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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집짓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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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한무 Feb 20. 2023

그래도 다시

건축가 집을 방문하고 와서

내 마음을 모두 쏟아 낸 이후 그것이 내가 바라던 소통의 시작점이 되지는 못했지만 건축주로서의 내 모습이 조금은 변하게 된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어리숙하게 절차를 따라가던 수동적인 건축주였다면 조금은 능동적인 건축주의 모습으로 변했다고 할까? 건축가인 K소장님 집에 방문까지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K소장님은 2주 간격으로 진행되었던 미팅 때마다 우리 집으로 직접 와주었다. 소장님 댁과 우리 집이 가까웠기 때문에 사무소까지 가기보다는 퇴근하면서 혹은 주말에 우리 집에서 미팅하는 것이 효율적이었고, 건축주와 긴밀히 소통하기 위한 건축가 나름의 방법이었던 것 같다. 소장님은 지난해 지은 자신의 집에 사무 공간을 만들어놓았으니 거기에서 미팅도 가능하다고 했다. 지나가는 말로 한 것일 수 있었는데 소장님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던 나는 눈치 없이 그 말을 덥석 물어 소장님 댁 방문 날짜를 받아냈다.


소장님 댁에서 설계 미팅을 하기로 한 평일 늦은 오후, 우리 세 식구는 소장님의 어린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사서 댁에 방문했다. 사무실로 꾸민 곳에서 미팅을 하는 데 실제로 건축주들이 방문해 회의를 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개인 서재 같이 느껴졌다. 건축주의 방문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할까? 소장님의 응대도 어색하고 말이다. 미팅을 마친 후 소장님이 집을 구경시켜 주셨다. 집은 사진으로 봤을 때와 달리 살림이 차 있어 생활감이 느껴졌다. 놀고 있는 아이들과 저녁을 준비하시는 사모님이 신경 쓰여서 최대한 빠르게 대충 둘러보았다. 방문 내내 반기지 않는 집에 억지로 처 들어간 느낌에 미안한 마음과 섭섭한 마음이 교차했다. 그러나 소장님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 달라지게 되었다. 소장님 댁을 방문하기 전에는 소통을 피하는 이해하기 힘든 건축가라고 생각했다면, 집과 가족을 보고 온 후에는 그저 평범한 가장이자 사업주로 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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