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미팅 후 열흘 정도가 지나 두 번째 미팅을 했다. 소장님은 간략한 평면도와 우드락으로 만들어진 모형을 가지고 오셨다. 우리가 원하는 공간은 남편의 당구장, 나의 기도실, 부부 침실, 아이 방, 세 식구가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합주 공간 등이었고, 이 공간을 8가지 방식으로 구성해 평면과 입체를 만들어 오셨다. 크게는 3가지 대안이었고 각 대안당 1~3개의 변형 버전이 있어서 총 8가지나 되었다. 공간 배치가 달라지다 보니 평수도 40평부터 50평까지 다양했다.
소장님은 각 대안의 특징을 설명해주셨다. 평면과 입체 모형을 함께 보니 이해가 쉬웠다. 각 대안들은 현관 위치가 북쪽 혹은 남쪽 등으로 달랐고, 당구장과 주방, 거실이 일자 혹은 ㄱ자로 배치되는 등 형태와 순서가 달랐다. 계단이 일자로 오픈되거나 구석에 벽으로 막혀 꺾어진 형태 등으로 달랐고, 아이방과 안방이 붙어있는 안과 떨어져 있는 안이 있었다. 우리가 선호하는 요소들을 선택해서 8개의 대안 중 가장 나은 안을 선택해야 했다. 지난번에는 집의 커다란 덩어리를 어떤 형태로 할지 정했다면 이번에는 공간의 배치를 대략적으로 정하는 단계였다. 그 후로는 다시 세세하게 수정 보완해나가는 방식이었다.
2주 간격으로 미팅을 하며 도면을 수정해나갔다. 간략했던 도면이 네 번째 미팅 때 상세한 설계 도면이 되어 나왔다. 첫 번째 미팅 후 6주 만에 벌써 우리 집의 디자인이 나온 것이다. 1층 내부에는 가장 큰 공간인 남편의 당구장과 당구장에 딸린 작은 서재, 거실 겸 합주 공간, 주방, 화장실, 1층 외부에는 시선 차단 벽을 세운 데크 공간, 주차공간, 마당이 배치되었고, 2층에는 드레스룸이 딸린 부부 침실, 아이방, 세탁실, 욕실, 기도실, 외부 데크의 구성으로 도면이 그려졌다.
소장님이 도면을 가지고 오셔서 미팅 시간에 설명해주시면 나는 그 도면을 가지고 며칠 동안 들여다보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3D로 집의 구조를 그려서 보기 쉽게 해주는 스케치업 작업이 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평면만으로는 방의 크기가 와닿지 않았다. 공간감을 느껴보려고 도면에 그려진 치수대로 끈을 잘라서 바닥에 놓고 방의 크기를 가늠해보기도 했다. 동선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내게 맞는지 체크했다. 그런 다음 수정 사항을 도면에 써서 사진을 찍어 건축사무소에 보내면 다음 미팅에 수정사항이 반영된 도면을 가지고 오셨다. 예를 들어 현관이 밝았으면 좋겠고 현관 창고는 더 크게 하면 좋겠다는 식으로 요청을 했다.
평면이 거의 결정이 된 후 스케치업으로 만들어진 우리 집 모습을 볼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 외관부터 내부까지 1층, 2층을 다양한 시각에서 들여다볼 수 있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어 몇 번이고 스케치업 속의 우리 집을 돌아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