 아니고 검증할 만한 것도 없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출간 기획서를 출판사의 이메일로 수시로 발송했었다. 돌아온 답장은 똑같았다.
“보내주신 원고는 잘 받아보았습니다.
다만 저희 출판사의 출간 분야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출간이 어려울 듯하다는 회신드립니다.
모쪼록 눈밝은 출판사와 인연이 닿으셔서 책으로 만나 뵐 수 있기를 고대하겠습니다.”
경남의 한정된 책방만을 소개하여 책을 출간하지 못한다는 답장도 많았다. 독립출판물도 생각했었다. 고민이 깊어갔다.
시간이 지난 후 서울에 있는 출판사에서 답장이 왔다.
자비로 출간을 권했다. 망설었지만 시간이 지체할수록 힘들었다. 지금에 와서 선택을 잘했다고 싶다.
편집하는 과정들을 거쳐 첫 책이 나오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처음 출판사와 맞지 않아 두 번째 출판사와 작업을 했었다. 책 제목부터 표지 디자인, 작가의 의도에 글로 표현했던 것도 그대로 넣을 수 있어 편집하는 과정이 좋았다.
그리고, 올 8월 16일 첫 책이 출간되었다. 책을 받고 지인들에게 알리고 나니 더욱 실감이 났다. 아니, 글을 쓰는 것도 책을 낸다는 것도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알 것 같았다.
책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알리는 것도 필요했다. 작가에게 들어오는 인세는 얼마 되지 않지만 하루 팔리는 권수를 보면 조금 위안을 얻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이 책이 동네 책방과 작은도서관이 가진 책문화가 힘이 되고 보듬어줄 수 있음을, 그 공간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 시간을 빌러 책방지기와 사서, 관장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세 번째 이야기,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학교도서관에서 성장한다.
학교도서관에서 아이를 만나고 책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
학교도서관에는 책과 아이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한 해가 지나갈 때마다 똑같아 보이지만 늘 새로움이 이어지고 지속 가능성을 풀어내고 있다.
특히,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학교도서관을 이용하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저학년아이들의 도서대출이 가장 많았고 이용하는 예절도 좋았다. “사서선생님, 재미있는 책 추천해 주세요” “엉덩이 탐정 예약해 주세요” “영웅이 되고 싶은 책 없나요?”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진다.
사서 선생님은 친절한 미소와 자세로 아이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책과 함께할 수 있는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관심을 갖고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는 것도 아이들의 마음을 성장시킨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보드게임을 하거나 퍼즐조각을 맞춰본다. 스스로 책을 읽고 독서노트에 느낀점을 적는다. 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구석진 공간에서 그들만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이 시작되기도 한다. 학교도서관은 무궁무진한 책놀이터다.
인기 있는 공간은 책마루다. 학습만화인 Who? Why? 시리즈가 있기 때문이다.
고학년 아이들은 도서검색대에서 스스로 책을 찾거나 책 읽기가 자연스럽다. 책을 읽는 아이보다 함께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았다.
학교도서관은 계절마다 사뭇 다르다. 1년의 살림살이 독서교육과 도서관 계획을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단계인 봄의 계절이 가장 바쁘다.
그중에서 도서관이용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전교생 대상으로 도서관의 역사부터 자료를 찾는 방법, 책 읽기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한다. 1시간이 부족하지만 열정적으로 채워야 한다.
학기 초 학년별 온책 읽기를 위해 도서를 선정한다. 도서가 선정되면 작가 섭외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고 나면 가을날 온전히 책 읽기의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책모임은 나와 아이들과 오롯이 책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라 7년째 유지하고 있다.
함께 토론하고 깊이 들여다보는 그 시간만큼 나를 돌아보게 한다.
아침 시간에 그림책 읽어주는 어머니의 활동도 어느새 8년이 넘어갔다. 책 읽어주는 마음들이 모여 아이들은 그림책에 스며들어 행복한 시간 여행으로 빠져들고 있다.
진로 관련 책으로 꿈을 연결하는 진로독서 프로그램과 도서관 행사, 도서관활용수업, 독서릴레이 등 다양한 독서활동이 이루어지는 학교도서관은 늘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행복한 일상을 그려가는 중이다.
“어쩌면 학교도서관의 공간은 깊이 파고들수록 그 여운은 오래 남으며 보이지 않는 깊은 울림이 있을 것이다.”
강상도, <책과 사람, 삶이 머문 공간>, 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