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길 버스정류장에서 본 사건 보고입니다. 환승 버스 기다리다가 한 커플이 입맞춤을 시작했다. 안 볼 수가 없었습니다. 버스정류장 안쪽은 사람들이 득시글했고 언제나 후미진 곳이나 측면 혹은 후면을 다시 말해 내 이름과 비슷한 발음인 구석을 좋아하는 구식인간인 바로 저랍니다. 그런데 내가 버스를 기다릴 곳은 그 커플이 깍지 끼고 있던 그곳이었어요. 서로 안고 작정하며 키스하는 뽀뽀 커플을 피해서 버스를 기다릴 수는 없었지 뭡니까. 그들을 피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는 있어서 즐기기로 아니 관찰하기로 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긴 시간 무료해서 뭐 달리 할 일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난 그 커플 옆에서 그들의 입맞춤 횟수를 세기 시작했다.
물론 똑바로 보지 못하고 핸드폰을 보는 척했다. 자기야 쫍, 힘들어 춉, 어디 봐 촙..... (그냥 바라보다가) 초옵! 모두 12번이었다. 1분 정도에 12번이니 5초에 한 번씩... 아 참말로 정말로 많이 했다... 후들후들 여기서 심리테스트 생각이 떠오른다. 사람들은 이렇게 적나라한 모습을 보면 어떤 상태일까라는? 1. 달달하다 2. 고마해라 3. 할 일이 그렇게 없냐? 4. 좋을 때다 5. 공중도덕을 지킵시다.
1.'달달하다'를 선택한 당신은 무척 낭만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졌네요. 또 과체중이실 거 같군요. 평소 단 거를 좋아하고 충치에 노출될 확률도 많습니다.
2.'많이 했다 이제 고마해라 '를 고른 당신은 연애생활에 위기를 겪거나 모태솔로 기질이 있습니다. 시기하는 마음이 좀 있네요. 조금 메마른 사람입니다.
3.' 할 일 참 없다'를 선택한 당신은 지금 누군가와의 이별을 후회하거나 헤어 진 뒤 아직 마음이 여유롭지 않은 것 같군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세요.
4.'좋을 때다'를 선택한 당신은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입니다. 평소 소심하기도 하고 많이 나서지 않아 여유롭지만 급우울감에 빠질 확률이 농후합니다.
5.'공중도덕을 지킵시다'는 전형적인 아재, 아줌마 스타일로 사회가 빨리 변함을 인식 못합니다. 나 때는 말이야 라거나 아직 애들은 뭘 모른다고 생각하죠.
그렇게 상상의 나래를 펴는 순간 훅하고 119버스가 도착했네요. 그사이에 여자는 버스에 타고 남자는 남고 바라본 나도 얼른 버스에 올랐어요. 집에서 저녁 준비하는 마나님이 눈 빠지게 기다리니까요. 늦으면 혼나요. 저녁 못 먹거든요. 그런데 이크 자리가 없네요. 헐... 지하철 30분 타고 와서 15분 정도 다리 아프게 기다렸는데... 또 30분을 서서 가야 하다니. 급 우울모드에 빠집니다. 다시 여자가 손뽀뽀를 날립니다. 밖에 자신을 배웅하는 남자 친구에게 말입니다. 창가에 서서 관심이 없는 척하면서 손뽀뽀를 받은 남자의 반응을 자연스럽게 살펴봅니다. 눈 똥그랗게 뜨고 보니 남자가 손을 흔듭니다. 정말이지 참 좋은 때입니다. 집사람하고 뽀뽀한 지 한참이 되었네요. 십 년 가까이 된 것 같은데.... 남자가 답례라도 하듯이 손을 흔들고 입에 데고 손키스를 날립니다. 버스도 배알이 꼴렸는지 덜컹 거리며 출발합니다. 두 사람을 떼어놓습니다. 두 사람 참 좋은 때입니다. 아직 세상 힘든 줄 모르는.... 아니 몰라서 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