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혹시 갑이신 분이 있으신가요? 갑이신데 을로 위장하신 분이 있으신가요? 그럼 나가시라고 말할 줄 아셨죠? ^^; 아닙니다. 마시고 더 재밌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을이신 분이나 을이 아닌 갑이지만 을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하시는 분, 혹은 갑이지만 마음만은 을이신 분 모두를 환영합니다. 저는 그래서 을을 위와 같은 분들이라고 생각하고 정의합니다. 사실 갑과 을로 나누고 차별을 하는 자체도 좀 껄쩍찌근합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위하고 도우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처럼 빠르고 결과 성과만을 중요시한 디지털 시대에 말입니다. 인간다움을 찾는 글과 직접 찍은 연관된 사진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인내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진은 관악구청 앞의 연꽃 조형물입니다. 을이란 현재의 인간계급 혹은 군상을 이야기할 때 이 단어 '인내력'은 빠질 수 없는 단어인 것 같습니다. 핵심단어이자 심장과 같은 언어입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인내력은 타고난 것 같습니다. 제게 어떤 인격적 모멸감도 생기는 일에도 별거 아닌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기는 일이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까요. 제가 반기를 들었다고 해도 잠시 효과는 있겠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그냥 뭐 참자하고 넘어가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인내력이 단단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선천적이지 않고 생활에 있어서 인내력은 과정을 통해서 단련된 것 같습니다.
군대에서도 전 을이었습니다. 제가 1988년 군번입니다. 88 꿈나무 학번이었는데 그래 4월에 자진해서 병무청에 가서 육군일반병 입대 지원서를 냈습니다. 그러니 바로 신검을 하라고 하더라고요. 다들 미쳤냐고 했습니다. 한참 올림픽이다 뭐다 해서 나라가 좀 뭐랄까 새로운 분위기로 좀 흥하는 분위기였는데 자원해서 군대를 가다니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군대에 전방에 가서 나라를 지키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야 올림픽도 안전하게 치르지. 북한 공산군의 침략도 막아야지 너네들이 맘 놓고 공부하고 미팅도 하고 즐겁게 학교를 다니지 않겠냐" 정말 말되 안 되는 헛소리 같지만 그랬습니다. 그렇게 해서 6월 10일에 있대를 했습니다. 2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놈이 6월에 논산 훈련소에 입대하고 춘천 102 보충대를 거쳐 강원도 화천의 27사단 신교대를 통해 예비사단으로 힘들게 걷는 이기자 부대 27사단 보병에 배치가 되었습니다.
자대에 가서부터 줄빠따가 없는 날이 거의 없었습니다. 폭력의 일상화. "니는 뭐 잘 났다고 군대 일찍 왔노,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따악~!" "악" 그렇습니다. 아침 점호부터 집합당하고 맞고 자기 전에 집합당에 맞고... 맞는 걸로 시작해 맞는 걸로 끝났습니다. 선임 기분이 나쁘다고 집합. 선임 양말, 속옷을 누가 훔쳤다고 집합, 축구시합 졌다고 세면장 집합, 요즘 군기가 빠졌다고 집합! 정말 정신없이 구타와 폭력을 당했습니다. 그래도 어디 하나 안 부러지고 부상을 안 당했습니다. 참 신기하죠? 저는 맞으면서 이를 악물었습니다. 그래 때리는 놈이 지치도록 하자. 절대로 내가 먼저 회피하지 않는다. 똥고집이었지만 그렇게 인내력 중에서도 체력에 근력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이야기가 역시나 샛길로 빠졌네요. 하여간 을로 살아가는 분들이 존경스러운 부분은 우직하게 맡은 바 일에서 인내력을 발휘하면서 살아가신다는 점입니다. 저보다 인생 선배님들 혹은 더 가혹한 환경에서 사셨던 후배님들도 인내력이 정말 보통이 아니신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존경과 감사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그렇게 버티고 인내하셨기에 오늘의 모습에 충분히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셔도 됩니다. 전 그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어떤 일에 종사하든 간에 참을 인(忍)을 감슴에 새기고 일하셨다면 멋진 훌륭한 '을'(乙)이십니다. 을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똥철학 같지만 아니 이건 정말 개똥철학입니다. 을로 살고 참다 보니 인내력에도 근력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비록 큰돈을 벌지 못해도 이웃을 돕고 또 어떤 일에도 쉽게 무릎 꿇거나 포기하지 않는 근육이 생겼답니다.