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대전 영상문화 발전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1995.9월 636명)
영화세상 대전 시네마테크 컬트는 1995년 9월 636명, 1997년 11월에 557명의 대전 관객들을 대상으로 2차례 대전의 영상문화 실태와 대전의 영상문화 발전에 대하여 회원들과 함께 직접 극장과 거리로 나가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보고서를 공유하면서 더 나은 대전의 영상문화의 발전에 대한 방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제7의 예술, 잡종 예술이라고 불리는 영화가 산업과 예술 두 가지 측면에서 영상문화의 선두에 서서 점점 더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비디오와 컴퓨터 디지컬 기술의 영향으로 사양화할 것이라는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캐릭터 산업, 게임, 음악 등 각종 영상소프트웨어의 출발점으로 영화는 그 매력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예술의 내용적인 발전과 함께 영화를 보고 즐기는 극장문화는 영상문화의 제1차적인 시장으로서 중요하다. 하지만 대전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극장 문화환경은 미흡하다고 보면 타당하다. 지금까지의 대전의 극장 문화환경을 관객들과 함께 짚어보고 바람직한 문화공간으로서 극장을 기대하면서 이 논의를 시작하고자 한다.
작년 9월 영화동호회 관객집단 '영화세상'에서는 '대전의 영상문화 실태에 관하여' 설문조사를 한 바가 있다. 영화의 주 소비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10대와 20대의 젊은 관객들 63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중에는 대전지역 극장의 실태와 관객들이 바라는 바를 극장의 평균 이용 횟수와 함께 조사한 바가 있다. 10대와 20대 그리고 성별에 따른 세부 조사결과도 있으나 총체적인 설문조사 응답자료를 토대로 해서 대전의 영상문화의 출발점인 극장에 관하여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현재 대전에 있는 극장의 관람환경을 살펴본 뒤에 바람직한 대전의 극장 모습과 함께 관객의 태도에 대해서도 논의를 해보고 싶다. 극장에 대하여 무엇을 요구하기 이전에 능동적이고 책임감 있는 관객의 모습을 찾는 일 또한 영상문화의 홍수 속에서 외래문화에 종속되지 않으면서 문화적 주체성을 지킬 수 있는 길이다.
먼저 대전 관객들의 평균 극장 이용화수를 살펴보자. 가장 많은 53%(335명)가 한 달에 영화 1~2편을 극장에서 관람을 한다고 대답하였다. 3~5편을 보는 영화광들도 10%를 넘었다. 반대로 극장에서 영화를 한 달에 거의 안 본다는 관객들도 36.7%(230명)에 달한다. 남성은 거의 안 보거나 3~5편을 보는 사람이 많았고 여성은 거의 안 보지는 않고 1~2편은 매달 본다는 대답을 해서 이채롭다. 그러니까 여성 여성 관객들은 꾸준히 보는 스타일이고 남성들은 아예 관심이 없거나 영화에 푹 빠진 마니아 수준이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영화를 접하는 곳은 어디일까? 역시 많은 비디오의 보급율이 영화관객을 비디오시장으로 끌어가고 있다. 개인주의적인 성향과 비디오방의 보급으로 인한 결과로 생각된다. 응답자의 46%(191명)가 주로 비디오를 통해서 영화를 접한다고 대답을 했다. 재개봉관이나 동시상영관을 통해서 영화를 접하는 3%의 관객을 제외한 51%(320명)의 관객이 재개봉관을 통해서 영화를 접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개봉관이라라는 것이 사실 재개봉관과 뚜렷한 차이가 없다는데서 문제가 있다. 대전의 개봉관과 재개봉관의 차이는 단지 극장의 위치가 어디에 있느냐에 차이가 있다. 극장의 좌석수나 환경 등에 의한 분류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개봉관이라는 극장도 몇 군데 대형극장을 빼면 시설이나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개봉관으로써의 구실을 충분히 하고 있지 못하다. 여기서 말하는 개봉관으로써의 구실은 관람료를 낸 만큼 편안한 좌석에 앉아 좋은 화질과 음향으로 편안하게 다른 사람들의 간섭과 제제(?)를 받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극장주들은 비싼 임대료며 운영비, 시장성까지 들고 나오면서 투자의 한계를 주장하리라. 하지만 좋은 극장에서 편하게 영화를 보는 일은 모든 관객들이 원하는 일이고 각종 문화생활에 대한 만족감이 다른 사회 제반 행동에 나타난다고 볼 때 쉽게 지나쳐 볼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친구나 애인과 쾌적하게 영화를 보고 이야기하고 식당이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며칠 후 영화음악 음반을 사고 그 좋은 극장에 걸린 예고프로를 혹은 그 당시 봤던 영화를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고 권한다.
