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정말 많이 들었고 지금도 듣고 있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이 말입니다. "넌 왜 그렇게 사서고생하는 일만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습니다. 저는 정말 사서 고생하는 일을 즐겨합니다. 그래서 더 피곤하고 지금 뭐 잘 나가지 않았는지도 모르죠. 그런데 제가 그렇게 사서 공생을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우직하게 바보처럼 남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뭐 그렇다고 늘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을 놓지 않으려고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무슨 일을 써서라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특별히 뛰어난 재주가 있어서 커다란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겨우 사람구실을 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가장 큰 사건은 고등학교 3년 등하교 시간에 하루 왕복 두 시간 이상을 걸어서 다녔던 것입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연합고사를 보고 뺑뺑이들 돌렸는데 고등학교가 멀리 있는 학교에 배정이 되었습니다. 거기는 반드시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하는 거리였습니다. 1학년 첫날 버스를 타고 가는데 근처의 여학생들도 함께 만원 버스에 시달리다가 하차 지점에서 못 내리고 한 정거장을 더 가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날 그래서 헐레벌떡 뛰어가서 겨우 지각을 면했답니다. 그때 생각을 했습니다. 그 콩나물시루 같은 만원 버스를 3년간 타고 다녀야 한다니 정말 끔찍했습니다. 그냥 걸어다는 편이 더 편하겠다. 가득한 학생들 때문에 숨도 못 쉬고 다닐 생각을 하니 정말 답답했습니다. 회수권 살 돈을 아낄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그래서 3년간 걸어 다니게 된 것입니다. 뭐 그전에도 사실 여기저기 쏘다니는 것을 좋아하긴 했습니다. 다른 애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거리를 3년간 지각없이 걸어 다니고 매일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는 밤 9시 이후에도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예를 들자면 그것보다 또 다른 이유도 많은데 지금도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거의 안 탑니다. 출퇴근길에 계단으로 다닌 지 거의 20년입니다. 안 그래도 굵은 통뼈의 종아리와 허벅지가 더 굵어진 이유입니다. 일단은 피곤합니다. 그런데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를 탄다는 것은 스스로 용납이 안됩니다. 물론 일 때문에 급하면 엘리베이터를 타지만 가급적 안 타고 걷고 있습니다. 취미(?)인 헌혈도 그렇습니다. 다들 쉬는 시간에 무슨 마법에 걸린 듯 헌혈을 최우선으로 시간을 빼놓고 해야 적성이 풀립니다. 그래야 인간으로서 제대로 살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제대 후 복학을 하여서는 방학 때 건설 공사판 막노동을 해서 대학 수업료를 벌어서 내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몸을 쓰는 일을 고집스럽게 했습니다.
체질상 전 남을 따라 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남이 다가는 길은 재미가 없습니다. 길이 막혀 돌아오더라도 제가 가고 싶은 길을 많이 갔습니다. 제 삶의 방식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을이 된 것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다들 저리로 가라 가리키고 방법을 알려주는 전 저만의 방법으로 삶을 헤쳐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니까 말입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전 그게 좋습니다. 비록 을로 살지만 다 같은 을이 아니라서 특별한 을이라서 또 당당합니다. 늘 피곤하고 늘 바스락거리고 합니다. 어쩌겠습니까. 그게 제가 사는 방법이었고 그렇게 습관이 되었으니까 말입니다. 남이야기도 잘 듣지 않아서 뭐 그냥 이렇게 슈퍼 을이 되어 살아가지만 그래서 저답게 살아가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사서 고생을 많이 해서 인내력과 지구력은 남에게 안 뒤진다고 자부합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가장 나답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상의 '을' 친구 여러분 저처럼 피곤하게 사는 스타일을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나름 특별하게 사는 방법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