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이 진짜 나에게 맞는 옷이라고 생각합니다

갑, 즉 부와 권력은 세습되고 을이라는 지위 역시 유전된다

by 황규석
2025.04 대치동


래의 말, 다들 아시고 들어보셨을 거라 생각된다. "부와 권력은 세습이 된다". 이 말에 몇 프로나 동의하시는 모르겠다. 부가 부를 낳는 세상이고 권력이 권력을 낳는 세상이다. 세상은 디지털로의 전환이 되어가고 있으나 그런 디지털 모멘텀 역시 가진 자가 빠르게 대체하면서 부의 뿌리를 원천을 알고 더 공고하게 그들의 가진 것을 불려 나가고 또 자식들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뜬금없는 이야기 갔지만 종종 대치동의 부동산을 가보면 그런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나야 뭐 특별히 관심이 없다. 아파트 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땅 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하는 부동산 뉴스 말이다. 그냥 호기심에 바라보았다. 반짝이는 금 침대 위에서 금이불 덮고 자는 것 아니니까 별로 관심이 없다. 저 가격에 사고파는 사람이 있다니 그냥 호기심이 생기긴 한다.


는 지금 을로 살고 있고 앞으로도 을로 살려고 한다. 갑이라는 분들은 자신의 경제적, 사회적 위치를 유지하고 사용하기 위해 많은 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 정말 골치 아픈 일이라고 생각된다. 평소 덤벙거리고 외향적인 성격이 아닌 나는 선천적갑소화불량증에 걸렸다. 그냥 태생이 을이다. 갈수록 내가 리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 간다는 생각은 몇 해 전부터 더 심해졌다. 주위에서 더 그런 말을 했다. 처음엔 나도 그런 말을 싫어했다. 내가 아버지를 따라서 을의 모습을 타고 태어났다니 말이다. 나는 더 잘 살고 싶은데 애초에 기를 죽이는 그런 말을 내가 좋아할 리가 없다. 그런데 말이다 평생 택시 운전을 하신 아버지를 진짜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 노환인 간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말이다.


로 살아가고 을로 살다 보니 을이 나에게 맞는 옷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갑이 되려고 발버둥 쳐봤자 갑이 되기는 틀렸다. 그러니 억지로 갑이 되려도 하지 않아도 좋다. 갑으로 사는 것 그러니까 그만큼 가져야 하고 또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님을 알았다. 그냥 갑은 저렇게 사는구나 하는 호기심이 있을 뿐이다. 그들이 금가룰 먹는 것도 아니고 백 년 만년 장수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순서만 다를 뿐 을과 똑같이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늘 올바른 갑을 지향하지만 을로 평생 살아도 딱히 큰 불만은 없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평생 을이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이라는 자격을 물질이 아닌 정신과 사회 존경심의 단계에서 갑이 되시는 선생님을 찾곤 한다. 마음속에 품은 대의와 행동으로 공동체의 번영과 발전에 기여하신 어른들. 진짜 그분들은 진짜 따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진주에서 한약방을 하시며 평생 번 재물을 학교를 세워 기증하고 수십 년간 장학금을 주워 사회를 밝히는 인재를 키워 내신 참 어른인 김장하 선생님 같은 분. 이런 분은 진짜 멘털도 갑이고 봉사정신도 갑이시다. 자신을 드러내지도 않는 슈퍼 히든 히어로로써의 갑이시다. 을이 가져야 할 욕심은 그런 참다운 갑의 만 분의 일이라도 따라가려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나는 오늘도 을로서 자족하면서 진짜 갑을 따르려 하고 추앙하고 있다. 저런 비싼 아파트 정말 갖고 싶은 생각이 없다. 오두막이라도 나는 작은 내 집이 좋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17화사서 고생한다는 말이 결국 나를 특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