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은 같은 을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길냥이를 보거나 노숙견을 봐도 마음이 아린 것이 을의 성격

by 황규석
2022.04 망원동

이란 사람은 기본적으로 마음이 여린 사람이다. 태생적으로 마음이 약하게 태어나서 누구에게 쉽게 화를 내지 못한다. 을이란 사람은 그래서 내성적이기도 하고 말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을은 통제를 당하고 하위층에 있어서 쉽게 허리를 굽혀야 하고 또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고 갑이 원하는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산다. 물론 일을 할 때와 일을 하지 않고 퇴근하거나 벗어났을 때는 덜하지만 그것이 몸에 밴 경우가 많다. 그래서 부지 불식 간에 먼저 사과하고 또 상대방의 눈치를 보곤 한다.


는 지금도 을이고 앞으로도 을로 살고자 하기 때문에 을의 습성에 대하여 많은 관찰을 한다. 길을 가면서도 을은 조심스럽게 큰길이나 도로의 중앙을 잘 걷지 못한다. 그냥 변두리 주위를 맴돌기를 좋아하고 눈에 띄지 않게 걷기를 좋아한다. 그런 을의 특성과 맞는 생명체를 또 자주 발견한다. 갑이란 사람은 있어도 보지 못한다. 그런 곳에 눈길을 자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을은 안 그렇다. 워낙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고 살아왔기에 주변의 지형지물에 대한 인식도 빠르고 어디로 도망을 가야 하는지 피해야 하는지 파악을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있다고나 할까.


냥이들을 종종 발견한다. 아니 이상하게 내 눈에도 잘 보인다. 담벼락 위를 아슬아슬 걷다가 눈이 마주치는 검댕이들도 있고 이곳저곳을 사람의 눈을 피해 다니는 길냥이들의 얼굴을 갑자기 마주하곤 한다. 녀석들의 기구한 인생. 로드킬을 당하기 쉬은 녀석들의 서글픈 운명. 최근에야 공공장소나 마을 어귀 골목 입구에 냥이들을 위해 밥그릇과 물그릇이 놓인 모습을 종종 본다. 그만큼 인간 사회에서의 을뿐만 아니라 동물 세계에서의 을을 위한 시각이 많이 높아지고 관심을 가게 한다. 그런데 동물은 인간과 비교하면 거의 모두 아니 전부가 을의 위치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들의 공간을 잠식하고 먹이 사슬을 빼앗고 개체수를 조절하는 번식까지...


길냥이를 보았다. 예쁘장한 녀석은 내가 인간사회 계급에서 을이란 느낌을 척 보고 알았는지 도망가지 않고 나와 눈을 마주쳤다. "넌 어쩌다가 그렇게 길을 떠돌고 있니?" "아저씨는 어쩌다가 을이 되어 움츠리고 다니니?" 녀석의 피로한 얼굴과 이마부터 목에 주름이 갈수록 깊어지는 나는 그 아이와 동병상련을 느낀다. "힘들지?' "난 괜찮아요, 이것이 내 삶인 걸요 뭐" "아프지 마라, 건강하고...." "네 고마워요, 아저씨도 파이팅!" 짧은 시간 우린 이렇게 대화를 나누었다. 부디 이 아이가 사고 나지 않고 사는 날까지 누구의 구속도 없이 자유롭게 평화롭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한낮의 오수도 즐겨가면서. 누구의 손도 타지 않고 말이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죽기 전까지...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7화사랑은 심장으로 하고 일은 밥심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