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의 공급력과 수요

나에게 왜 일을 맡길까

by 세실리아

프리랜서 관련 책들을 읽던 중 '그냥 프리랜서는 많다. 밥벌이하는 프리랜서가 되어야 한다'라는 내용을 본 적 있다. 한 달에 몇 시간 이상을 일해야 프리랜서고, 얼마 이상을 벌어야 프리랜서라는 기준은 없으니까. 그 이후 내 모토는 '밥벌이하는 프리랜서가 되자'였다.


최근 저것보다 더 와 닿는 표현을 봤다. '너의 공급력이 아니라 너에 대한 수요가 너의 힘이다'. 졸업반 때 인턴 했던 커뮤니케이션 그룹 대표의 SNS 글에서 우연히 봤는데, 프리랜서의 경쟁력을 가리키기에 저것보다 적당한 말은 없을 거 같다.


다행히 프리랜서 3년 차에 이르기까지 일이 없어서 걱정한 적은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시간이 되지 않아 거절한 적은 있어도 누군가에게 일 좀 달라는 말을 해 본 적 없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일이다.

'내 공급력보다 수요가 한참이나 밑돈다면 그때는 회사로 돌아가야 할 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랬더라면 아마 진작 프리랜서 생활을 청산했을 것이다. 프리랜서로서 경쟁력이 없다면 어차피 지속 불가능할 테니.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가 된 이후, '경쟁력'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너의 공급력이 아니라 너에 대한 수요가 너의 힘이다'라는 말을 천천히 곱씹어 봤다. 나에게 믿고 일을 맡기는 곳은 왜 나에게 맡길까?


나에 대한 수요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을 것이다.

1) 나랑 일을 해봤는데 만족스러워서, 혹은 누군가가 나에 대한 좋은 코멘트를 해서 믿고 맡기는 경우

2) ASAP 건이 있는데 나한테 맡기면 데드라인도 맞추고 평타는 칠 거 같아서


1번 같은 일만 하고 싶지만, 가끔 거절하기 애매한 사이라 2번도 그냥 할 때가 가끔 있다. 그런데 프리랜서로서 내 정체성이 '무엇이든 해드립니다'면 안되니 경계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1번과 같은 일만 하는 게 목표다.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고.


같이 일하는 분이 '일은 많아도 스트레스, 없어도 스트레스'라며 그러니 일 말고 다른 곳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듣고서 너무나 공감됐다.

일이 재밌어서 한다고는 해도 너무 많으면 시간에 쫓기고 스트레스받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없으면 당연히 불안할 터. 그러니 일 말고 다른 곳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유연한 시간 활용만큼 편안하고 온전한 일상을 만들어가고 싶다.

일이 많을 땐 내 케파가 넘어가는 일은 아까워도 과감히 거절해 적당한 워라밸을 지키고

일이 없을 땐 가족과의 시간, 지인과의 만남, 집 안 돌보기,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취미생활(책 읽기, 글쓰기 등)을 하며 '일 밖에서' 즐거움을 찾아가야지.


단단하게 구축된 온전한 일상 속에서 나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있는 것, 그것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지금은 '프리랜서 맘은 프리하지 않아'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있지만, 나에 대한 수요와 공급력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 언젠가는 '프리한 프리랜서'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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