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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한무 Mar 12. 2024

하자가 눈에 띌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았다

안 되는 게 있다

집을 짓고 들어와 살면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눈에 띄면 너무 괴로웠다. 내 손으로 지은 집이 아니라면 그렇게까지 괴롭지는 않았을 거다. 고심을 거듭하고, 검색에 검색을 하며 손품을 팔고, 여기저기 다니며 발품을 팔았다. 땅 선택부터 작은 손잡이에 이르기까지 집 짓는 데 정말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그럼에도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시간을 들여 노력하면 기대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무너져 나는 무척 당황했다.  


세상은 그리 간단한 곳이 아니다.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도, 나 혼자만 잘한다고 일이 잘 되는 것도 아니다. 내 인생은 사람과 사람 간, 사람과 자연 간의 상호작용 속에 있기에 모든 것이 내 통제 아래 있을 수 없으며 노력해도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집을 지으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이것은 패배의식, 무기력과는 다르다.


집 짓기를 하면서 열 명이 넘는 건축가를 만나며 최선을 다해 건축가를 찾았고 최선이다 싶은 사람을 선택했다. 그러나 끝까지 애를 써도 건축가와 내내 합이 잘 맞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을 냈는데도 끝까지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났다.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게 있었다. 결국 건축가와 소통에 대한 실패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유한성을 인정할 때 자유롭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은 자연법칙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지 결과가 안 나올 때도 있다. 나의 부족함 때문에 또는 이유도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럴 때, 있는 그대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노력만능주의에 빠져 모든 걸 나의 노력 부족 탓으로 돌리게 되면 자존감이 낮아지고 패배의식에 빠져 불행해진다. 노력중독에 빠져서 스스로를 끝없이 착취하게 될 수 있다. 내가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나 집 짓기를 하면서 대자연속에서 내 한계를 명확히 인식한다는 것이 나의 짐을 가볍게 해 준다는 걸 깨달았다. 그 유한성을 절망적으로 생각하거나 자책이나 원망하지 않고 나의 한계를 담담히 인정할 때 놀라운 자유를 경험하게 된다.




하자가 눈에 띌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았다

입주 후에 이 집이 잘된 집인지 아닌지 판단하면서 패배감에 휩싸였다. 성취감에 으쓱할 때도 있었지만 그것또한 결국 나에 대한 평가이기에 마음이 불편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자가 눈에 띌 때마다 심장이 덜컹덜컹했다. 하자는 나를 향해 쏘는 실패의 화살같이 느껴져 괴로웠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방도를 찾기에 앞서 하자의 존재 자체가 나를 먼저 짓눌렀다. 그럴 때면 마음의 지옥에 갇혀 내게 허락된 집을 누리지도, 주인이 되지도 못했다. 집을 짓고 입주한 직후의 나는 참 불쌍했다. 나와 남의 실수를 계속 끄집어냈고, 수고를 인정해 주지도 못했다.


우리 집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남편과 아이는 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도 무척 예민했다. 아이가 우리 집이 초라하다고 말했을 때 얼마나 속상하던지. 엄마인 내가 다른 집과 비교하며 우리 집을 깎아내리기 바빴기에 할 말은 없었다. 아이는 초라하다는 말에 이어서 ‘이 집에 만족하지는 않지만 감사는 한다’며 ‘인간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기에 만족이란 건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다’며 애 어른 같은 말을 했다. 만족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할 수 있을 때, 감사에서 오는 만족이 있다. 말장난 같지만 실제로 종종 그걸 경험한다.



복을 세어보기

부족한 점이 많아도 우리 가족에게는 완전한 우리 집이라는 걸 깨달아야 했다. 하자목록 작성하듯 반대로 받은 복을 세어보기 시작했다. ‘계단이 잘 수정되어 오르내리는 데 문제가 없다, 창문이 예쁘고 튼튼해서 보기에도 좋고 단열이 잘 된다, 마루의 색과 질감이 마음에 쏙 들어 발 닿는 모든 곳이 기분 좋으니 축복 아닌가!’ 복을 세어보며 마음의 지옥에서 살며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장점과 단점 모두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해 나갈 의지와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오래 참고 기다릴 수 있다. 그 길이 무척 힘들었지만.


입주 후 7년째 되는 지금.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이 있지만 우리에게 완전한 집이라는 걸 조금씩 인정해 왔다. 아직도 종종 이 집이 우리 집인가 실감이 나지 않는 순간도 많이 있다. 그만큼 아름다운 순간이 많다. 햇살이 환하게 들며 새소리가 들리는 날이면 더욱 이 집이 우리 집인가 싶게 행복한 심정이 된다. 때때로 마음을 지키지 않으면 후회와 우울, 절망 속으로 들어갈 때도 있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들을 원망하며 화병에 걸릴 것만 같다. 그러나 우직하게 감사의 우물을 끌어올리다 보면 반드시 소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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