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컬트는 웬일인지 킹덤을 끝내고 침체되어 갔습니다. 함께 운영을 하던 정용진, 김요석 친구도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또 부산에서 모든 걸 팽개 치고 저를 아니 컬트를 도우러 대전에 올라와 살며 정말 큰 힘이 되었던 최아휘 친구도 돌아가고 나니 더 힘들어졌습니다. 물론 저의 불찰이 더 컸지요. 내적으로 외적으로 지쳤던 것입니다.
회지도 51호(98년 5월)를 끝으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한 달 두 달을 넘어갈 때는 그렇게 불안하더니 3개월이 지나니까 4년간 쉬지않고 달려왔는데 의무감과 책임감이 무뎌졌습니다. 외부적인 이벤트를 할 때 만들면 되지 하고 미루다 보니 게을러지고 핑계를 찾게 됩니다. 처음엔 이러면 안 되는데 하다가 그럴 수도 있지 뭐... 이렇게... 스스로를 납득하고 수긍한 것입니다. 비전을 세우고 정비하고 나아가야 하는데 말입니다.
▣ 영화: 아름다운 시절(1998), 이광모 감독, 안성기, 송옥숙, 이인 주연
▣ 언제: 1998년 11월 22일(일) 오후 1시
▣ 장소: 대전 선사시네마(둔산 3 청사 앞 선사유적지 맞은편)
▣ 초대: 이인 배우(대전 동산중학교) - 성민 역
- 컬트는 1997년 2월에 이사 간 대흥동 472번지 대흥빌딩 501호 사무실을 한 번의 겨울만 나고 두 번째 겨울을 나기 전에 나오게 됩니다. 월세와 운영비의 부담이 있었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2년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시민을 위한 무료 열린 영화제>의 성공과 <킹덤> 대전 상영의 열기를 더 이어가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대표를 맡고 있는 저의 잘못입니다. 비전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고 목표를 세워 다시 재정비하고 나아가지 못했던 것입니다. 여하튼 대흥동 빌딩을 나와서 회원이 운영하던 작은 카페 <토마토 공격대>로 이전을 했습니다.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던 영업하는 카페 겸 술집에 자료들을 다 옮겼는데 아무래도 술장사를 하는 곳이라 얼마 있지 못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가을 재즈음악 영화제'를 했는데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장소도 외졌고요. 거기에 잠깐 있다가 겨울이 오기 전에 그곳을 떠나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그리고 장소를 물색하게 됩니다.
- 그때 둔산동 정부 3 청사 맞은편 그러니까 둔산 신도시에 그해 1998년 2월에 오픈한 2개의 개봉관이 있는 '선사시네마라는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장님이 여성분이셨습니다. 사무실로 쓸 공간을 한다고 찾아가서 면담을 했습니다. 상영실은 없어도 되고 그저 작은 공간 업무를 볼 공간을 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보증금도 없고 월세 낼 형편도 안되었습니다. 대신 공간을 확보해 주시면 극장의 일을 나서서 돕겠다고 했습니다. 홍보와 기획일을 말입니다. 그래서 찾은 공간이 엘리베이터 아래 공간입니다. 2평이나 됐을까요. 사방에 책장과 비디오장을 넣었습니다. 다시 또 피 말리는 이삿짐 나르기. 무거운 영화 잡지와 테이프. 어떻게든 공간을 구해야 했으니 그마저도 감사했습니다. 극장을 두 곳을 하는 운영하는 곳이라 영사기사님도 세분이 돌아가면서 일했고 청소 아주머니가 밥을 저 건물 꼭대기에서 해주는데 영사 실장님들 매점 알바 학생, 그리고 포스터 벽보를 붙이는 분과 친해져서 맨 위에서 식사하는데 함께 종종 밥도 얻어먹었습니다.
- 그리고 예술영화를 수입, 배급하는 영화사 백두대간에서 처음으로 제작한 <아름다운 시절>이란 영화의 개봉에 맞춰 이 영화의 아역배우인 이인이라는 배우가 대전에서 학교를 다닌다는 것을 알고 팬 사인회를 홍보하고 준비하였습니다. 전쟁의 비참함을 관조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성찰하게 만드는 정말 느리게 진행되는 영화입니다. 지루하게도 느껴지지만 정교하게 직조한 미장센이 긴 호흡을 하게 만들며 잔잔한 울림이 있는 한국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의 소개도 하고 팬 사인회도 우리 컬트가 진행을 하게 됩니다. 대전동산중학교에 재학 중인 이인(15)군은 2천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성민'을 연기했습니다. 전쟁의 상처를 지난 힘없는 백성들의 삶의 애환과 우리네 아버지들의 고단한 삶과 고뇌가 우리 민초들의 삶과 함께 담담하게 그려진 수작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배우와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사인회를 개최하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배우의 할머님과 부모님은 물론 친지 친구들로 극장로비는 만원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앞으로의 배우 인생의 서막을 알리는 출정식과 같은 행사였습니다. 대전의 관객들은 이인이라는 배우를 응원하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행사였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세상을 만들고 싶은 대전 시네마테크 컬트의 공식적인 행사는 이것이 마지막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아쉽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