이런 '영화사슬'에 대해서 혹시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그러면 극장 측에 대전의 관객들이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좋은 영화를 선택해 보여달라는 영화관객들이 17%(109명)이고 서비스가 좋아져야 한다고 말한 관객이 21%(134명)였다. 서비스라는 말은 극장도 하나의 영화라는 상품을 파는 장소여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극장의 서비스에 관하여는 20대보다 민감한 10대의 관객들이 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에 있는 어느 극장이 좌석을 비롯한 음향설비 등을 소비자인 관객위주로 쾌적하게 바꾸고 나서 영화인들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명소로 등장한 사실은 영화라는 산업이 소비자와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 가를 알아보는 좋은 본보기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위치하였다고 해서 선택의 기회가 없이 이곳에 들어오겠지 하는 마음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현재 극장이라는 문화장소의 세계적인 추세는 여러 가지 형태의 복합관이 유행을 하고 있다. 좌석은 500백 석 이하의 중간 정도이며 실내외 장식부터 여간 신경 쓰지 않으면 관객의 다양하고 까다로운 입맛을 맞출 수 없다고 생각하여 아주 세심하게 외양부터 작품선정, 그리고 서비스를 실시하여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리고 쇼핑과 문화공간이 함께 이루어지는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의 이런 형택 우리에게 꼭 맞는 옷을 될 수는 없지만 참고할 만하다.
대전의 관객들은 48%(308명)가 대형극장이 더 생겼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만큼 대전의 극장들이 갖는 시설의 미비함과 협소함을 시정해 달라고 요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다음으로 작품선정과 관련하여 수준 높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예술영화전용관의 설립도 바라고 있다, 관람환경이 그래도 기존의 극장과는 달리 비교적 좋은 대덕 연구단지 안의 국립과학관에서 가끔씩 상영하는 영화도 교통도 불편하고 주위의 서비스업계와도 연결이 되어있지 않고 부정기적으로 공연되기 때문에 불편함이 많다. 더불어 13%(83%)는 시네마테크 형태의 극장을 원하는데 이 또한 예술영화전용관과 같은 맥락에서 볼 때 관객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토론하고 연구할 수 있는 열림 문화의 장으로서의 극장을 요구하는 대전의 젊은 관객들의 욕구를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대전에 있는 극장의 환경개선과 영상문화 실태에 대한 책임이 관객에게는 없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필자는 여러 지방의 극장을 다녀봤지만 대전의 영화관객들의 매너와 수준이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극장은 극장대로 관객은 관객대로 현재의 상황에 체념하고 있다. 서울도 아니고 여러 가지 사정상 어쩔 수 없으니 현 실정에 그냥 따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인 것 같다.
좌석제나 디지털 시스템을 바라기 이전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공기물의 깔끔한 사용이 필요하다. 극장 내에 음식물을 들고 들어가는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 쾌적한 관람분위기 조성을 위해 관객과 극장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담당기관에서는 시설물의 안전진단과 함께 보다 좋은 극장환경의 개선과 투자에 대하여 관계된 규제를 풀고 지원하여 시민들의 영상문화의 열린 무대로서 극장의 위상을 높이는데 협조해야 할 것이다.
영화에 대한 사전심의가 헌법재판소에 의해서 표현의 자유인 헌법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재판관 전원일치의 위헌 심판을 받은 이후에 '표현의 자유에 대한 승리'에 영화인들과 함께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고 좋은 극장에서 의식 있는 관객들에 의해서 감상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 황규석 (대전 시네마테크 컬트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