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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한무 Mar 07. 2024

미니멀 집짓기

집을 지을 때 장식적인 요소를 최대한 자제하고 필요한 최소의 공간만으로 세 식구에 딱 맞게, 군더더기 없이  지었다. 1, 2층을 합쳐 40평이 넘는 집이니 작고 미니멀한 집이라고 하기에는 무리인 듯 하지만 주변 집들은 대개 연면적이 60평 이상이기에 비교적 미니멀한 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남편의 당구대가 놓여있는 당구장은 10평으로 우리 집에서 가장 넓은 공간이고, 나머지 30여 평이 주 생활공간인데 세 식구가 살기에 충분하다. 


미니멀한 디자인에 집착하다 보니 주택만이 가질 수 있는 아기자기한 설계의 묘가 빠지고 다소 밋밋한 평면이 되었다. 집을 짓기 전에는 수많은 주택 사진을 참고하면서 참 많은 로망을 품었는데, 설계하면서는 최대한 현실적이 되어서 '관리하기 편하게, 필요한 공간만, 단순하게, 미니멀하게'가 지배적인 생각이었다. 미니멀에 집착하여 아쉬운 부분도 생겼지만 그런 기준이 있었기에 예산을 많이 초과하지 않고 집을 지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미니멀에 집착한 이유는 예산의 한계도 있었지만, 쓸데없이 큰 집을 지어 쓰지도 않는 공간이 생기는 건 낭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딱 맞춰지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공간은 있게 마련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당구장 한쪽 남편의 작은 서재는 잘 쓰지 않고 있다. 한편 새롭게 필요한 공간도 생긴다. 우리 집의 경우 외부와 내부의 중간 성격을 가지는 공간이 없어서 썬룸 공사를 했다.  


집을 미니멀하게 짓기 위해 다락방은 만들지 않았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고, 계단 한 층 더 올라가는 것도 번거로워 창고로 전락하기 쉽다고 하여 다락방을 뺐다. 그러나 다락방은 나름대로 필요한 공간이었다. 여름에는 지붕을 뜨겁게 달구는 열기를 막아주고 비 오는 날에는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공간이 더 있는 만큼 관리를 해야 하기에 그 수고를 덜었다 생각하면서 아쉬움을 달랜다.  


짐이 쌓이는 것이 싫어서 수납공간을 최소한으로 했다. 1층에는 주방옆 다용도실, 2층에는 안방 드레스룸과 세탁실에 필요한 수납공간을 붙박이 가구로 짜 넣었는데, 우리 집의 주요한 수납공간으로 활약하고 있다. 7년째 살다 보니 짐이 늘고 생활패턴도 조금씩 바뀌어서 수납공간을 이동하기도 하고 추가하기도 했다. 가능한 지금의 수납공간 내에서 짐을 관리하며 살려고 한다. 


나중에 필요해질 부분을 예상해서 미리 다 준비해 놓기보다는, 현재 족한 만큼만 지었기에 단순하고 편안한 공간이 된 것 같다. 집 짓기는 준공이 끝이 아니라 들어와 살면서도 계속된다. 필요한 부분을 더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빼면서 각자의 집으로 튜닝이 되어 간다. 그러니 집짓기 전에 지나치게 머리 싸매고 완벽한 집을 짓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 나는 너무 지나치게 머리 싸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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